성문화운동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기념 세 번째 북토크 '정상성의 균열과 새로운 서사의 모색'
2025년 9월 4일 알라딘 사옥에서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기념 세 번째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이 북토크는 출간 기념 북토크 시리즈의 마지막 회차였어요.
“‘젠더 갈등’의 덫을 넘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권한다”라는 추천사를 써주신 오찬호 작가님의 사회 그리고 권김현영 ,이한, 이우창 세 저자와 함께 했습니다.
* 이 후기는 세 패널 분들이 해주신 말씀을 편집/요약하였습니다.
“너무너무 괴로운데 이 책은 제게 숨쉴 수 있는, 숨쉬는 구멍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이 책 덕분에 외롭지 않고 완전히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그런 용기를 얻었습니다.”
사전신청서 속 힘이 나는 메세지를 나누며 시작한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기념 북토크 마지막 시간! 패널로 함께해주신 저자 세 분께서 기획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고 각자의 파트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는지 질문을 청해보았습니다.
이한 <3장. 어떤 남자들과 딥페이크 성폭력>
"딥페이크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응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요즘 애들의 문제’ 그게 아니라 여전히 계속해서 자리하고 있는 남성성의 문제, 왜곡된 남성들의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질문해야 거기서 제대로된 답변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주목한 것이 ‘지인능욕’이었습니다. ‘성적 욕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남성으로서 승인받고자 하는 것, 남성연대 안에서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폭력’입니다."
이우창 <6장. 안티페미니즘 전략의 형성에서 음모론적 남성성의 등장까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10년 사이에 페미니즘과 촉발된 담론들이 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뭐가 문제지? 이런 것들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저는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세부 요소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남성이라는 정체성이라는 것들이 단순하게 여성과 어떤 형태의 성적인 관계를 찾거나 지속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들이 앞으로 젠더 정치에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권김현영 <8장. 윤석열은 어떻게 극우 청년들의 우상이 되었나>
(1차 북토크에 이어서 정치적으로 극우화된 현재상황을 논평하고, 그러한 동력의 중심에 안티페미니즘이 놓여있다고 짚어주셨습니다. 한편으로 딥페이크 사태 관련하여 현시점에서 질문해보아야 할 이성애 남성 섹슈얼리티의 규범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극우가 정당 의회 권력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12.3 비상 계엄 선포와 그 이후의 과정에서 국민의 힘이 극우 대중운동과 만나고 급진화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극우의 운동력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정동과 그들을 모아내고 유지할 수 있었던 정치가 안티페미니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2024년에 저는 딥페이크 관련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딥페이크 사태를 포르노 대량 제작 사태로 진단을 내리고,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 상황이 국가 비상 사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걸 정치를 통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12.3 윤석열의 비상계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치 권력이란 비상 사태를 정의할 능력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딥페이크 관련하여서는 이성애 남성 섹슈얼리티 규범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남성에게는 언제나 ‘사랑에 빠지는 대상에 의해 자아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가 규범으로서 강력하게 존재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지인 능욕도 너무나 좋아하는 여자, 관심있는 여자를 향하고 있어요. 여성들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대상화 타자화가 깔려있는 것이죠. 저는 이성애 남성 섹슈얼리티의 정상성 규범 속에 깔려있는 폭력성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안티페미니즘과 음모론적 남성성
이우창: 남성이 가부장,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안에서 여성을 소유물로서, 집의 관리자로 둔 ‘전통적인 네러티브’가 있죠. 그 다음에 소수의 남성이 대규모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독점하고 있고 대부분의 남성은 이탈되었다는 ‘알파남 담론’이 있습니다. 최근 남초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은 철저히 알파남만 좋아하니 남성들은 빨리 깨닫고 받아들이라는 ‘레드필’이론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알파남이 될 수 없고 남성에게 주어진 성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구매자가 되거나, 포르노 월드 같은 디지털공간에서 가상의 성적 파트너를 찾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남성성에 대한 서사의 변질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과정에서 시민으로서 남성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가 통째로 날아간 상황입니다. ‘레드필’ 세계관 속에서는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여성과의 성적인 관계 속에서만 성립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서사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권김현영: 음모론적 남성성은 ‘자기가 모르는 세계에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어떤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논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음모론으로부터 자신의 자아를 구성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현재 상황에서 20·30여성들은 아주 예외적으로 진보적 정치적 입장을 가지게 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이 여성이 우경화되지 않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남성 지식인들이 자기가 무해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언어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지 않은 태도를 취하면서 매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만들었어요.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은 자기 서사 만들기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 플로어 질문
20·30대 남성 극우화 말씀하셨는데 친구들의 군대 간 아이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들이 이상해져서 왔다는 집이 많아요. 그런데 군대 가기 전에 아이들한테 조금이라도 올바른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 게 절박함이 있어요. 성인되기 직전의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한: 폭력 예방 교육에서 기본 청소년들의 스탠스는 팔짱이잖아요. 성평등을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니고 여성들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도 많이 봤잖아요. 그런 얘기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관계맺기'를 주제로 하는 성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관계맺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청소년들도 팔짱을 풀고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잘 교류하고 싶은 나의 욕망과 닿아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관계 맺기와 관련한 교육을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우창: 내가 보는 유튜브 영상이나 어떤 프로세스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볼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내가 보고 있는 혹은 나랑 내 친구들이 돌려서 보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와 같이 그것들을 한 번이라도 검증을 해 보거나 적어도 내가 최소한의 회의적인 스탠스를 취할 필요는 있다는 종류의 입장을 견지시킬 수 있는 것. 이런 교육은 가족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일반적인 학생으로 교육을 구성할 때 들어갈 만한 요소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권김현영: 2차 성징을 겪는 남성의 몸에 어떤 문명화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규칙이 논의되던 역사가 있는데 지금 그게 깨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힘이 세지고, 이 사회에서 주인공인것 같은 감각이 날뛰던 그 시절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시절에 힘을 숭배하고 관심을 가지며 센 척하다가 극우가 되는거죠. 2010년 이후부터 15년도에서 다리 부러진 10대 남자애들이 확 줄었어요. 밖에 나가서 놀지 않고 인터넷에서 그 힘과 관련된 상상을 통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거죠. 그게 지금의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 중 하나일 겁니다.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힘과 관련해서 안 돼, 하지 마. 즉각적으로 그런 반응이 나와야 합니다. 그것만 하면 돼요, 사실은. 왜 하면 안 되고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즉각적으로 어떤 행동이 안 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엄마의 지위를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일관성 있게 이야기되는 것. 그것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기념 북토크가 3회차에 걸쳐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 부탁드려요!
이전 북토크 후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회차. 안티페미니즘 정치, 극우화의 구조에 대항하는 법
🔗2회차. 친밀한 관계 폭력, 사이버레커, 벗방, 남성성의 렌즈로 해석하자
🔗3회차. 정상성의 균열과 새로운 서사의 모색 💫현재페이지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낙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