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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5월의 특집기획-사이버성폭력
  • 2005-09-16
  • 4309

◆ 온라인 성폭력의 개념 및 특성에 따른 대책의 방향성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시작하는 기획특집 제 1탄입니다. 기획기사는 매달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2∼3주 간격의 연재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기획 주제는 '사이버 성폭력'으로 정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은 오프라인의 성폭력과 달리 매우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지만 발생률이나 피해사례 등을 볼 때 역시 매우 심각한 성 인권 유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에게 있어서 대안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러한 성별화된 사이버 문화는 여성의 자율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보화를 가로막음으로써 불평등한 현실을 다시 재생시킨다는데 그 심각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획기사 제 1탄의 주제로 사이버 성폭력을 다루고자 합니다.
첫 기획특집 글은 2000년 11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사이버성폭력 추방 네트워크'의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동주관한 "사이버 성폭력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의 일부입니다. 이 연구의 공동연구자였던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인 변혜정님의 글을 본인의 양해 아래 발췌한 것입니다.




연재순서

온라인성폭력, 어떤 대책이 가능한가?

-온라인 자유롭게 즐기기와 온라인 성폭력 가해자/피해자 되지 않기 위한 자율적 운동

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온라인 성폭력의 개념 및 특성에 따른 대책의 방향성 (update 2001. 5. 7)

◆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의 대응법 및 제도적 차원에서의 규제 (update 2001. 5. 15)

◆ 온라인 성폭력 예방 (update 2001. 5. 22)

◆ 온라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자율적 운동 (update 2001. 5. 28)





들어가며

21세기 핵심 인프라인 초고속 정보통신망 기반 완성사업을 예정보다 2년 앞당겼다는 기사가 어느 날 시선을 끌었다. 전국1백 44개 모든 통화권역이 광케이블과 초고속 전화기로 연결돼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데이터가 전국 시, 군, 읍, 면 단위까지 초고속으로 흐르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정보고속도로가 전국적으로 완공되었다는 기사는 지식정보화를 위해서는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그 날 신문 사회면에서는 자살 사이트의 초등학생 죽음과 위험한 넷키즈에 대해서 염려하는 여러 글들이 보였다. '더 잔혹하게 더 은밀하게 뭐가 문제죠'라는 제목으로 넷키즈의 흔들리는 가치관 (중앙일보 2001, 2월 10일)에 대해 걱정하는 기사였다. 청소년들의 사이버 공간에서의 음란 폭력 사이트와의 전쟁이라는 "내 아이 사이버 건강 지키기"(중앙일보2001.2.19)도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지만 신문 한쪽 구석의 온라인 상의 범죄기사가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성별, 계급, 학력, 지역 등에 따른 정보와 기술 불평등 현상, 그것과 맞물려 약자에 대한 온라인상의 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식정보화라는 바람직한 현상이 정보화 범죄라는 새로운 국면을 배태하는 것은 동면의 양면과 같은 필연적인 현상인가를 묻는 것은 우문우답인가?

특히 온라인 폭력은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성폭력'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Truong의 지적대로 성 차별적인 사회화 과정, 경제적 열악함으로 인한 고가의 네트워크 장비 구입의 문제, 지배적인 남성기술자에 의해 설계된 여성이용자들의 특성 배제, 첨단기술에의 접근 두려움과 그 결과 네트워크 효용성에 대한 인지 부족, 편견으로 인한 교육기회의 한계가 결과한 불평등 기회, 성 차별적인 의사소통이라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여성배제(Truong, 1993)특성과 남성 중심적인 성적담론들이 결합되어 '온라인 성폭력'이라는 현상으로 대두되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성폭력은 여성의 사이버 공간에의 접근 가능성을 봉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성폭력은 사소하며 당하는 여성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의 접근 가능성을 차단하는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이다.

