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4월13일은 태국의 새해를 맞이하는 전통축제인 송크란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물을 뿌리고 맞으며 복을 빌고 액운을 씻어내는 축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4월13일은 상담소의 생일입니다. 송크란 축제가 물을 맞으며 시작한다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개소는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5년 뒤, 2026년 4월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개소 기념 생일잔치는 벚꽃잎이 지고 초록잎이 나는 날에 열렸습니다. 35년동안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벚꽃의 개화시기를 앞당긴 것입니다.

35주년을 맞아 무엇을 할까? 이야기를 하다가, 동네 사람들과 이웃들을 초대하는 생일잔치를 떠올렸습니다. 상담소의 활동을 함께 만들어온 많은 분들을 초대해 환대하고 감사하는 잔치말이지요. 그래서 활동가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파란색 야외용 플라스틱 테이블을 빌려 깔고, 떡을 빻고 전을 부치는 생일잔치를 열게 되었습니다. 초기 기획안에서는 이나영-원빈의 결혼식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는데요(아래 참조) 의 결혼식 스타일은 아니고 지역축제의 노점같은 느낌이긴 하였지만 잔치의 느낌이 물씬 나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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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공간 및 스탭 컨셉: 약간 클래식 느낌(원빈과 이나영 결혼식 st)이라고 적혀있고 아래에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 사진이 있다.
주말에 장을 봐서 야채와 식재료들을 구입하고 당일 아침부터 분주히 요리를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잔칫상에 음식이 모자라지 않게 해야한다는 동아시아의 오랜 관념이 작동했습니다. 끊임없이 야채를 썰고 다듬는 활동가들이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부엌 총괄을 맡은 조*희와 겔* 활동가의 당근과 채찍 덕분에 식재료 손질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고된 노동에 지친 활동가 중 몇명은 점심시간을 틈타 세팅된 테이블 사이에 돗자리를 펴고 낮잠을 청했습니다.

(사진설명)책상 위에 야채, 조미료 등이 올라가있다. 책상의 한쪽에서 활동가 2인이 야채를 썰고 있고, 그 뒤로 조리를 하는 또 다른 활동가 2명이 보인다.

(사진설명) 주차장에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그 사이에 분홍색 돗자리가 깔려있고 활동가 2인이 누워있다.
▶ 1부 “이렇게나 많이? 후원 안하고 먹어도 돼요?”
5시. 드디어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무릇 잔치라 하면 음식을 깔고, 노래를 틀고 먹고 마셔야 합니다. 5시부터 7시30분까지는 주차장에 마련한 노상테이블에서 삼삼오오 모여 먹고 마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식은 묵무침(혹은 골뱅이무침), 파전, 잔치국수, 떡, 야채스틱을 준비했습니다. 기획자의 포인트 음식은 떡과 전이었던것 같은데요, 전은 반죽을 부쳐 야외에 커다란 부침판과 후라이팬으로 만들어 휙휙 뒤집어가며 붙였고, 떡은 떡매로 현장에서 찧고 떡고물을 묻혀 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활동가들 중에서 떡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활동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결국은 유경험자인 이사장님이 두 팔을 걷고 떡을 자르고 고물을 묻혔습니다. 다행히 파전은 상담소 최고의 요리사 은희조 원장님의 솜씨를 발휘할 수 있었어요. 노래는 지난해 연말 한해보내기 디너쇼에서 오매,란,은희조가 부른 “겨울광장의 깃발”을 반복재생하였습니다. 그게 뭔데?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 https://sisters.or.kr/activity/member/7728
그리고 떡을 찧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찾아오신 손님들도 한번씩 떡을 찧으며 유쾌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사진설명) 한 참여자가 떡판 위에 올려진 떡 덩어리를 떡매로 내리치고 있다.

