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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미아리에서 우리는 연결된다-미아리 공대위 간담회 후기
  •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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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공대위(미아리 성매매집결지 여성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연대 단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전반적인 미아리의 상황, 집결지 지원조례 제정 운동의 과정 등 여러 다양하고 알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러분께도 후기로 나누어요.


전국연대의 역사는 2000.9.19 전북 군산 대명동 그리고 2002.1.29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와 함께 시작합니다. 여성주의 상담을 하던 단체에서 성매매파트가 커지며 단체에서 독립하게 되었고, 2004년에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되어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로 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합쳐서 부르는 말)개정 후 정부의 정책적 집중으로 전국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본격화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역사가 100년씩 된 곳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지역사회 안에 뿌리깊게 내린 업소들도 있었습니다. 업주가 곧 지역의 유지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지역 안에서도 성매매집결지를 왜 없애야 하는지, 없앨 수 있냐는 저항감이 있어 추진이 쉽지 않았습니다. 도시 재개발이라는 필요에 의해 없어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법 제정 이후에도 남아있었죠. 10년간 지지부진하다 2014년에 정부가 지역의 상황에 맞게 추진하라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각 지역의 단체와 지자체가 함께 폐쇄를 추진하는 민간거버넌스를 만들었고, 이후 10년 사이에 많이 폐쇄되어 지금은 8곳이 남아있습니다. 전국연대가 있는 지역에는 남은 집결지가 거의 없다고 해요.


미아리의 역사는 1968년 종삼 성매매집결지로 올라갑니다. 지금도 있는 낙원상가, 세운상가 쪽에 성매매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 사창이 된 여성들이 모여 사창지역을 이루었습니다. 1961년에 윤락행위등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실질적인 대책, 법적인 단속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성매매 허가해주는 104개의 특정 지역을 전국에 지정하기까지 합니다. 전쟁을 겪고, 해외에서 들어오고, 직업이 없는 사유로 성매매 여성이 급증하는데에 법이 있지만 성매매가 사라질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입니다. 비판으로 철회가 되기도 했지만 옛 공창지역이었던 곳들이 특정지역으로 지정이 되었어요. 종삼도 그 중 대표적인 곳입니다.


그 종삼지역을 1968년 종로경찰서장이 지나가다 호객행위를 당한 뒤 폐쇄가 적극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비작전’을 아시나요? 성매매집결지 입구에 경찰이 서서 출입을 막고, 여성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작전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인 해결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집에 있지 못하기에 나온 여성들이니,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다 한들 또다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여성에 대한 대책이 없었으므로 그저 집으로 돌려보내기만 했습니다. 결국 경찰력을 동원하여  종삼집결지는 없앴지만, 여성에 대한 대책이 없었기에 여성들은 서울 전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제일 많이 옮겨간 곳이 미아리입니다. 이처럼 미아리는 원래 없던 지역인데 1968년도에 새롭게 형성, 1년만에 서울에서 가장 큰 집결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미아리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미아리텍사스가 뜹니다. 텍사스라는 명칭은 1층에서 술을 마시고 2층에서 성매매를 하는 미국 텍사스의 영업방식을 따온 것이에요. 그래서 성매매집결지 중에 텍사스라는 이름을 붙인 곳은 이런 술 영업을 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1980년대에 88올림픽을 거치면서 전국 집결지 정화 작업을 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오는데 비위생적이고 보기 좋지 않다는 사유로 여성이 거리에 나와 호객하지 못하는 유리방 방식으로 형태가 바뀌었습니다다. 거리의 풍속을 해치지 않도록 여성을 유리방에 전시되어 서있게까지 하면서 성매매를 하고야 말겠다는 것이지요. 이후 주변 아파트가 들어서며 집결지가 보인다는 주민의 민원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집결지를 없애는 것이 아닌 차단막을 세웠고 지금도 길음역 10번출구에 가면 바로 붙어있는 곳입니다. 폐허같은 이 외관은 폐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60년대에 내부가 만들어졌고 1970년대 무허가 건물로 매우 낙후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개보수를 하지 않아 매우 열악합니다. 그 와중에 영업이 너무 잘 되어서 업소마다 지하를 파고 층을 올렸습니다. 방크기는 쪽방이고요. 그럼에도 구매자는 성매매를 하고 여성들은 그 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노년, 밤에는 청년, 새벽에는 중년이 2차로 온다고 합니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든 시간에 각자의 시간대에 방문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해요.