본 글에서는 온라인 성폭력의 특성에 따른 예방 및 근절 대책을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자율적 운동이라는 차원에서 고민해 보려한다. 오프라인 성폭력과 관련지어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온라인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성폭력의 원인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성별 불평등 관계, 성의식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주목하면서 대책을 구상한다. 특히 온라인 자유롭게 즐기기와 온라인 성폭력 가해자/피해자 되지 않기라는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두 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온라인 성폭력을 피하기 위해서 피해자들은 (예방적 차원에서) 성에 관련된 어떤 언설도 함부로 해서는 되지 않는, 또다른 '정숙주의'에 직면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기존 연구는 여성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준에서 대응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1. 온라인 성폭력의 개념 및 특성에 따른 대책의 방향성

온라인 성폭력 개념을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예방 및 근절 대책은 달라진다. 이러한 전제에서 본 글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 온라인 성폭력의 특성들을 간단하게 전개하면서 대책을 강구한다. 이러한 시각은 본 연구의 특색을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일 것이다.

첫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온라인/사이버 성폭력이란 외모와 성적 취향 암시, 음담패설 등의 원치 않는 성적인 언어나 이미지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또는 위압감등의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말한다. 특히 여성이라는 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성적이며 심리적 폭력 및 괴롭힘에 집중한다. 젠더에 초점을 맞추며 그 원인도 젠더의 권력관계 안에서 찾는다. 반면 인간의 섹슈알리티를 중심으로 인간의 성적 온전성에 대한 침해로 온라인 성폭력을 설명하기도 한다.(김은경, 2000) 그러나 본 글에서는 범주가 다른 젠더와 섹슈알리티 논쟁을 전제로 어떤 정의가 더 타당한지를 따지기보다는 섹슈알리티가 성별화되는 측면에서의 온라인 성폭력의 문제를 분석한다. 이는 본 연구의 실태조사의 결과에 의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동성간의 성폭력도 있지만 이성간의 성폭력이 더 심각하며 피해 경험의 경우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여 여성들의 피해횟수나 피해경험이 더 심각하다는 연구결과에 따라서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성폭력 문제를 우리 사회의 성별체계에서 분석한다. 여성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더 심각하다면 그 여성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성별체계에 대한 균열을 가져오는 전략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둘째, 온라인 성폭력은 현실(오프라인)성폭력과 무엇인가 다른 체계가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물론 온라인 상의 여러 특성, 예를 들면 익명적인 공간으로 생각한다는 것(익명성)과 현실과 다르게 자신을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탈억제성)과 동시에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기(비대면성) 때문에 자신이 한 활동이 심각한 성폭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이 현실에서보다 더 쉽게 성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온라인의 특성이 현실에서와는 달리 여성 피해자가 복수차원이든 재미든 남성을 가해할 수 있거나 여성피해자이라 할지라도 익숙해짐에 따라 그 경험이 (일상화되어서)사소해지는 것이나 동성간의 피해가 더 많이 보고되는 것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여성 성폭력 피해 경험은 온라인상의 특성 때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익명성, 비대면성, 비물질성, 탈억제성 등의 온라인 상의 특성들은 온라인 성폭력을 설명하는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성을 상징하는 ID(또는 여자인데 남자 행세함)를 사용한 성별바꾸기(gender swapping)를 시행한 여성은 여성적인 ID(또는 여자라는 밝힐 때)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적은 성폭력 피해 경험과 정서적인 경험의 차이를 주장하는 것 (S. Turkle, 1996)을 볼 때 온라인 성폭력의 원인은 현실세계의 성별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물론 온라인 성폭력과 오프라인 성폭력의 차이를 규명하여 온라인 상의 특성을 온라인 성폭력의 대응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