(사진설명) 활동가와 이사장님이 나란히 서서 떡을 자르고 고물을 묻히고 있다

(사진설명) 활동가가 후라이팬으로 전을 부치고 있다. 후라이팬 위에 전이 공중에 띄워져있다.
삼삼오오 찾아오신 분들이 테이블에 앉아 준비한 음료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한분은 직접 담그신 매실주를 선물로 주셨고 술을 좋아하는 활동가와 손님들이 즐겁게 나누어 마셨습니다. 메세지로 소식을 본 회원분들, 인근을 들렀다가 SNS를 보고 번개처럼 찾아온 팔로워, 여러 이웃 단체의 활동가, 동네 이웃분들이 모두 자리에 함께해주었습니다.
후원행사에 익숙한 회원과 활동가 손님들은 모두 “이거 후원 안해도 돼요?” 라고 모두 물어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상담소는 늘 후원을 위해서만 이런 잔치를 하였던 것이에요. 후원이 필수가 아닌 나눠주는 행사에 모두가 어색해하였고 사실 활동가들도 조금 어색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의 연대, 응원, 애정에 보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설명) 활동가와 참여자들이 테이블 주변에 앉아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테이블 위에 음식과 맥주캔이 놓여있다.

(사진설명) 회색 후드티를 입은 참여자가 카메라를 보고 손으로 v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아 그렇지만 후원은 (필요하고) 환영합니다!!!!!!! 그리고 후원창구는 늘 열려있습니다!!!!!!!!!!!!
후원하러 가기 > https://secure.donus.org/ksvrc/pay/step1
▶ 2부 35년을 말하는 시간
저녁 7시30분부터 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배불리 먹고 마신 사람들은 이안젤라홀에 모였습니다. 협짱(협동사무국장의 애칭) 신아가 사회를 보았스빈다. 박부진 이사장님과 오매, 란 소장단의 인사로 인사로 행사를 열고, 활동가들의 토크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사진설명) 란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옆에 TV모니터에 "우리편과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부당한, 시계를 되돌리는, 존재를 부정하는 모든 것" 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설명) 란, 오매 활동가와 박부진 이사장님이 손님들의 앞에 서있다. TV 모니터에 "존재의 벽돌싸기와 소통의 길 만들기"라고 적혀있다.
‘만들고 부딪혀 온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활동가 토크는 자원활동가에서 상근활동가가 되고 열림터의 원장으로 환갑을 맞게 된 으니조의 이야기, 상담소의 가장 최근 입사자 유림, 살아온지 35년차를 지나고 있는 봄눈별이 상담소에 함께하게된 각자의 이야기와 활동하며 ‘부딪힌’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유림은 상담소에 입사하기전에 상담과 여성폭력 중 경로를 고민하며 대차대조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성폭력 활동을 하는 것의 단점은 "공고가 언제 날지 알 수 없고, 내가 가고 싶은 단체가 날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해요. 다행이 상담소의 활동가로 함께하며 단점이 사라졌네요~ (유림 다시한번 환영해요)

(사진설명) TV모니터 앞에 열림터 두명의 활동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설명) 관객들의 앞에 4명의 활동가가 앉아있다. 이중 한명의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있고, TV모니터에 "활동하면서 가장 세게 부딪쳤던 순간은?" 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이어진 회원과의 티키타카시간. 가장 멀리서 온 참여자, 가장 오래 후원한 회원 등을 찾아 즉석 인터뷰를 시도하였습니다. 뭔가 웃겼는데 기억이 안납니다. 그정도로 매우 즐거웠단 이야기이죠.

