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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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안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누가 해결해야 할까요. 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일까요, 피해생존자일까요. 아니면 경찰이나 검찰, 재판부일까요? 강의 등 외부활동을 하면 많이받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성폭력 해결은 특정 개인에게 맡겨진 일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해야한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미투 이후 다양한 공동체에서는 사건 해결을 직접 담당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곁에서 지켜본 주변인들 역시 '어떻게 하면 피해자의 회복을 돕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예방교육, 절차와 처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상담소도 함께 고민하며, 2020년에는 성폭력전문상담원 심화교육 <조직 내 성폭력 사건지원자 역량강화교육>을 통해 각 조직에서 사건을 지원하는 이들의 역량 강화 자리를 마련하고, 2022년에는 성폭력피해자 조력인 자조모임 <나의 의미>(후기없음)를 열어 피해자와 함께 사건 해결을 고민했던 조력자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거센 백래쉬도 이어져왔지요.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이나 무고혐의로 역고소하는 기획성 역고소가 남발되고,이 사건을 맡은 로펌의 성공사례로 공유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성폭력 가해자를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법률시장도 빠르게 성장한 것이죠. 이에 상담소는 당시 '법 시장화'라 짚었습니다. 주변 조력인, 처분을 내린 회사상대로도 고소를 남발합니다. 이 흐름으로 성폭력문제는 점차 개인간 분쟁으로 축소되고, 탈정치화되어갔습니다.
대부분 많은 성폭력 사건이 고소를 하더라고 유죄로 인정받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더더욱 협소한 법 체계 안에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법 체계 안에서 모든 피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직장 내 성폭력 처럼 조직 안에서 책임을 물어야할 문제에도 형사고소부터 하라는 말을 먼저합니다. 형사 절차와는 별개로 조직내 절차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논의하지 않고, 권위있는 법만을 따르겠다'라는 태도인 것이죠. 조직 안에서 해결해야 할 절차와 책임이 있음에도, 논의를 멈추고 법의 판단만 기다리려 하는 것이죠.
학교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학폭 기록이 입시의 영향력을 줄 수 있어 '맞학폭'신고가 늘고, 학교가 자체적인 판단과 해결보다 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교육의 사법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이런 고민을 담은 상담소는 지난 7월 21일 화요일 오후 4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반공개집담회 <성폭력 조직 내 해결이 사법화될 때 - 학교 내 성폭력>이 열렸습니다.

지난 집담회는 박미애(초등교사, 전 전교조 여성위원장), 오사랑(탁틴내일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윤경(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오늘의교육' 편집위원)님이 패널로 참여해 먼저 고민을 발제한 후, 자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박미애(초등교사, 전 전교조 여성위원장) 님은 학교 내 성폭력 사안에 따라 피해자가 원할 경우 학폭위 대신 갈등조정을 통해 당사자와 보호자가 함께 대화하고, 가해학생이 피해 회복을 위해 실천할 내용을 담은 약속 이행문 이란 것을 작성하는 등, 회복과 반성을 고민하며 교육적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신고인이 이를 원하지 않아 대부분 학폭위로 이어지는데, 정작 전수조사와 사후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조사 과정의 전문성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학폭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조차 충분히 설명받기 어렵고, 절차와 회복보다는 처분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2차 피해는 성폭력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 한계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보호자의 개입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 교사의 처리 부담도 거치며, 사건 처리가 교육청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교 내 절차가 간소화되었을지는 몰라도 교사와 학생들도 위축되며 공동체 안에서의 교육적 해결과 회복 지원이 거의 사라진 현실을 짚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거버넌스 구축과 교육적 회복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오사랑(탁틴내일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님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사랑님은 학교폭력예방법이 본래 학생을 보호하고 안전한 학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제도였지만, 현재는 학교폭력 기록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처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잘잘못을 가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교육의 사법화와 처벌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폭위의 전문성은 구성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고, 성폭력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교사의 교육적 중재는 민원과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학교는 자체적인 판단보다 경찰이나 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학생은 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가해학생과 계속 학교에서 마주해야 하는 현실도 전했습니다. 특히 동성 간 성폭력은 또래 학생들 사이의 일로 축소 해석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후 형사 절차에서는 성폭력으로 인정되는 사례도 있다며, 학교는 형사법과 동일한 기준이 아니라 학생의 안전과 교육적 회복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사 절차와 학교의 교육적 조치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며, 피해자의 회복을 중심에 둔 교육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형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학교의 사안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학교장 자체 해결과 갈등조정 역시 관계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교육적 과정으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발제자 이윤경(전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오늘의교육' 편집위원)님은 학교폭력 해결이 학교 밖으로 '외주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처벌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실을 이야기해주시며, 대입 불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 사안은 학교보다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사법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선도'인데, 논의는 처벌 여부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학교 자체 해결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고 합니다. 경미한 사안도 주변 갈등이 커지면서 결국 심의로 넘어가고, 2020년 자치위원회 폐지 이후 학교 안에는 여전히 침묵하고 덮고가는 문화가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전담기구와 조정기구가 있어도 규정만 존재할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도 토로했습니다.
스쿨미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애초에 피해를 말할 수 있는 학교였다면 그렇게 많은 스쿨미투가 일어났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대와 사범대에서 학교폭력 관련 교육은 단 2학점에 불과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가해 학생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관계 회복을 위한 숙려제도가 저연령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현실도 한계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지속가능한 보호체계가 필요하며, 교사 교육과 피해자 중심주의 역시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밀유지 의무가 있지만,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발제 이후 플로어 토론 시간이었는데요.
해결의 경험이 있는 한 분께서 학생, 교사, 학부모의 입장이 다른 정작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문제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청소년 역시 중요한 당사자인 만큼,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인 것이죠. 또한 학교폭력 심의에서는 단순한 처벌보다 전문가의 의견과 상담/회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해결 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학생과 교사 등 모든 학교 구성원을 위한 성평등 교육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성폭력 사안을 '성 사안'으로 두루뭉술하게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정확하게 이름 붙이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요.
성폭력 해결의 사법화는 성폭력 해결을 사회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과제가 아니라, 개인 간의 사적인 문제로 축소하고, 탈정치화하는 흐름!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지, 두 번째 집담회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았습니다 ! ☞ 두 번째 집담회 <대학/직장 내 성폭력편!>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