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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북클럽 다불다불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 ‘사랑과 우정의 마음으로’ 극우화에 맞서
  • 2026-08-07
  • 46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는 혼자서였다면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책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와 생각이 너무도 다른 이들을 마주하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피로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련된 기사조차 헤드라인만 보고 한숨을 쉰 다음 지나치고는 합니다. 그러던 중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격월간 북클럽 다불다불 덕분에 ‘극우의 탄생’에 대해 배우고 고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7월의 다불다불에 참여하면서 책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를 읽고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약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머와 지혜를 곁들인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요, 7월의 다불다불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을 세 꼭지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야기 꼭지 하나.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먼저, 함께 읽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참여자들이 크게 공감했던 생각은 ‘고양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긍심, 고무, 고취,… 이런 감각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쉽게 휩쓸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공유되었습니다. 자신들의 존재가 특별하고 가치 있다는 감각을 갈망하는 이들이 강한 소속감과 명확한 ‘적(敵)’을 제시하는 극단주의 담론에 쉽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 ‘모두가 나 아닌 다른 집단에 대해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빼앗김에 대한 감각이 극우 진영에서 내세우는 공정에 관한 논리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청소년들이 극우화되는 것에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담론이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예전에 학교 선생님들이 하던 말 중에 “공장 가서 막노동 할래, 대학 가서 소개팅할래?”를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말이겠지만 이렇게 일과 성취에 있어서 승패와 우열을 가리려는 기성세대들의 시도가 은연중에 청소년들에게 극단주의 사고를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참여자분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빈곤 노동에 대해 강의를 하는데 강의 중에 한 청소년으로부터 “사람들이 빈곤한 이유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시험만능주의, 공채만능주의가 청소년 세대에게까지 전해지고 있음을 돌아보게 되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또 한 가지, ‘필터 버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터 버블이란 ‘알고리즘이 이미 파악한 이용자의 선호를 바탕으로 편집한 개인적이고 독특한 정보 세계 속에서, 이용자가 다양한 시각을 접하지 못하고 자신의 관점과 유사한 관점만 온라인상에서 보게 되는 현상(책 270쪽)’을 말합니다. 현실에서도, 인터넷상에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만나다 보니 균형 잡힌 시각, 바른 시각에서 점점 멀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내 생각을 강화할 수 있는 사례들만을 접하게 되니 ‘내가 틀렸거나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더더욱 어렵겠죠. 올해 3월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관련 기사: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390)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더라도 극우의 탄생에서 플랫폼의 책임을 빼놓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플랫폼이 이용자의 관심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플랫폼이라는 매체가 극단주의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이야기 꼭지 둘. 극우의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방금 플랫폼이 극우의 탄생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말했는데요, 그렇다면 플랫폼은 극우를 탄생시키는 역할만을 하고 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이날 참여한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진보 담론 또한 인터넷 자본주의를 통해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플랫폼 그 자체’라기보다 ‘플랫폼의 설계구조’ 및 ‘플랫폼이 활용되는 방식’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용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랫폼이 건강한 담론이 오가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이용하고 감시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수단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겠다는, 진부하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을 다시금 얻었습니다.

 비슷하게 ‘극우의 에너지’ 즉 극우에 끌리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도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와 타인 간에 편을 가르고 우리와 타자를 나누는 방식,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사고방식 대신 그 에너지를 타인을 돕고 사회에 기여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에서는 독일의 사례를 제시합니다. 책에서는 ‘젊은 남성이 가진 자신보다 더 크고 나은 무언가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심리나 영웅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비롯한 여러 복합적인 정서적 세계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독일의 한 시범 프로그램에서는 극단주의에 끌릴 위험이 있는 청소년들을 소방관들과 짝지어, 다른 방식으로 ‘영웅적 행동’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한다(책 299쪽)’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극단적 사고방식에 휩쓸릴 위험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영웅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요? 앞서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사고가 전파될 수 있음’에 대해 논의했던 것처럼, 극우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가진 에너지 또한 다른 방향으로 쓰인다면 타인을 위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극우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남성) 청소년들에게 롤모델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남성) 청소년들은 누구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걸까? 이들에게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있나?’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떠오르는 인물이라고는 극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젊은 남성 정치인이 전부이더라고요. 현재 (남성) 청소년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들이 극단적 사고방식을 내세우는 인플루언서들의 논리를 쉽게 답습하는 하나의 이유이지 않을까요? 소방관이나 경찰관처럼 스스로가 가진 에너지를 나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그래서 (남성)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가치관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롤모델의 존재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 꼭지 셋. 극우 사고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사회 현안을 다루는 독서 모임에서 자주 내리게 되는 결론이면서 동시에 그날 다룬 문제를 나의 몫이 아닌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결론이기도 합니다.(라고 썼는데 생각해 보니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분들께는 아니겠네요. 제도를 바꾸고, 또 사회를 바꾸는 일을 매일 하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극우 사고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첫째,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하는 친구에게 다른 입장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야기해 주면서 설득했던 경험, 친구가 극우 진영의 논리를 답습하려는 것 같은 때 논박을 회피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접근하려 했던 경험을 나누어주시는 참여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정을 서로의 세계를 넓히고 변화시키는 관계로 이해하는 ‘우정의 급진화’를 통해 극우 사고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첫 번째 꼭지에서 잠시 이야기했던 ‘필터 버블’은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관점과 유사한 관점만 보게 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온라인상에서의 ‘필터 버블’처럼 오프라인에서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느낍니다. 결국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경험이야말로 이러한 단절을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싫더라도 어떻게든 부대끼면서 어울려야 한다. 그러면서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극우 사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둘째,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극우 사고의 확산을 막을 수 있겠습니다. 이날 함께해주신 한 참여자분께서 만화 업계에 계신 분이셔서 웹툰 산업에서의 극우 사고와 관련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치트키를 써서 1인자가 되는 스토리, 여성을 보상으로 받는 스토리가 플랫폼에 게재되고 인기를 끄는 것에는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책임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 여성혐오적 발언을 한 연예인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 없이도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자유롭게 활동하는 상황 또한 이들의 행동을 묵인한 시청자들이 만들어낸 결과겠지요. 그래서 저는 방송계가, 웹툰 업계가 눈치를 보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가 되고자 합니다. 동시에 혐오적인 콘텐츠에 문제 제기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혐오와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소비자가 되고 싶습니다. 괜찮은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이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방법에서부터 극우 사고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저’의 노력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7월의 다불다불에 참여하고 나니 언젠가 어렴풋이 들었던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여성주의자 여럿이서 모여 고민하고 해결책을 구상하는 시간 속에서, 혼자 책을 읽는 과정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9월의 다불다불에서는 또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요? 9월의 북클럽에서 만나 또 ‘다정하고 불온하게’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과 우정의 마음으로’ 다음 다불다불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 글은 자원활동가 하연님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