셋째, 거부의사에 따른 성폭력 개념의 문제이다. 김은경(2000)은 '상대가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필자 강조) 합리적 이유 없이 상대가 원치 않는 성적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내서 상대에게 심각한 정서적 피해를 유발하는 일련의 행위로 느슨하게 정의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가 거부의사를 밝히는 않는, 그러나 불쾌한 성적언동은 온라인 성폭력으로 볼 수 없는지를 묻고 싶다. 거부의사를 밝히기 전에 이미 채팅방에서 나를 묘욕하는 언어들 '너 나와 어제 여관에 갔으면서 오늘은 웬 내숭이냐.......' 라는 식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면 또 동영상으로 불쾌한 메시지가 떴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동영상을 통해서 뜬 성폭력적인 여러 언설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자아의 손상까지 있었다면 그것은 성폭력이지 않는가? 그러므로 본 글은 넓은 의미로의 온라인 성폭력을 원치 않는 성적인 언어나 이미지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또는 위압감 등의 피해를 주는 행위, 나아가 성적인 접근이나 제안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적인 은유나 암시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까지 규정하면서 대책을 모색한다. 물론 필자는 위에서 규정한 광의의 성폭력을 다 법적 규제로 같은 정도로 관리하자는 말은 아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의 심각성과 피해자 개인의 의사에 따라서 대책들은 달라지리라 본다. 일반적으로 성폭력 범위를 넓힐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광의의 성폭력 의미를 수용하기를 꺼려하는 듯 하나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는 광의의 성폭력 개념이 더 유용하리라 본다. 즉 거부 후에 반복적인 불쾌한 메시지는 확실한 성폭력이지만 거부의사 표시 전에 작동하는 성폭력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 개념을 광의로 잡아 놓고 전략적으로 규제의 차원을 다양하게 한다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이러한 전제는 일반사이트에서는 모순 없이 적용될 수 있다.

넷째. 그렇다면 성인사이트에서도 이와 같은 생각이 적용 될 수 있는가? 본 연구와 기존 연구의 중요한 차이점은 사이트별로 성폭력 인식 여부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결과에서처럼 성인 사이트냐 일반 사이트냐에 따라 성폭력을 인지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이것은 복잡한 문제를 산출한다. 성인 사이트(예를 들면 주민등록상으로 성인만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대부분 유료로 운영되는 곳) 라고 규정하는 곳에서는 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이 성폭력(언어 폭력 /음란 대화 등)이라고 개념화하는 것은 가해자가 보기에는 성적인 대화라는 것이다. 성인 사이트를 애용하는 자들의 하나의 즐거움이며 만약 이런 성적인 대화가 싫으면 이러한 사이트에는 들어오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바이다. 따라서 사이트 별 성폭력의 개념 규정 여부에 따라 대책이 달라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관건이 된다. 즉 성인 사이트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으나 일반 사이트와는 다른 개념과 대책의 적용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이 행해져야 하나 '사이트와 무관하게 성적인 대화와 성폭력은 구분될 수 있으며 그 기준은 피해자가 결정한다'는 대원칙을 강조한다. 굳이 일반 사이트와의 차이를 이야기한다면 성인사이트에서는 '거부의사 표시여부'가 더 강조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성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돈을 사용하는 유료 사이트라 할지라도 성인사이트에서 쌍방 간의 성적인 대화를 하다가 불쾌해져 거부의사를 했으면 받아 들여져야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것은 명백히 성폭력인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간의 대화규칙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지켜야 한다.

다섯째, 성인 사이트에서의 포르노스러운 동영상이나 외국 서버를 사용한 온라인 상의 음란물을 어떻게 볼 것 인가이다. (성인사이트만이 아니라 일반 전자우편에서도 '온갖 합성사진 있습니다. 사시려면 얼마 ....'라는 정체 불명의 메일이 오고 확인하면 맛 뵈기라고 몇몇의 사진들이 뜨면 그것은 성폭력이라 언급했다) 성인 사이트에서 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성폭력이 아닌 여성 비하적인 무차별적인 동영상이나 문자, 포르노 등을 성폭력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성폭력과는 다른 범주의 음란물 배포에 대한 문제로 볼 것인가는 성폭력 개념의 문제부터 외적 규제와 내적 규제의 방법론 문제까지 복잡하다. 예를 들어 최근의 인터넷 방송 폐쇄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라기보다 미풍양속을 해치고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규제에 대해 온라인 상의 성폭력을 근절하려는 의지를 가진 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해야 하는가? 과연 성인 사이트 자율적 규제(등급제 등의 수위 조절)와 동시에 성폭력 예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과 전략이 제시되어야 하는가? 청소년 문제와 연결시켜볼 때 또다른 문제를 파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그러나 성적인 접근이나 제안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적인 은유나 암시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온라인 성폭력으로 규정한다면 성인 사이트라 할지라도 온라인 상의 성폭력이 되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성인 사이트에서의 성적인 내용의 유연성은 인정한다. 문제는 성폭력 적이지 않게(여성 비하적 이지 않고 여성이 불쾌하지 않게)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 인가이다. 성인 사이트의 질을 높이는 것은 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그것을 관리하는 온라인 업체의 몫이다. 또한 그에 따라 각각의 사이트의 특성이 결정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므로 성인 사이트가 저질스럽다는 것과 (성폭력을 당하고 싶지 않는)여성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사용하다가 성폭력을 당하면 그 여성책임이라는 것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이상에서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위-언어 사용방식이나 구성내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특히 여성에게)문제가 되며 평등하고 유쾌한 사이버 공간 사용을 위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어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그렇다면 누가 무엇을 사이버 공간의 문제 있는 행위로 규정할 것이며 누가 그것을 관리할 것인가? 개인적이기보다는 사회적인 대처로, 비공식적 대처보다는 공식적 대처로의 강력한 규제의 제도화인가?

