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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비정기영화소모임 씨네필은아니지만 - 한국성폭력상담소 배 호프 호불호 대전

2026년 8월 20일, 저녁 7시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1층 공간에 열 한 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몇 월 며칠인지, 구체적인 장소가 어디인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모두 영화 <호프>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들이었다는 점만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그것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정성스러운 김치주먹밥과 알타리무김치로 배를 채운 후, 모임원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 다섯 개와, 싫어하는 영화 다섯 개를 소개했지요. <겟 아웃>으로 데뷔한 조던 필 감독의 이런저런 영화들, <아바타> 시리즈는 호와 불호 평을 번갈아가며 받았습니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누군가에게 혹평을 받는 순간, ‘호프 대전’이 아니라 ‘벌새 대전’이 벌어질 뻔도 했습니다. 사회자가 벌써부터 과열된 분위기를 감지하고 우리의 목적은 <호프>라고 일깨워주셨습니다. 평이 늘 갈렸던 것은 아닙니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모두가 일심동체로 ‘불호’ 판정을 내렸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중 <추격자>의 노골적인 여성혐오 측면에 대해서는, <호프> 이후로 나홍진과 일심동체가 되었다고 선언한 극호(aka 호타쿠) 참여자께서도 함께 비판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호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극호 사람들이 호프에 대한 좋은 말을 늘어놓을 때, 불호 사람들의 표정이 혼란스럽게 식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반면 불호 사람들이 불호 평을 나눌수록, 극호 사람들은 신나했던 것도 재밌었습니다. 열띤 토론이 과열되기 시작했을 때, 사회자가 할리갈리 종을 치며 모두를 침착하게 만들었던 장면도 재밌었습니다.

이하 모임이 유랑님의 모임 기록을 덧붙입니다. ‘호’편이었던 유랑님은 모임이 너무 즐거워서, 집에 가면서 기억나는 오늘의 대사를 기록해보았다며 아래 내용을 공유해주셨어요. 덕분에 모임의 기억이 생생해질 수 있었습니다.
불호: 호프는 그냥 똥이었다.
극호(호타쿠): 인정해요. 하지만 그게 바로 나홍진 감독의 의도된 의미 없음이죠.
불호: 하지만 이건 그냥 똥도 아니라 설사였다... 똥이면 그래도 배설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지만, 설사는 사람이 주체가 될 수 없이 휘말린다. 난 굳이 영화관에 가서 똥물에 휘말리고 싶진 않았다.
극호(호타쿠): 그래도 맛있었쥬?
극호(호타쿠): 저는 원래 <윤희에게>나 <캐롤>같이 침착하게 대화하는 퀴어 페미니즘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쿠얼의 함선이 무너지는 순간, 제가 쌓아온 모든 취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불호: 여러분, 솔직히 영화 너무 길지 않았어요? 지겹지 않았나요?
호들: (웅성웅성) 시간 빨리 지나갔는데...
극호(호타쿠): 저에게 호프는 1시간처럼 느껴졌다. (<호프>는 2시간 36분짜리 영화입니다)
불호: 전 3시간 30분짜리 영화인 줄 알았어요! 너무 길어서 시계 계속 봤다구요!
호: 고전적인 시간성 관념을 해체하는 훌륭한 영화다.
불호: 특히 바미기르랑 황정민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슬로우모션 나올 때는, 지금 도대체 뭐하는 건지 킹받고, 영화관을 나가고 싶었어요.
극호(호타쿠): 전 그거 너무 웃겨서 웃으면서 봤는데요 ㅠㅠ
안티팬: 그런데 솔직히 그거 좀 슬프지 않았어요?
일동: ....??
안티팬: 생각해봐요. 다른 행성에 왔는데, 지켜야 하는 왕자를 잃었어.....(갑자기 눈 그렁그렁함)
일동: ??? 진짜울어??? 요즘 힘든가봐....
불호: 영화가 너무 길어서 영화관 무료 주차 시간이 초과되었다. 티켓값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차비까지 계좌 이체해야 했다.
극호(호타쿠): 인정합니다. 그건 홍진이가 잘못했네요.
모임 내내 깔깔 웃고 우는(리터럴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너무 웃어서 다시 영화관에 들어간 줄 알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했건, 싫어했건 영화라는 매개로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펼쳐봤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비정기영화소모임 ‘씨네필은아니지만’은 사실 <호프> 대전을 하기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다른 화제의 영화가 나타날 경우 또 열자는 얘기도 했습니다. (<벌새> 대전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건 정말 싸울 거 같네요…)
그래서 <호프> 호불호 대전을 통해 호와 불호자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냐구요? 다시 유랑님의 모임 기록으로 결론을 갈음하겠습니다.
~결론~
불호: <호프>보다 오늘 모임이 훨씬 더 재밌었다. 나홍진 용서한다.
호타쿠: 여성들이 이렇게 즐거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여성들을 이렇게 즐겁게 하다니 <호프>는 페미니즘입니다(이 발언은 후에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적 토론 이후에 철회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럼 다음 비정기영화소모임 ‘씨네필은아니지만’을 기다리며~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수수가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