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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UN 여성지위위원회(CSW) 70th 참가기 (2) - 미국 내 기관에 방문하다
  • 2026-04-26
  • 41

UN 여성지위위원회(CSW) 70th 참가기 (1) - 미국 내 기관에 방문하다 보러가기 ▶▶ https://www.sisters.or.kr/activity/total/7819


겔라가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고저는 홀로 UN 본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각국의 활동가와 방문자들이 유엔의 유명 구조물과 비폭력 상징하는 총구가 묶인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UN PASS 출입증에 적힌 알파벳에 따라 접근 가능한 층수가 다른데저는 세션이 진행되는 지하에만 가볼 수 있었습니다유엔 건물은 1층에 인포메이션과 곳곳에 가드들이 있어 길을 물을 수는 있지만너무 공간이 넓고 건물 내부의 안내 문구들이 잘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잃기 십상이었어요.. 덕분에 한국정부가 참여하는 AI는 여성의 사법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하는 세션에 지각을 ...


 


해당 세션에서는 AI가 어떤 양상으로 더 영향력을 확장할지 잘 모르고 다양한 계층인종의 여성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중에 활동가에게 물어보니 한국 정부는 여는 인사를 했다고 해요. 


 


UN 건물과 그 주변에는 다양한 전시와 작품들이 있어 볼거리가 많았는데요. 1층에는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다루고 있는 아동 그림책이 170여권 전시되어 있었고그중에는 한국 책들도 있었습니다.

또 UN 앞 공원에 설치된 분쟁지역 성폭력생존자들을 위한 예술작품 (Thinking of You)도 보았어요각각의 옷은 생존자들과 지지자들에게 기부받은 것이라고 하는데바람이 불면서 옷들이 흩날리는데,

그 옷을 입고 있는 생존자들과 지지자들이 마치 손을 잡고 저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습니다옷을 입고 있는 그들을 떠올려 보게 했어요.

추운 날씨와 상반된 얇은 원피스와 밝은 색감의 옷들이 춥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아주 상반되지만 동시에 가볍고 경쾌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UN 1층에 전시된 아동그림책들 

 

거리에 설치된 Thinking of You 작품  


저는 이번 국제교류협력에서 가든호프재단과 함께 뉴욕에 있는 단체 3곳을 방문했는데요.


 

Hidden Water 설립자  Elizabeth Clemants


첫 번째로 간 곳은 Hidden Water이었습니다. Hidden Water의 설립자 Elizabeth Clemants 은 아동성폭력 친족성폭력 피해 경험이 가족 관계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또 어떻게 오랫동안 침묵 속에 머무르게 되는지 주목했습니다많은 경우 피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가족 내부의 갈등으로만 표면화되고기존의 신고 중심 제도나 치료중재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해요특히 이 기관은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 사이의 긴장과 갈등그리고 때로는 가해자가 포함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습니다기존의 중재 방식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한계를 인식하고보다 안전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모색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회복적 정의를 핵심 개념으로 채택하여피해자의 회복과 안전을 중심에 두고 관계 속에서 책임과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생존자들 그룹 써클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각 써클은 피해자부모자매+파트너가해자둘 이상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5가지 모임이 있습니다서클은 참여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원을 이루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로판단이나 비난 없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지향합니다진행자는 대화를 조율하고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며참여자들은 정해진 방식에 따라 차례로 발언하거나 침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과정은 피해 경험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해와 공감을 쌓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 기관의 서클은 단순한 대화의 장을 넘어피해자와 비가해 가족 구성원때로는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까지 포함하여 관계 속에서의 책임과 변화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이를 통해 단절되거나 왜곡된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각자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과정을 지원합니다.

모임 프로그램은 12주 과정으로 구성되어초반에는 참여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기본 규칙과 신뢰 형성에 집중합니다서클의 원칙을 공유하고경청과 존중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진행합니다중반부로 갈수록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누기 시작합니다이 과정에서 피해 경험뿐 아니라가족 내 갈등책임관계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탐색하며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이해를 만들어갑니다후반부에는 그동안의 대화를 바탕으로 책임과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집니다참여자들은 각자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앞으로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 고민하고이를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합니다마지막 단계에서는 프로그램 전반을 돌아보며 각자의 경험을 정리하고이후의 삶에서 이어갈 수 있는 지지망과 실천 계획을 함께 점검합니다이는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고립되지 않고지속적으로 회복의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서클과 모임은 강제적인 개입이 아닌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합니다때문에 참여자의 속도와 선택을 존중하면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한데기관은 기존 제도가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관계와 회복의 영역을 충분히 다루고 확장하면서보다 지속가능한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기관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사법체계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많은 참여자들이 공식 신고나 법적 절차를 원하지 않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경로를 제공합니다이는 특히 신고율이 낮고신고 이후에도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접근입니다.

