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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단호한 시선] 동의 중심 강간죄, 이제는 입법의 시간이다
  •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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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시선]

동의 중심 강간죄, 이제는 입법의 시간이다


6월 9일, ‘동의 없는 성폭력’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소 본안심사에 회부되었다. 피해자가 75차례에 걸쳐 거부의사를 밝혔으나 피고인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1950년대  성폭력 범죄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정조권’이었던 시절의 산물로 현실의 성폭력을 전혀 포괄하지 못할 뿐 아니라 헌법 상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백하게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이제 본격적으로 해당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전원재판부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하라는 요구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2024년, UN 여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UN CEDAW)는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적행위를 강간으로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하라”라고 권고했다. 올해 5월 정부는 후속조치 이행 보고서에서 강간죄가 아직 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입증 책임의 원칙 및 형사절차상의 부담과 관련한 쟁점,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방식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고려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강간죄를 개정하더라도 범죄 입증 책임이 여전히 공소기관에게 있다는 사실은 지속적으로 이야기되어 온 사실이다. 또한, 법원은 이미 카메라이용촬영죄 등에서 촬영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 판단하고 있고 강간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등 동의 여부는 이미 성폭력 재판 현장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은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것에 합의하고 있다. 2025년,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같은 해 비동의강간죄 입법을 요청하는 국민동의청원 3건이 모두 5만 명을 넘겨 국회 상임위로 회부되었다. 또한, 강간죄 개정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2023년 일본에 이어 2025년 프랑스까지 강간죄를 동의 중심으로 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EU는 “명확한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EU 회원국들의 강간죄 기준이 동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있다.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동의 중심의 강간죄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일이다. 최근 성평등가족부는 “비동의 강간죄 등 젠더폭력 관련 입법과제들을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또한, 오랫동안 미뤄온 강간죄 개정을 이번에야말로 진행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동의 중심의 강간죄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국회와 정부는 강간죄 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2026.6.30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