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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수다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2025년 7월 후기
  • 2025-07-31
  • 76

장마 중 하루, 우리는 모였다.


비는 하루 종일 내렸다. 창문 너머로 스미는 회색의 결심처럼 하늘은 젖었고 우리는 그 젖은 하늘 아래 모였다. 부드러운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아직 다 낫지 않은 그러나 서로를 낫게 할 수 있다고 난 믿는다. 이 자리를 우리는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라 부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잔치라는 말을 수용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살아남은 자들이 자신의 몸을 증언하기 위해 돌아온 어느 제사의 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자는 고유, 푸른나비, 나타샤, , 이음, 그리고 나. 고유는 화면 너머에서 집이라는 경계 안에서 우리와 함께했다. 고유의 숨결이 안젤라홀 안을 가만히 스쳤다. 그 순간 나는 사람의 존재란 얼마나 멀리서도 다가올 수 있는지 느꼈다.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 여기까지 다다르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고유의 목소리 너머에서 떨렸다.


우리는 음식을 가져왔다. 비건 피자와 샐러드와 레몬에이드, 과일과 비건빵. ‘포틀럭이라고 앎님이 얘기해 주셨다. 처음 듣는 말이지만 기시감은 있었다. 내가 있던 양산의 시골에서도 그렇게 한다. 잔잔하고 단단한 연대. 그건 생존의 기술이다. 처음엔 한국에서의 노동 이야기였다. 여성으로서 일하며 겪은 부당함과 혐오와 굴욕들. 이야기는 곧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로 이어졌다. “그가 아동 성 착취망의 핵심이었다고?”, “국가가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찢기는 것은 가장 약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과거가 현재처럼 덮쳐올 때 침묵하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대한 이야기. 푸른나비님께서 처음 피해를 글로 쓸 때 몸이 아팠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에 글을 썼을 때 한기가 몰려와 전기장판을 켜야 했다고. 몸은 안다. 기억은 살아있다. PTSD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음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눈은 CCTV, 내 피부는 센서예요.” 그 말은 나에게 무너지는 벽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의 바람 같았다. 조용하지만 방 안의 공기를 전부 바꾸어버리는 것. “시간이 간다고 치유되진 않는 거 같아요”.

우리는 말했다. 우리는 참 많은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말을 문장으로 옮기고 문장을 몸에서 떼어냈다. 그 쓰기 자체가 자기방어훈련이었다. 그리고 모임 이야기 속에서 또 자기방어훈련을 했다. 입으로 말하는 연습. 쏟아지는 말들이 곧 방패가 되었다.


치유 글쓰기 문집 이야기, 2018년 큰말하기에서서의 북 치기 퍼포먼스, 2025년 성폭력상담원교육에서의 큰말하기 대회 영상 시청의 감사함.


푸른나비님께서 말씀해 주신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의 미친년 프로젝트 소식엔 쾌감이 밀려왔다. 미친년이 예술이 되었다! 반갑다!


나는 초반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후 졸음이 쏟아졌고 조용해졌다. 하지만 입을 닫은 대신 귀를 열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한 음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고통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고통만 있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이토록 잔혹하고 이토록 따뜻하고 이토록 눈부신 모임. 나는 이들을 사랑한다. 술을 마시지 않기로 한 나는 페미락 때 술 마시려 하면 꼭 막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이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살아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런 모임 다시없다.


하지만 또 열릴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남았으니까!



이 글은 참여자 햇님 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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