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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토론회
  • 2026-10-01
  • 105

2026년 9월 21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의 조영래홀에서

프랑스 형법상 강간죄 개정과 한국 사법과제를 주제로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패러다임의 전환>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 자료집 바로가기)




프랑스는 2025년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 및 성추행을 정의하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이전에는 폭행, 강압(위력), 협박, 또는 위계를 통해 이루어진 성적 침해행위를 강간과 성추행으로 간주하였다면(프랑스 형법 제222-22조, 222-23조) 변경된 형법 조항은 "동의 없는 모든 성적 행위는 성폭력을 구성한다"고 명시하며 "동의는 자발적이고 충분한 정보에 입각해야 하고, 구체적이고, 사전적이어야하고 철회 가능해야 한다", "피해자의 침묵이나 반응이 없다는 사실 만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프랑스 형법 제222-22조] 

Constitue une agression sexuelle tout acte sexuel non consenti commis sur la personne d'autrui ou sur la personne de l'auteur ou, dans les cas prévus par la loi, commis sur un mineur par un majeur. Au sens de la présente section, le consentement est libre et éclairé, spécifique, préalable et révocable. Il est apprécié au regard des circonstances. Il ne peut être déduit du seul silence ou de la seule absence de réaction de la victime. Il n'y a pas de consentement si l'acte à caractère sexuel est commis avec violence, contrainte, menace ou surprise, quelle que soit leur nature. Le viol et les autres agressions sexuelles sont constitués lorsqu'ils ont été imposés à la victime dans les conditions prévues par la présente section, quelle que soit la nature des relations existant entre l'agresseur et sa victime, y compris s'ils sont unis par les liens du mariage. Lorsque les agressions sexuelles sont commises à l'étranger contre un mineur par un Français ou par une personne résidant habituellement sur le territoire français, la loi française est applicable par dérogation au deuxième alinéa de l'article 113-6 et les dispositions de la seconde phrase de l'article 113-8 ne sont pas applicables.

성적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 또는 행위자의 신체에 대하여 행해지는 모든 성적 행위는 성적 침해(성폭행)를 구성한다. 또한 법률이 정한 경우에는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행한 성적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 이 절에서 말하는 동의(consent)란 자유롭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구체적이고(specific),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며(prior),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revocable) 것을 말한다. 동의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과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피해자의 침묵이나 단순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성적 행위가 폭력(violence), 강요·강제(constraint), 협박(threat) 또는 기습·기망에 가까운 ‘surprise’를 수단으로 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동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수단의 구체적인 형태나 성격은 묻지 않는다. 강간 및 기타 성적 침해(성폭행)는 이 절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피해자에게 강제로 이루어진 경우 성립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었는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양 당사자가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미성년자가 프랑스 국민 또는 프랑스 영토에 상시 거주하는 사람에 의해 해외에서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형법 제113-6조 제2항의 예외로 프랑스 법률이 적용된다. 또한 제113-8조 후단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어 번역 GPT)


이번 토론회는 프랑스에서의 이러한 변화의 맥락과 한국에서의 적용점 등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산드린 미라벨로(프랑스의 성폭력 및 가정폭력 전문 검사)의 메인 발제와, 프랑스 비동의 간음되 도입에 대해 연구한 전윤경(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의 발제를 통해 프랑스의 법개정의 의의, 한국에서의 도입의 시사점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이러한 '동의 기준'의 변화는 지젤 펠리코 사건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남편이 약물로 아내를 잠재운 후 온라인으로 남들을 모집해 성폭력을 하게 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재판을 거쳐 약 50여명의 가해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중 일부가 묵시적인 동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잠든 척 하는 줄 알았다', '부부의 플레이인줄 알았다' 등) 로 항변한 것이 개정의 필요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명시적인 동의가 없었음도, 성적 각본에 따라 혹은 이전에 성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의한줄 알았다는 논리는 한국의 수사재판과정에서도 가해자들의 가장 흔한 변명입니다. 상담소가 올해 진행한 '동의했다는 착각' 토론회에서 볼 수 있듯이 재판부는 이러한 변명을 용인합니다.

☞ 동의했다는 착각 자료집 바로가기 


프랑스 사회는 실질적인 동의가 없었음에도 가해자의 시각으로 (묵시적으로 합의된) 성관계라고 간주하는 것을 '강간문화'를 부추긴다고 보았고, 형법개정 입법제안서에 법 개정의 필요성이 명시되며 이버ㄴ 토론회의 제목이기도 한 '강간화에서 평등문화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입니다. 


입법 제안서에 이런 표현이 들어가다니 정말 너무 멋지고!!! 우리고 하고싶고!! 그런 마음이 솟아나지 않나요?




한국의 강간죄 개정 도입의 필요성은 나날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처벌 과잉이다, 무죄추정의원칙을 위반한다 등의 반대의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드라 마리벨로 검사는 법 개정 이후 신고건수가 올라갔지만,  모든 사건이 기소되는 것은 아니며 수사과정에서 피해의 입증 등을 통해 기소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윤경 교수님의 발제문에 나온 것과 강간죄 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임에도 처벌하지 못했던 성적침해 행위에 대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의 적용 범위를 넓힘으로써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실패한 형법의 ‘보호기능’과 ‘처벌기능’을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입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대신해, 토론문의 한 문구를 인용합니다. 


"한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은 그동안 피해자와 연대하며 폭행협박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행 강간죄의 개정과 강간죄 판단에 적용되어 온 최협의설의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연구자와 법학자, 입법자들은 꾸준히 형법상 강간죄 개정을 위한 법률안을 마련하고 발의하며 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이 동의에 기반한 강간 입법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충실히 보장하고,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나아갔듯이 한국에서도 구체적인 법과 제도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법에 담고, ‘동의’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장이 성폭력 법체계에 반영되도록 한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은 앞으로도 필요한 공론장을 형성하고 요구하며 다양한 실천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이다.

- ‘강간문화’에서 ‘평등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초석, 형법상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이 후기는 여성주의상담팀 호랑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