(사진설명)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고 다른 팔을 관객들에게 쭉 뻗고 있다.
마지막 코너는 좀 감동적이었습니다. 지난해 가을겨울, 상담소에서는 상아/봄눈별 활동가가 강사가 되어 다른 활동가들에게 에세이 글과 영상을 쓰고 나누는 자체 제작수업 (이름하야 영글방)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연장에서 활동가들의 글과 영상을 감상하는 ‘35번의 영글영글’ 시간을 가졌습니다.
글 낭독의 시간으로는 부리 활동가가 ‘식구되기’, 조은희 활동가는 ‘우리가 공유하는 유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낭독해 주었습니다. 소중한 글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식구되기 (글: 부리)
이곳에서 밥 지어 먹기에 동참하는 활동가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모으고, 그 모은 예산을 이 주의 당번이 소중하게 사용해서 장을 봐 온다. 그 귀중한 재료로 지난주 동안 고심한 메뉴를 오전 내내 만들고, 점심시간이 되면 함께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 비건을 실천하는 활동가가 참여할 때면 더욱 신경 써서 재료를 구한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식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모여서 밥을 먹는 일은 우리를 더욱 연결해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다양한 삶에 대해 함께 나누게 한다. 물론 비:연결이 필요한 날이거나, 특별한 식이 메뉴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면 조용히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가진다. 이 연결과 비:연결이 모두 “식구 됨”에 녹아든다. 올해 슬로건인 ‘다양한 삶을 상상하며, 저마다의 속도로 함께 나아가는 페미니스트 공동체’는 어쩌면 이런 식으로 우리의 곁에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공유하는 유산 (글: 조은희)
나는 태생적인 페미니스트였다.어린 시절, 세상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이해할 수 없는 성차별의 현실에 부딪쳤고,
그때마다 저항하고 부당함에 소리 질렀다.
여동생은 그런 나를 이렇게 기억한다.
“어릴 때 언니가 참 이해되지 않았어.
그냥 알았다고 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우는지…” (중략)
그리고 나는 결국,
늦은 나이에 상근 활동가가 되었다.
어쩌면 망설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빠름도, 늦음도 없다는 것을.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온 시간들이
결국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공유하는 유산은
단지 고통만이 아니다.
서로를 믿는 법을 배워온 시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온
연대의 역사다.
그 다음으로는 활동가들이 35를 주제로 찍은 영상을 보는 시간! 어떤 활동가는 강아지와 함께 지도에 35를 그리는 산책시간을 가졌고, 어떤 활동가는 핸드폰 없이 35시간 살기를, 어떤 활동가는 촛불 35개 한번에 끄기를 하였습니다. 운동인 활동가들은 발레턴/폴댄스 35바퀴 돌기, 팔굽혀펴기/케틀벨 35회, 운동 촛불 35개, 운동기구 35개 도전 등을 하였고요. 호랑 활동가의 챌린지 반성폭력 추천도서 35를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https://sisters.or.kr/activity/member/7827

(사진설명) 어두워진 공간에 TV모니터에 영상이 틀어져있다. 영상에 "봄눈별/ 촛불35개 한꺼번에 끄기"라고 적혀있다.

(사진설명) 활동가들의 35챌린지 영상의 일부. 16분할된 프레임에 각각의 챌린지 영상이 있다.

(사진설명) 활동가들의 35챌린지 영상의 일부. 벚꽃 사진에 "마포구에 벚꽃이 활짝 폈어요"라는 자막이 있다. 그 밑에 "유랑 / 35시간 동안 핸드폰 없이 살기"라고 적혀있다.
35챌린지 영상을 마지막으로 35주년 생일잔치 <부단히 만들어 기꺼이 부딪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1991년에 개소하여 하루하루가 쌓여 35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일생에서 35살은 본다면 세상을 조금은 알것 같은 나이일수도 있고, 여전히 좌충우돌이거나 미래를 알 수 없는 시간일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로에 있었든 35년 동안의 경험이 오늘을 만들었고, 또 내일을 고민하고 상상하게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소는 앞으로도 세상과 부딪히고 반성폭력 운동의 내일을 만들어가며 나아갈 예정입니다
[에필로그] 활동가 후기보다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가자들의 후기!
★민우*의 바* 활동가님의 후기★
오늘 한성폭 35주년 생일잔치에 초대해주어 고맙습니다. :) 35주년을 같이 기념하기 위해 잔치국수에 파전, 막걸리 말그대로 잔치 음식을 그저 내어주고(정말 아무 후원도 하지 않아도 되나 그래도 되나 싶었지만 그래도 되는 시간이 참말 잔치같았어요. 때때로 이런 기획도 참 신선하다 싶었어요!), 열림터 활동가분들의 스토리를 자분자분 나누고, 회원들과 티키타카하며 연결감을 느끼는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떡메치기, 매우 인상적! 힘주지 않았지만 (활동가들은 분명 힘주어 준비했겠죠…!!!) 충분히 다정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요.
★후원회원 조이**님의 후기 (SNS에서 몰래 담아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35주년 생일잔치에 다녀왔다. 감기기운으로 상태가 안좋았지만, 왠지 꼭 가고 싶었다. 앞 일정으로 좀 늦게 도착했지만, 본 행사는 늦지 않게 참석할 수 있었다. 후원행사나 기타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컨셉. 무엇보다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드러나서 정말 좋았다. 상담소가 35년간 이룬 성과들이 무수하겠지만 그것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담소를 만들어온 사람에 집중한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고맙고 소중했던 시간😍👏
@ksvrc_sisters #한국성폭력상담소 #귀한여성활동가들 #가장인상적이었던대차대조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