온라인 성폭력은 오프라인과 달리 규제 면에서 몇 가지 딜레마를 갖는다. 먼저 사이버 세계는 일반적으로 자유와 공유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확장되어 왔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든 자유와 공유가 침해받을 때 사이버 문화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홍성태, 2000) 그러나 자유와 공유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이 문제는 딜레마 상황에 놓일 수도 있지만 쉽게 풀려 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적 규제와 내적 규제가 맞서고 있다. 외적 규제란 국가권력에 의한 사법적 통제를, 내적 규제는 이른바 네티켓에 의한 통신인의 자율적 통제를 말한다. 그리고 내적 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결국 외적 규제의 강화를 피할 수 없다. 인터넷 상의 질서를 확보하면서 선의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터넷에 대한 다각적인 규제와 동시에 인터넷 접속자 들의 이러한 규제에 대한 저항감이 충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뿐 만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불평등한 배분이 두르러지는 우리의 사회적 현실은 지속적으로 외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외적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이버 세계의 자유란 누구를 위한 자유이며 무엇을 위한 공유인가? 그 안에서 여성은 어떠한 위치에 놓여져 있는가? 또한 성폭력에 대한 개념의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남녀의 성문화의 구성이 이미 다르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폭력에 대한 입장이 갈수록 극단화되는 사실을 아는가? 국가권력에 의한 사법적 통제라는 것이 이 모든 것을 불식시킬 수 있는 굉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권력은 그것을 납득시킬 설득기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필자는 사회적 합의를 창출할 수 있는 반 성폭력 담론의 형성을 위해 자율적인 운동방향을 모색해보려 한다. 특히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관계를 구성하는 우리 사회의 권력관계에 대한 다의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현실 성별관계에 기반한 권력관계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온라인 공간의 성폭력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집단 각각의 내면을 구성하는 규율권력을 드러내기 위해 성폭력/성에 대한 남녀의 인식을 드러낼 수 있는 자기 점검을 위한 지식구성, 각각에게 책임을 지우는 성찰적 태도, 그리고 개인/집단 스스로의 자율적인 규제를 위한 온라인 상의 담론창출의 여러 방안을 모색하였다.


