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친밀한 관계 폭력, 사이버레커, 벗방, 남성성의 렌즈로 해석하자 - <폭주하는 남성성> 북토크
  • 2025-09-04
  • 101

[후기]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기념 두 번째 북토크



지난 8월 19일, 구산동 도서관마을에서 “친밀한 관계 폭력, 사이버레커, 벗방, 남성성의 렌즈로 해석하자”라는 부제목으로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기념 두 번째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지난 북토크의 주제를 ‘안티페미니즘과 극우의 부상’으로 묶을 수 있었다면, 이번 북토크의 키워드는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폭주하는 남성성>에 실린 여덟 편의 글이 모두 ‘폭력’이라는 주제를 관통하고 있지만, 이번 북토크에서는 특히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사이버레커, 벗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세 가지 현상 모두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간에는 젠더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이러한 시급한 사안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여 이번 북토크는 수수활동가님의 사회 그리고  <폭주하는 남성성>의 2장, 4장, 5장을 쓰신 저자분과 함께했습니다. 2장을 쓰신 김효정 님은 “가장 일상적인 폭력,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라는 주제로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사안들이 제대로 대응 혹은 예방되지 못하는 현실을 짚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 수 있듯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사건의 대응이나 예방은 끊임없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젠더 관점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4장의 저자 유효정 님은 “사이버레커와 여성폭력 사건들: 정의 구현에 활용된 성폭력”이라는 글을 쓰셨는데요. ‘정의를 구현한다’라는 언설과 함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여성폭력 사건들을 조명하는 이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레커들은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며 여성폭력 사건들을 하나의 콘텐츠 소재로 소비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적제재와 성폭력 엄벌주의를 넘어서, 피해자 관점에 서서 젠더폭력 사안에 개입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벗방’ 시장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5장을 쓰신 황유나 님은 합법과 불법의 이분법 속에서 ‘불법이 아닌’ 벗방 시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벗방 속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와 합법/불법, 자발/비자발, 동의/비동의의 이분법을 넘어서, 벗방의 남성중심성과 젠더 권력관계, 이들을 직조하고 있는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물음을 던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폭주하는 남성성>에 실릴 글을 쓰는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최근의 안티페미니즘, 젠더폭력 사안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띤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다양한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예컨대 ‘교제폭력’과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이라는 명명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이버레커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성폭력 엄벌주의’란 무엇인지, 벗방 속 여성이 낙인과 처벌을 경험하는 현실에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남성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볼 때의 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북토크의 끝 무렵에 들어서는 이렇게 “천불이 나는” 현실 속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는데요. 각각의 구체적인 관계와 위치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한편, 동료들과 함께 힘과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저자분들께서 각자의 글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저자분들께서 직접 골라주신 대목을 공유하며 후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젠더기반폭력 또는 젠더폭력 개념은 젠더화된 사회구조와 질서가 어떻게 작동하며 그 효과는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분법적 성별 개념에 따라 고착화될 수 있는 피/가해의 맥락을 전복한다. 또한 젠더기반폭력은 여성폭력이 우리 사회에 지속되는 구조적 배경과 원인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래서 젠더폭력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성역할로 인해 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취약성이 증가하는 상황과 여성의 사회적으로 종속된 지위 간 관계에 초점을 맞출 때 유용하고, 여성폭력은 다수의 젠더기반폭력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실에 전략적으로 초점을 맞출 때 유용하다.” (2장, 70쪽)



“사이버레커식 ‘정의 구현’의 서사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러나 단순하지 않은 현실에서 더 나은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은 복잡하고 까다롭다.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잘못이 맞고 죄에 따른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었던 가부장적인 사회와 불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피해자들은 성폭력의 기억을 쉽사리 잊지 못한다. 하지만 동시에 ‘성폭력은 씻을 수 없는 상처’라는 통념은 틀렸고, 피해자가 피해 경험에 대한 기억을 가지면서도 일상을 잘 살아가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이버레커의 ‘정의 구현’처럼 명쾌하지는 않지만, 이 모두를 고려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게 한다.” (4장, 140쪽)



“실제로 벗방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는 비동의 촬영물 제작 및 유포가 사회적으로 문제화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자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보면 벗방 시장과 디지털 성폭력 간의 연결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플랫폼으로 지적된 위디스크는 2019년부터 성인방송 송출로 수익 구조를 변경했다. 2018년 가장 많은 비동의 촬영물을 유통한 웹하드 기업인 ‘기프트엠’의 운영진들 역시 성인방송 송출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기프트엠의 사내이사가 운영하던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과 합병해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벗방 송출 플랫폼인 A티비가 탄생한 것이다. 그간 성재현물을 유포하는 경로에서 돈을 벌던 이들은 유포가 ‘폭력’으로 인정되자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으로 성인방송 송출, 즉 벗방을 채택했다.” (5장, 155쪽)



 <폭주하는 남성성>이 궁금해지셨다면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다가올 9월 4일, 권김현영 님, 오찬호 님, 이우창 님, 이한 님과 함께하는  <폭주하는 남성성> 세 번째 북토크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후기는 인턴 활동가 승호님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