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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5월의 달팽이🐌여성마라톤대회와 137런을 함께 달리다
  • 2026-05-26
  • 57

[후기] 5월의 달팽이🐌여성마라톤대회와 137런을 함께 달리다


여름이 왔습니다. 낮에는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만큼 햇볕이 강하고, 집회에 나가면 녹아내릴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그늘 아래 들어가면 아직은 시원하더라구요. 열대야도 아직이고요. 달리기 괜찮은 날씨다~ 뭐 그런 얘기지요. 


(사진 설명: 검은색 러닝복 뒷면에 흰 천 조각이 옷핀으로 부착되어 있다. 천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강간죄 개정”,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 “장애인 이동권 보장”, “팔레스타인 자유” 등 다양한 구호가 손글씨와 그림으로 적혀 있다.)


달팽이들은 5월 2일 토요일, 2026 여성마라톤대회 10km 코스에 출전했습니다. 참가한 모두가 무사히 완주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달팽이들은 매년 슬로건을 등에 걸고 달립니다. 올해도 ‘강간죄,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슬로건을 달고 함께 달렸습니다. 


올해는 슬로건을 몸에 걸고 달리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습니다. ‘We Run For 동성결혼’ 크루도 혼인평등 슬로건을 몸에 걸었고, 다시뛰는여성정치는 달리며 착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성평등 의제 몸자보를 나눠주셨습니다. 힘들 때마다 주변 달림이들이 몸에 붙인 슬로건을 보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도착 지점에는 대회를 신청하지 않았던 달팽이 멤버 성원님이 깜짝 응원을 와 계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달리기를 매개로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사진 설명: 해 질 무렵 공원 잔디밭 위에서 검은색 ‘137 RUN’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 7명이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결승선 테이프를 들고 있다. 참가자들은 주먹을 들거나 물을 뿌리는 등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붉은 결승선에는 “성평등을 향해 함께 달리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성마라톤대회 2주 뒤인 5월 17일에는 한국여성의전화와 다시뛰는여성정치에서 공동주최한 137런에도 함께 했습니다. 올해 5월 17일은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이기도 했습니다. 137런은 강남역 살인사건 10주기를 기억하고, 2025년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 내 폭력으로 살해당한 137명의 여성을 추모하는 퍼포먼스이기도 했습니다. 


달팽이는 이제 2026년 공식 소모임 활동을 접습니다. 기회가 되면 가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보자고 약속하기는 했지만요. 그동안 달팽이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7년에 또 뵙겠습니다. 



달팽이 멤버들의 후기


🥬 수수: 여성마라톤대회 D-5에 발목을 접지른 저… 호쾌한 의사 선생님의 소염진통제 처방과 유튜브로 배운 발목 테이핑 덕분에 무사히 10키로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빨리 달렸더니, 1시간 안에 완주하는 의외의 성과를 얻었어요. 대회가 끝나고 스마트워치가 측정해준 제 운동 강도는 “전력투구”. 잘 하지 못하는게 두려워 체육 시간에 전력을 다 해 가만히 있으려고 했던 과거가 떠오릅니다. 잘 못 해도 달리기는 재밌고, 같이 달리는 건 더 재밌었어요. 137런 때는 정말 많은 페미니스트 달림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다 같이 달리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여성마라톤대회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길에서 달팽이들이 활약하길 바라며! 2027년에 또 만나요! 


🥬 백목련: 6.5키로 마감되어서 눈물을 머금고 11.5키로 신청했다. 최근에 많이 더워졌지만 당일에 그늘로 뛴데다 생각보다 날씨가 쾌적했고 같이 730 페이스로 뛰니까 걱정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았다. 게다가 실제로 뛴 건 10.25km! 페미니스트 거리 할인이 이런 걸까? 뛰면서 왜 구호를 외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우리를 궁금하게 쳐다보던 시민들을 떠올렸을 때 그냥 존재만으로 구호였던 것 같다.


🥬 이름: 드디어 여성마라톤 대회 완주를 했습니다. 지난번보다 코스도 복잡해져 쉽지 않았지만 무사히 끝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휴식하며 한주를 보낸 뒤 마지막 아침 달리기 모임을 하며 여운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137런은 일상적인 장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작년 달팽이 모임 참가했던 시로핑님도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각자의 속도로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앎: 올해도 여성마라톤 10km 코스를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초반에 흥분해서 너무 빨리 뛰었더니, 중반부터 급격하게 지치면서 멈춰 서고 싶은 마음이 양 다리에 무겁게 달라붙었습니다. 앞서 달려가는 달팽이 동료들은 다들 아직 여유가 있어 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출발 전에는 호기롭게 작년보다 기록을 단축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는데, 후반에는 제발 완주만 하자는 마음으로 걸었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숨차게 달리면서, 반성폭력 운동도 마라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무리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지치고 소진되면 '그만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가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가더라도 어쨌든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어라, 이런 생각을 작년에도 했던가요?

완주 후 올해 기록을 확인해 보니, 의외로 9분이나 기록을 단축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이후 5월 17일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0주기를 맞이하며 열린 137RUN도 6.5km 코스로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인솔자가 페이스 조절을 잘 해주신 덕분에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간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올해 한국성폭력상담소 슬로건은 '다양한 삶을 상상하며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는 페미니스트 공동체'입니다. 앞으로도 나에게 맞는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달팽이 동료들, 또 만나요.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와, 달팽이 소모임 멤버들이 함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