2. 온라인 성폭력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개인 피해자 대응


2-2. 온라인 성폭력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개인 피해자 대응

개인의 성향이나 인터넷 숙련기간에 따라서 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 따라서 성폭 력 대응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각 개인 피해자가 가장 쉽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 색하는 것이 피해자 개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아직 자신이 당한 경험 이 성폭력이라는 인지의 부족이나 당신이 한 행동이 성폭력일 수 있다는 담론적 합의가 성 별이나 연령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이 고통스럽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뿐 만 아니라 가해자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미상인 경우와 가해 자가 아는 사람 일 경우, 피해자의 경험의 내용이나 피해 정도, 대응책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그 차이를 무시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으나 어떠한 커뮤니티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쉽게 대처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먼저 모르는 사람인 경우 가장 쉬운 것은 그 상황을 무시하는 대처법을 쓰는 것이다. 그 러나 많은 겨우 무시대응보다는 적극적으로 가해자에게 경고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피해자의 적극적인 저항의지를 보이는 것이 좋다. 동시에 모든 성폭력 사건이 그러하듯이 증거를 꼭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저항의지를 보여도 지속적으로 성폭력이 행사되면 여성단체, 경찰, 정보통신위원회 사이버 성폭력신고센터 등에게 상담 또는 신고하고 가해자의 회사 (ISP)에 가해자의 서비스 이용을 중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가해자의 이메일 주소를 확인하고 ISP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인 경우, 피해자는 그 사람의 의중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저항이 쉽지 않다. 나에 대한 관심일 수 있다는 우려, 평소에 친밀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저항의지가 가혹할 수 있다는 우려, 싫다고 했다가는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 등 여성의 관계에 대한 배려 가 피해자 여성의 저항을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커뮤니티에 그 사실이 알려 질 수 있다는 불안, 자신이 그 커뮤니티를 떠날 수 있다는 불안, 더 나아가 사이버 스토킹에 서 현실 스토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피해 여성으로 하여금 그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피해자들이 대응을 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온라인 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것을 통념깨기의 대응책으로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즉 언제든지 쉽게 피해자들이 컴퓨터를 끌 수 있는데 끄지 않고 머뭇거리면서 성폭력을 당하는 것이 피해자들 의 잘못으로 해석되는데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아는 사람이 피해자인 경우 온라인 성폭력 의 대응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통념이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에 대해 더욱 객관적일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피해자는 모르는 사람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판단하기에 원하 지 않는 성폭력 적인 언설 등에 대해서 강력하게 저항 의지를 보인다. 온라인 성폭력의 범 죄 구성요건에 대해서 상담해보면서 범죄행위로 신고할 것인지 아니면 가해자의 공개사과를 받고 자신이 그 사건을 통제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단 아는 사람일 경우 소극적으로 자신이 통신 공간을 자신이 먼저 포기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좋은 해결방법이 아니다. 사이버 수사대나 상담소에 상담할 수 있으나 아는 관계가 깨질 것을 염려한다면 후자로 결정할 수 있다. 즉 게시판 등을 활용하여 커뮤니티 안에서 가해 행위에 대해 같이 토론해 본다. 가해자 가 자신이 한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결과처럼 하나의 놀 이로서, 호기심으로 성폭력 할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때의 상황, 감정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기를 제언해 볼 수 있다. 만약 가해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가 해자를 제외하고 단체의 이름으로 토론할 수 있다.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여성연대회의, 한국성폭력상담소, 1998년) 동시에 온라인 업체에게서 가해 ID사용자의 소속을 알아내어 가 해자에게는 반성문과 사과문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사과문을 통신상에 공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폭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 형성, 자율적 제재 가능성, 그리고 피해 자의 고통이 드러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훈련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예방 및 근절 부분에서 모색해보자.

3. 온라인 성폭력 규제를 위한 영역별 제도 마련


3-1. 온라인 업체들의 자율규제의 현실과 과제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용 회사에게 성폭력피해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접수할 때 이용회사들이 즉각적으로 회원들의 의사를 충족시켜주는가? 많은 경우 피해자들은 불만이 많 다. 일단 PC 통신 인터넷 서비스 기본 약관에는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으며 온라인 성폭력의 피해 예방, 피해 구제, 가해자에 대한 어떠한 규제조항도 없다. 단지 약관 에는 이용고객의 불만 사항접수, 처리(15조 1항), 회사는 불만사항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 우 이용고객에게 그 사유와 처리일정을 통보(11조 1항) 처리결과의 규정과 이용자는 공공의 안녕 질서, 미풍양속을 행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조 제 3항) 피 해자들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이 조항을 활용해서 성폭력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판단하기에 확실한 불만 사항이라는 것이 인지될 때 만 그나마 성폭력 사건이라는 불만이 다루어질 수 있다. 이때 성폭력의 판단은 피해자가 인 지하는 피해의 정도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수용한 업체 의 인식결과로 성폭력 사건들이 판단되며 처리된다.