재개발 관련하여 2000년도 전후에는 성매매업소 여성 90%가 미성년자였습니다. 당시 300여개의 업소에는 최대 약 3,000명의 여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간판도 없고 철판으로 가려놓아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지만 점점 줄어들어 올해 재개발이 본격화 되며 업소 60여개, 여성 15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에도 미아리는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재개발과 폐쇄를 바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건물주는 성매매 업소로부터 매우 많은 월세를 받고, 업주들도 운영만 해도 돈을 엄청나게 벌기 때문에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매매 집결지는 굉장히 특수하게 재개발과 폐쇄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70%가 주거 세입자를 포함한 일반 주민이고 30%가 업소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조합이 2개가 만들어지고 소송하고 싸우며 2023년까지 왔습니다.


2023년부터는 일부 지역만 남은 상황이 되면서 재개발이 본격 추진되었습니다. 1,2차 부분의 지역이 이미 철거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이고, 성매매 업소가 위치한 3차 지역이 곧 철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한 업소당 2-3,00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이 책정이 되어있는데, 여전히 60여개의 업소는 1억까지 보상금을 부르며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버티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조합에서도 여성들에 대해서는 보상비를 책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사례를 거치며 알게된 점은, 여성을 업소에서 나오도록 지원하는 것은 집결지 폐쇄와 반드시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을 지원하면 집결지가 폐쇄될 줄 알았는데, 업주들은 지원받는 여성을 빼고 그 공간을 다른 여성으로 채워넣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출구 전략을 고민하던 차, 2012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춘천역 앞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해야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때 춘천시에서는 여성 1인당 지원금 2,000만 원을 주었으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니 여성들이 지원금을 모두 빚을 갚는데 사용해버렸답니다. 여성들이 모두 업주에게 빚이 있으니 빚을 갚고 다시 업주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본인을 위해 쓸 수 없는 환경이기에 최소 1년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성매매 공간에 있었기에 이를 그만두게 되었을때 그동안 참아왔던 것이 올라오는 시기, 넉다운이 되는 시기가 온다고 합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그 막막한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동안 업소에서 먹고, 자고, 아프면 주사이모가 오는 환경에서 살았기에 당장 갈 곳도 저축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운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성공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례는 여성에 대한 지원대책이 같이 추진된 몇몇 자활지원 조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최소 1년간의 주거비와 직업 훈련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전국 어딜가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해당 지역을 떠나고 싶어하는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였습니다. 애초에 업소가 있는 지역의 사람이 아닌 경우가 다수이고, 업소에서 나오게 된다면 그 지역에 살 이유도, 연고도 없으며 굳이 살고 싶어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구매자는 그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요.


전국적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지역은 대부분 조례를 만들었으나 유일하게 조례에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지역은 성북구와 영등포입니다. 2000년 이후 서울에는 5곳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미아리, 청량리, 영등포, 용산역, 천호동)가 있었는데, 현재 3곳이 폐쇄되고 영등포, 미아리 2곳만 남아있을 때까지도 서울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지자체 중에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라는 말은 그저 변명이며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성매매집결지 폐쇄와 여성지원대책은 의지가 있는 지역은 다 했기 때문이지요. 성매매 여성의 삶의 전환기는 성매매 집결지가 소멸되는 때이며, 성매매 여성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적인 책임입니다. 미아리 집결지 폐쇄와 성매매 여성지원에 성북구는 책임을 갖고 조례 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 성매매 여성의 주거와 자활에 사회적 책임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


2025년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아리의 특수한 상황이 드러났습니다. 10대에 들어가 20년 이상 있었던 40대가 가장 많고, 30대 이하가 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연령대가 매우 높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래 있었던 만큼 경제적인 상황도 심각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강한 요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아리 공대위를 준비하며 여러 구상을 하던 중, 시급한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지난 4월에는 2인의 여성이 숙소에서 강제 퇴거 당하게 되어 위기감이 고조된 것입니다. 현재 공대위는 지원대책을 요구하는데에 집중하여 2025.5.16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여성 지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2025.5.19~6.30동안 <서울시청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예정되어있던 서울시 면담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분노스러운 날도 있었지만 폭우 속에서 김치전을 부쳐 미아리 언니들을 찾아뵙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시, 성북구 면담을 꾸준히 이어왔고, 지난 7.4에 성북구에서는 자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긴급주거비 지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7.15부터 <미아리 여성들의 희망을 위한 긴급주거비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이 모금을 시작하고 지역의 성매매경험여성자조모임에서 모금에 참여하며 편지를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현재, 목표액은 달성되었지만 미아리에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남아 있고, 집결지의 철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여성들과 함께 하기 위해 모금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입니다. 모이는 만큼 계속해서 더 많은 여성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여러분도 함께해주세요!


-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낙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