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지난 11월 7일 금요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5·18 성폭력 피해자 및 가족 17인’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첫 재판과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연대 발언과 참여로 함께했습니다.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 열매’는 첫 재판 당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법정 안팎을 메운 연대자들과 함께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우리는 서로의 길이다” 힘차게 외쳤습니다.

“오늘 재판은 단지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의 책임을 묻는 자리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 폭력이 남긴 상처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묻는 순간이며, 동시에 우리 스스로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 5·18성폭력 치유와 회복의 길을 여는 공동선언
재판에서 국가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계엄군과 경찰에 의한 불법행위(성폭력)가 발생한 1980년부터 소멸시효가 유효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해당 사건의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요지의 주장입니다. 방청을 하던 피해생존자와 연대자들은 이런 주장을 듣고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 5월에 계엄군과 경찰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법정에서 말하기까지 45년이 흘렀습니다. 피해 생존자들의 이 긴 기다림에 국가는 충분한 응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후 재판과 기자회견 과정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서 참여 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국가가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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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발언]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김혜정
어느 성폭력 피해자는 군사독재 시절 친족 성폭력을 겪었습니다. ’국민학생‘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그 한 해를 통째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했습니다. 길에 경찰과 군인이 있고, 아무나 불러 세우고 위협하고 때리던 시절, 국가와 군대에 의한 큰 폭력이 너무 강해서 - 나 개인에게 일어난 성폭력은 말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누르고 지배하는 것이듯이, 폭력 사이에도 큰 폭력 작은 폭력이 위계가 있나 봅니다. 폭력은 폭력을 동원하고, 폭력은 폭력을 재생산했습니다. 폭력들이 모여 폭력을 지탱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5.18 학살범을 법정에 세웠고, 5.18 항쟁의 희생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이제 5.18을 헌법에도 새겨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5.18 이라는 폭력이 낳았던 5.18의 성폭력은 ’나중에‘ 였습니다.오랫동안 조사되지도 않았고, 피해자가 말할 수 없었고, 피해자가 보호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법도 아직입니다. 폭력에 위계가 있었듯, 국가의 대책과 피해자 보호에 위계가 있었나 봅니다.
말하고, 모이고, 책임을 촉구하는 피해자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덕분에 저는 12.3 불법내란, 비상계엄 때 국회에 달려갔습니다. 저항하는 마음은 성폭력에 저항하고, 성폭력을 사소화하는 통념에 저항하고, 군대의 불법동원에 저항하고, 민주주의 훼손에 저항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서로를 힘껏 지지하고 연대하면서 가장 ’나중에‘ 로 밀렸던 변화를 가장 앞으로 밀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정부는 다시 한번 이 재판이 ’국가폭력‘이 되지 않도록, 원고인 5.18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신속하게 진행하기 바랍니다. 피해사실과 증언을 부당하게 부정하거나, 축소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기 바랍니다. 배상액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오랜 고통을 조각내고 짜깁기 하지 말기 바랍니다. 긴 시간으로 피해자의 기다림을 좌절과 소진으로 퇴색하지 말기 바랍니다. 승리를 함께 만듭시다. 생존자가 승리한다! 피해자가 승리한다! 우리의 민주주의에 성폭력은 없다!
- 이 후기는 부리🔥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