이러한 현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했을 때 온라인 업체에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것은 사이트의 특성에 따라 피해자들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 한다.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회원 수 배가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객불만 사항을 처리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가능한 한 몇 가지 수칙을 제언해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0/ 페미니스트 저널 IF 2000년 겨울호)
- 업체들이 개인에게 동호회와 홈페이지를 개설해 줄 때 의무적으로 네티켓 교육을 실시하도록 약관을 개정해야 하며 이용자들도 무조건 그 약관에 동의할 것이 아니라 업체의 약관들을 비교하면서 여성에게 불리한 약관을 수정/삽입을 요구할 수 있다.
- 특히 성폭력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규정과 처리 절차를 약관에 넣는다.
- 초기화면이나 화면 밑에 ISP의 전화나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두거나 성폭력 신고센터에 바로 링크할 수 있도록 서비스 조치한다. 즉 '본 사이트에서는 여성 적대적인 언설을 금합니다' 등의 명시와 함께 온라인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배너를 설치한다.
-온라인 이용자가 성폭력이 발생하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 장치를 개발 보급한다.
-고객설치를 운영하되 담당자에 대해 성폭력 예방교육과 사건 직후의 법적 조치, 피해자 대응책에 대한 교육을 시킨다. 뿐 만 아니라 고객설치센터에서는 게시판 관리를 한다는 것 을 정기적으로 공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게시판이 과열 될 조짐이 보일 경우, 게시판 관리자는 관리 원칙과 성폭력일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의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검열이라기보다 온라인 업체가 당연히 할 의무로서, 이러한 관리가 있다는 것은 가 해자에게는 생각할 기회를, 피해자에게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3-2. 법적 규제와 자율 규제의 접점 마련

온라인 성폭력의 범위를 넓게 잡는다면 담론 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성폭력 개념과 법적으로 구성되는 온라인 성폭력의 범주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성폭력의 특성과 요 건에 따라서 적용할 수 있는 법은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정보통신망 법 개정안)을 통해 타인의 ID도용문제, 그리고 정보 통신망 을 통하여 자신이 제공한 정보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법적, 민사적 형사적 책임 여부를 묻을 수 있다. 또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특별법) 제 14조 통신매체 이용음란에 의해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다. 그 외 온라인 성폭력 의 피해 중의 하나인 사이버 원조교제, 사이버 스토킹 범죄도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 보호법, 청소년 성 보호법 등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폭력인 불쾌감 등의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는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 없으며 스토킹 방지법도 기 존 법률의 관련규정에 의해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성폭력은 정말로 신종성폭력(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0)이기 때문에 그것을 규제 할 법이 제대로 마련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경미한 법이라도 그 법 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확인과 그 증거가 있어야 하며 온라인 상에서 증거확보를 위 한 기술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각 피해자들이 그 기술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온라인 성폭력을 다스릴 강력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가?

온라인 상의 특성-누구나 쉽게 참여하며 익명성을 통한 창조성, 탈 시간성과 탈 공간성 을 통한 정보 산업에의 파급효과 등등을 위해 타율규제보다는 자율규제를 선호하였다. 이는 타율규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위한 적용에서의 우선순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보다는 민간단체, 정부, 개인들간의 역할 분담을 검토하여 윤리 의 식과 공동체 의식 아래 온라인 성폭력대책을 위한 자율 규제 안을 더욱 정비해야한다. 물론 자율규제 뒤에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어떠한 제재가 따라온다는 제도적인 틀(형사 민사적 제재)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의 실명제는 분명 성폭력의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 율적인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사이버 공간이 결코 익명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기술력과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실명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과 함께 자신이 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것을 네팃켓 차원에서 강조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 해 언론과 공조체제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언론 한 지면의 주기적인 코너를 활용하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란 단지 인터넷 기술 등의 지적인 지식만이 아닌 사이버 세계에 대한 윤리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유관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온라인 성폭력은 각각의 동호회, 게시판 등의 네티켓 운동 뿐 아니라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처하는 주요단체들-학부모 정보 감시단, 정보통신윤리 위원회, 청소년 보호 위원회, 기독 교 윤리 실천 운동, 한국사이버 감시단 -과 건전한 통신을 위한 모임, 여성 단체내의 홈페 이지 등 건전한 통신 문화의 조성에 힘쓰는 단체들이 많다. 특히 정보통신위원회에서는 2000년 5월 사이버 성폭력 피해 신고 센터를 개설하여 운영 중에 있다. 이는 사이버 성폭력 방지를 위해 발족한 국내 최초의 신고센터이며 피해신고 접수 법률 자문 심의기관 의뢰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신고센터 홈페이지 등의 예방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형사정책연구원, 2000) 여성단체 등과 마찬가지로 이 신고센터도 관계 법률에 위반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고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러한 신고센터의 증설과 함께 이러한 신고 센터가 있다는 것이 홍보되어야 한다.
4. 사이버성폭력 예방 및 근절대책


