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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폭주하는 남성 유튜버의 사망
  • 2026-08-19
  • 60


[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폭주하는 남성 유튜버의 사망


이 글은 2026.8.15 일다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https://ildaro.com/10526
성평등에 해로운 게 ‘극우 유튜버’뿐일까 [김혜정의 반성폭력 정치] 폭주하는 남성 유튜버의 사망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 그의 가장 최근 활동은 ‘윤석열 지지, 탄핵 반대’였다. 안티페미니즘을 내세우며 등장한 ‘해로운 남성성’이 윤석열 정권을 거쳐 ‘극우 청년’화되는 흐름을 지난 10년간 보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기획한 책 『폭주하는 남성성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배인규는 2020년 ‘왕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극우 유튜버 안정권과 함께 활동하며, ‘꼴페미 맞불집회’를 했다. 2020년 11월 15일 일요일 오후, 대학생 연합 페미니즘 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산하에 구성된 ‘낙태죄는 역사속으로 TF팀’이 신촌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을 때다. 왕자와 안정권은 그 앞에서 혐오 발언을 하고 무단 촬영하며 중계를 했다.

혐오 선동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언론은 이를 ‘찬성/반대’ 집회로 보도하고, 경찰은 제대로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활동가들의 몸이 정면으로 혐오 공격을 맞았다. ‘정신병, 씨발련, 살인마, 미친년들, 우한폐렴 돼지 빨갱이, 가족해체 개지랄병, 저 낙태 두세번 한 얼굴 찍어봐…’

신남성연대는 2025년 2월 26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주최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 난입해 종이 피켓을 빼앗아 뜯어먹으며 폭력을 행사했다. 같은 해 3월 25일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트랙터 행진에 시민들이 연대했던 남태령에서도, 트랙터 상경을 방해하며 농민 시위대와 대치했다. 이러한 혐오는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을 선두에 두었고, 민주주의 여러 의제를 관통하면서 번져갔다.


 

안티페미-극우 문제, ‘혐오표현 규제’가 답인가


배인규‘들’이 안티페미니즘을 ‘코인’으로 만들고 10대·20대 남성을 구독자로 끌어모아 수익을 올리고 우파 정치세력의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들 사이 이권 다툼으로 흥망성쇠의 곡선을 그리는 동안, 한국 사회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지난 7월 7일, 온라인 공론장의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7) 개정 조항이 시행됐다. 기존에는 음란물이나 명예훼손, 범죄 교사 등을 ‘불법정보’로 규정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 일부 정보도 유통 금지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 재산 등을 이유로 차별을 선동하거나 폭력과 증오를 조장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허위조작정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허위정보나 조작정보를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일정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혐오 표현을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이 법에 규정된 것은 진일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에 ‘폭력, 차별 선동, 증오심 조장, 존엄성 훼손’ 등의 용어는 나열되었지만, 이를 ‘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라고 명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기준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이고, 오히려 기득권이나 다수 집단이 이를 역이용하여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위축될 수도 있다.


지난 3월에는 이준석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 TV토론회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한 사건 이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2개 시민사회단체가 ‘고위공직자 혐오표현 대응 법개정 운동 및 공동행동단’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고위공직자의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표현’에만 혐오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이렇게 말하면 페미니스트야? 이런 단어 쓰면 페미니스트지?’라면서 여장을 하고 페미니스트의 언어를 상투화하고 조롱하는 방식으로 재현하였다.


혐오 표현 규제만으로 혐오 선동과 확산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혐오는 특정한 표현 하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소비하고 확산시키는 사람들과 플랫폼,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결합하면서 힘을 갖기 때문이다.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를 넘어 중요한 것은, 혐오하는 집단이 편승하고 강화하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 차별, 불평등을 바꿔내는 것이다.



 

혐오에 맞서는 일을 개인의 고소·고발에 맡길 것인가
극우 유튜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다


2020년 11월 15일 ‘낙태죄’ 전면 폐지 집회에서 발언했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반페미 유튜버에 의해 혐오표현과 무단촬영의 대상이 되었다. 그와 함께 당시 집회를 진행하거나 참여했던 활동가들은 해당 유튜버에 대한 현행법상 대응을 검토한 적이 있다. 집단표시 모욕,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적용 가능한 현행법상 죄명이었다.


그리고 2021년 페미니스트 모임 ‘팀 해일’ 김주희 대표는 2년간의 지독한 집단 괴롭힘에 대해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 및 단체 구성원들을 고소했다. 배인규 대표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 선고, 신남성연대 구성원 12명 중 7명은 형사처벌, 5명은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모욕, 명예훼손,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사유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극우-안티페미니스트-폭주하는 남성성’에 맞서는 일이 페미니스트 활동가 개인의 고소고발, 송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페미니즘 운동은 배인규‘들’ 같은 우익 유튜버를 처벌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들이 공격했던 바로 그 권리와 제도를 실제로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 불법촬영, 친밀관계폭력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 보고, 피해를 겪은 이가 존엄하고 권위 있게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회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성과 재생산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배인규‘들’은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여성들을 모욕하고 낙인찍으며, 성과 재생산 행위, 몸, 결정, 관계를 조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들은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활동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후 2020년 12월 31일, 페미니스트들은 〈낙태죄 없는 새해를 맞는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로부터 5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 중 무엇이 실현되었나?


-유산유도제를 공적 도입하고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라.
-임신중지 관련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
-의료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편견없이 최선의 의료행위가 제공되도록 의료인 교육·훈련 보장하라.
-의료기관 간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보건의료체계 및 인프라를 재정비·마련하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교육 환경과 노동조건을 마련하라.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성교육을 시행하라.
-피임 접근권을 강화하라.
-출생, 양육, 입양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라.
-임신중지로 인한 차별과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라.
-처벌이 아닌 권리 보장으로! 효력을 상실한 두 조항을 비롯해 형법 제27장 ‘낙태죄’를 형법에서 전면 삭제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낙태죄’ 없는 2021년 맞이 기자회견문)



 

성평등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는 건 누구인가. bullshit(개소리)을 수퍼챗으로 만들었던 폭주하는 남성 유튜버들도 문제이고, 젠더폭력 가해자들도 한몫을 차지하지만, 아직도 현실을 바꾸지 않고 있는 정부와 위정자들의 책임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도대체 정부는,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