다만 일부 경우에는 법원이나 변호사상담가 등의 추천(referral)을 통해 참여자가 연결되기도 하는데이때도 프로그램 참여는 어디까지나 자발성을 전제로 하며기관은 참여자가 실제로 변화에 대한 의지와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합니다단순히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그램이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요.

가해자 그룹과 같은 프로그램은 사법 절차와 병행될 수도 있지만법적 책임을 대신하거나 경감해주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참여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책임을 인식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고요.

피해자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는 안전과 의사가 최우선으로 고려되며사법적 절차와 연결되는 경우에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정보가 공유되거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필요할 경우에는 법적 절차와 분리된 상태에서 회복적 과정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Hidden Water은 사법체계만으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영역, 관계 회복책임의 내면화지속적인 변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Center for Justice Innovation입니다.


 

활동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써클 : 가운데에 모두가 마음 놓고 편하게 시선을 둘 수 있는 카페트와 카드, 팔찌 등 물건들이 놓여있다. 


CJI는 공정한 사법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으로기존의 처벌 중심 사법체계가 가진 한계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합니다전통적인 사법 시스템이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CJI는 그 이면에 있는 질문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에 주목합니다이를 통해 사법체계 안에 머무르지 않고때로는 그 바깥에서 새로운 해결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 기관은 특히 젠더 기반 폭력을 중요한 의제로 다루면서도그 범위를 특정 영역에 한정하지 않습니다교통사고나 총기사고와 같은 다양한 사건에서 가해자들과도 함께 작업하며폭력을 하나의 개별 사건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는 접근을 취합니다.

 

CJI의 핵심적인 실천은 작은 변화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합니다단번의 해결이나 극적인 전환보다는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책임을 인식하며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이 과정에서 관계 형성 자체를 중요한 의미로 두며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관계를 다시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이 기관은 가해자의 진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합니다단순히 처벌을 피하기 위한 참여인지아니면 피해자에게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책임을 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핍니다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그로 인해 발생한 영향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프로그램 참여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활동가들의 높은 정서적 역량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가해자가 변화할 수 있는지그리고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과 질문을 동시에 품으며참여자들을 지지하고 이끌어갑니다이러한 지지는 단순한 기술이나 절차를 넘어관계를 다루는 섬세한 태도와 깊은 신뢰를 필요로 합니다. CJI는 회복력’ 또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봅니다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활동가들 역시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활동가들은 폭력과 치유라는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함께 영화를 보고산책을 하고예술 활동을 하며 일상적인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지탱합니다이러한 경험 자체가 회복의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지요.

 

CJI는 처벌을 넘어 이해·책임·관계·변화를 중심에 두고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폭력의 반복을 끊고자 하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Barrier Free Living에 다녀왔습니다.


 

휠체어 이용자도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주방


BFL은 장애를 가진 젠더기반 폭력생존자들을 위한 포괄적 지원과 위기개입을 하고 휠체어 사용자/청각 장애인어린이들이 장벽없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운영하고 주거 지원을 하고 있었어요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고 쉼터에 방문해볼 수 있었는데요쉼터는 비공개로 운영되고 CCTV가 설치된 철문을 통과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총기소지가 가능한 나라여서 훨씬 더 이용자/스태프들의 안전을 기하고 있었습니다방명록을 작성하고 쉼터 내부를 라운딩하였습니다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이용에 어떤 불편함도 없게 세심하게 설계한 공간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그리고 쉼터가 1/1가족 1호로 배정될 수 있다는 점도 부러웠습니다기관의 설립 취지에 공감한 땅주인이 1달러에 공간을 매각했고그곳에 쉼터가 세워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공동생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열림터/또같이의 생활인들이 생각나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환경이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1가족 1호실이 배정되어서 반려동물도 키울 수 있고사소한 다툼이 벌어지지 않고.. 사이좋은 이웃이 되어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부러웠습니다.

 

 

길에서 마주친 해골 자유의 여신상


돌이켜보니 뉴욕에서 보낸 2주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세계 여러 나라의 활동가들을 만나고다양한 사람들과 예술음식을 접할 수 있어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해외에 나올 때마다 하는 다짐 (그러나 번번이 무너지는이번에도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은님의 반려견 뽀삐와 활동가가 선물한 꽃 


통역과 일주일간 숙박을 제공해주신 다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덕분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여러 나라의 활동가들과 풍성하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기관 방문을 했던 가든호프재단의 애니와 이치아 활동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 날셋이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애니는 저에게 당신은 사회복지사인가옹호자인가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애니는 스스로를 사회복지사로 정체화하고 있었고대만에서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대학 교육이 필요하지만 낮은 처우로 인해 점점 기피되는 직업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이치아님 역시 자신의 삶과 페미니스트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이유로 페미니스트가 되어 반성폭력 운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그들이 자부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정말 멋진 사람들이다나도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후기는 상아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