4-1. 적극적 대처를 위한 성찰적 세력화 : 지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 기르기

성폭력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적극적 대처, 이를 위해 성찰적 세력화의 조건들을 생각해보 자. 성찰적 세력화란 말 그대로 자신을 둘러보는 성찰적 과정을 통하여 힘을 기른다는 말이 다.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지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지적 지식이란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통념, 원인, 대책 등의 아이디어와 전략 등이다. 이 것은 여성 섹슈알리티의 구성을 전제로 한 비판적인 의식이다. 여성들의 성폭력 경험이 분 리된 개인적인 수준에서만 나타난다면 그 여성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경험을 여성들간의 연대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이 것으로만 끝난다면 그 여성은 완전한 생존자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생존자가 되려면 그 여성은 남성과의 안전하고 재미있는 관계를 위해 새 롭게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남성들의 폭력적 말걸기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저항 으로 새여성으로 살아나야 한다. 온라인 상에서 성폭력 이후에도 여성은 안전하고 재미있게 자신의 통신할 권리를 다시 주체적으로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경험적 지식'의 획득은 지적 지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겠지만 경험적 지식이 없다면 지적 지식도 완전하지 않 다. 남녀의 성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지향하려는 실제적 전략의 시작으로서 여성들은 자 신의 성폭력 경험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결국 여성의 세력화를 위해서는 두 지식은 분리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지적 지식을 강조하는 반-성폭력 프로그램 교육방식의 방향성회를 주 장하기 위하여(변혜정, 2000) 필자는 경험적 수준에서의 지식이 온라인 상에서 어떻게 가능 한지를 고려하였다. 물론 이것이 '잡초에서 자란 사람이 잡초 생리를 안다는' 경험주의 예찬 에 따른,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만이 성폭력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적인 수준이든 경험적 수준이든 자신이 아는 만큼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성 폭력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성이 가진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의 성폭력 예방 대책이 다.

1. 온라인 상의 기술 익히기 : 인터넷 숙련기간에 따라서 피해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이 온라인 성폭력 사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오랜 인터넷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피해를 무시하거나 사소화하는 경향도 있으며 반대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인터넷 숙련 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대목이다. 온라인을 즐기고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온라인 상에서 작동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시판 논쟁이 가열되면 속도 전에 밀려 뒤지게 된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이용해 복사해서 시의 적절할 때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저널IF, 2000 겨울) 이처럼 여성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알아야 할 기술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2. 성폭력에 대한 지식 알기 : 1980년대 말 성폭력에 대한 명명이 시작된 이후 많은 사람 들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러나 아직도 피해자 가해자간 개념적 합의 나 의사소통이 된 상태는 아니다. 10년 간의 역사(민경자, 2000)가 성폭력을 알리기 위해서 여성/사회단체가 애써온 시기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성폭력 경험과 가해경 험에 대한 토론의 장을 드러내고 사회적 합의를 할 때이다. 성폭력에 대한 신화나 통념이 단지 여성단체의 주장에 의해서 비판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비판, 수용되 기 위해서는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위에서 필자가 언급한 온라인 성폭력 특성들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들을 들어보고 동시에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을 드러내본다.

