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열림터 캠프 "저는 사실 여행이 큰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밖을 나가기 싫어하는 저는 사실 여행이 큰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주로 가는 기차에 오른 순간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고 기대가 되지 않았던 저를 그때부터 잊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여행으로 경주로 많이 간다고들 하지만 저에게는 첫 경주 여행이었습니다.
첫 경주 여행 그리고 첫 열림이 여행.
아마 기차에 오름과 동시에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기대를 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처음은 누구든 떨리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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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의 시작은 사찰 음식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처음이었는데요.
평소 초록색 음식을 안 먹는 저에게는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지만
먹으면서 채소만으로도 이런 맛을 낼 수 있구나, 초록색 음식 나쁘지 않은걸?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또 불교에선 자극적인 양념은 불순한 생각을 가지게 해, 피한다는 재밌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신라 복을 입어봤는데요.
한복은 명절에나 입어봤고 이 역시도 커가면서 안 입게 돼,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입어보겠어.’ 하는 생각으로 입어봤습니다.
원래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열림이 선생님들의 잘 어울린다는 말씀과
지나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의 예쁘다는 말들을 들으면서 용기가 생기기도, 뿌듯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신라 복을 입은 채 많은 왕릉을 보고, 첨성대를 보고.
시간이 부족해 많이 구경을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충분했습니다.
추억이란 것도 한꺼번에 많이 담으면 흘리는 게 많아 잃어버리니 이번에 이만큼의 추억을 담으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저희는 동궁과 월지로 향했습니다.
이동 수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열림이 선생님들이 저의 뼈 이슈로 자전거 타는 것을 걱정하셨지만
경주 타실라 어플도 다운 받았겠다, 여기까지 또 왔겠다, 자전거를 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지는 노을을 보며 속으로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노래를 BGM으로 삼고 달리니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근육통으로 고생을 조금 했지만, 다시 택시와 자전거 중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동궁과 월지에 도착하니 야경이 딱 알맞게 피었다는 표현을 해도 될까요? 빛들이 마치 꽃 같았거든요.
그게 또 호수에 비치니 너무 아름다웠는데, 아름답다는 말이 너무 부족합니다.
왜 형용사들은 항상 부족할까요?
그냥 주문처럼 충분해질 때까지 아름답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숙소에서의 미니게임. 저,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사실 부끄러움도 많고 매사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닌데 열심히 준비해 주신 상아쌤을 위해 갑분싸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쌤들... 저 원래 이런 사람 아닙니다...
그래도 열심히 한 덕에 우리 팀이 이기기도 했고 저로 인해 많은 분이 웃고 즐거웠다면 만족합니다.
그 덕도 당연히 상아쌤 덕분이죠. 이 자리를 빌어 상아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다음 날 조식은 생략했습니다.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자전거를 탈 줄 알았다면... 일찍 일어났을 겁니다...
이번 경주 여행을 하면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비가 왔어서 그런가? 날이 좀 서늘했습니다.
동궁원 안에 들어가니 따듯하더라고요. 피톤치드 향이라고 할까요?
식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을 좋아하는 편인데 너무 좋았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서둘러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다 둘러보고 갈 수 있어서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점심으로 버섯전골을 먹었는데 먹으면서 메뉴 선정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골이라 다른 메뉴를 택한 사람들과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한 메뉴만 먹고 가기엔 너무 아쉽잖아요?
경주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인데 말이죠.
점심을 먹고 난 후 다도 체험하러 출발했습니다.
평소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맹물을 싫어하는 저는 커피를 즐기는 편인데요.
아무래도 커피보단 차가 나을 것 같아 차에 관심은 있었으나 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다도 체험이 저에겐 정말 유익했습니다.
차에 대해 한 걸음? 다섯 걸음 정도는 더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몰랐던 것도 알 수 있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차를 또 접하게 됐을 때를 위해 기억해 두고 싶은 부분은 따로 메모까지 했답니다.
다도 체험을 마지막으로 경주와 인사를 하고 서울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1박 2일 동안 행복하고 좋은 추억 만들어주신 활동가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또, 저의 추억에 함께한 생활인들한테도 고맙습니다.
다른 생활인들의 추억에도 제가 행복하게 한 자리 차지했으면 좋겠네요. :)
저의 경주 여행 후기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길고 긴 저의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