3. 두려움 없애기 : 온라인 성폭력은 가상공간의 언어로만 작동되는 폭력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성폭력과 연계될 수 있으며 현실과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단지 언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맥킨논, 1993) 그럼에도 온라인 성폭력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십분 살려 저항할 수 있는 가능성(Yaghtin, 1998)이 있다. 온라인 상의 비대면성과 익명성이 가해자의 특성으로 십분 활용되었다면 피해자도 이 특성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다. 온라인 성폭력이 단순 언어만은 아닌, 여성의 정체성과 자아, 자율성을 위협하기도 하지 만, (결과적으로는 언어폭력이기 때문에)순결침해가 없다는 사실(온라인 성폭력은 오프라인 성폭력과 달리 비 물질성 때문인지 많은 여성들이 활발하게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다, 마치 강간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지하철 성추행은 활발하게 드러내듯이.), 기술력 향상에 따른 통제 가능성, 비대면성과 익명성이라는 온라인 상의 특성이 피해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없 애는 단초를 제공 할 수 있다.

4. 자신의 감정 다스리기 : 성폭력 상황에서 여성 피해자들은 언제 어떻게 거부의사를 표 현해야 할지 그리고 거부의사를 표현할 때도 가해자를 배려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혹시 선의의 관심의 표현일 수도 있고 자신의 오해일 수 있다며 상대방을 최 후까지 배려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여성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타인의 감정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중요 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여성 스스로 자신은 절대로 이렇게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상대방도 그러리라 판단한다. 혹 상대방의 관심의 표명이라도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성폭력이다. 거부의사 표현의 방식도 여러 가지로 준비하면서(많은 피해자의 경우 성폭력을 당하면 머릿속으로 인지한 것과는 달리 가슴이 뛰 면서 손끝이 떨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다스린다.

5. 성적인 쾌락 찾기 : 여성들도 야한 사이트 들어가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야한 농담 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당하지 않으려면 야한 사이트 들어가지 말아라' 라는 충고는 올바른 충고가 아니다. '밤늦게 야한 옷차림을 하고 돌아다니지 말아라' 가 성폭력 예방대책이 될 수 없듯이. 그것이 아무리 현실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충고는 여성들의 성적 인 즐거움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제한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사회의 성담론을 공유하는 자는 남성이고 남성의 경험으로 점철된 것이 우리의 성담론이라는 사실 이다. 우리의 성담론은 이미 남성 중심적인 경험의 질서에 의해 그들만의 쾌락의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이 들어 갈 수는 있으나 이미 '지뢰밭'인 위험지대이다. 만약 들어간다면 나의 언어가 어떻게 왜곡되리라는 것은 알고 들어가야 하며 동시에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도 충분히 알고 들어가야 간다. 그런데 각각 야할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는 이유가 무엇 인가? 그 곳이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자극적이며 스트레스를 풀 기 위해서였다면 여성들은 또한 자극적인 재미를 주는(준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에 문제제 기 해야 한다. 동시에 남성이 있어야 만이 성적인 것은 아니며 반대로 여성이 있어서만이 성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충분히 알고 대담하게 준비를 하고 들어 간다는 것이 여성의 삶에 힘을 주며 즐거울 수 있는 쾌락을 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적 진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는가?? 만약 적진이 즐거우려면 또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6. 여성들간의 여성공간의 점유 : 남성들이 주로 회원인 성적인 공간을 적진으로 묘사하 며 반대로 여성의 성적인 공간은 본질적으로 환상적 에로스이며 평화 지향적이며 상호적이 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성적인 언어는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으며 여성의 성적인 즐거움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추구하는 성적인 대화를 위하여 여성들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성적인 대화 뿐 아닌 여성들간의 관심사를 표현 할 수 있는 여성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함부로 행동하는 자들은 들어올 수 없는 곳(경고를 받으면 언제든지 나가야 되는 곳), 서로의 즐거움을 위하여 여성들이 주인이 되는 사이트를 만들며 그 곳을 지키는 자도 여성들이다. 물론 여기서 여성은 생물학적인 여 성만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한다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