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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공동성명] '검찰개혁’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개악(改惡)’이 되어서는 안 된다 - ‘검찰개혁’에 대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입장문
  •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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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개악(改惡)’이 되어서는 안 된다.”

- ‘검찰개혁’에 대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입장문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전성협)는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지원하는 성폭력상담소 134개소로 구성된 협의회입니다. 전국적 네트워크로서 피해자 지원 및 관련 법. 제도.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5년 9월 5일 검찰개혁 관련 의견서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전성협은 2026년 5월 12일부터 5월 31일까지 회원기관 대상 ‘검찰개혁’ 관련 현장의견수렴을 실시하여 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 경험에 근거한 의견을 취합하였으며, 그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부당한 성폭력 사건 수사결과에 이의제기할 피해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 수사에 대한 이의제기 및 보완수사 절차를 통해 부실하거나 부당한 수사에 대한 재검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소위 ‘검찰개혁’ 이후 경찰이 종결한 수사에 대한 검토 및 보완의 기회가 축소 또는 상실될 우려가 크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사관의 성차별적 편견, 성폭력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 피해자다움 통념의 영향으로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가 행해지거나 사건이 불송치 처분되는 경우를 다수 접하고 있다. 사법당국의 낮은 성인지감수성 문제가 비단 경찰에 국한된 것은 아니나, 부당한 결과에 최소한의 제동을 걸 수 있는 피해자의 이의제기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 또한 직접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폭력 사건 특성상 피의자 및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증거’의 면밀한 판단이 중요하며, 수사 단계에서부터 향후 기소와 공판을 예비하여 공소유지에 필요한 증거가 누락 없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개혁안에서와 같이 수사와 공소제기가 분리될 경우, 검사가 공판에 필요한 증거 보강수사를 진행하거나, 추가 범행을 인지하여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불송치되었던 여죄를 재검토하여 기소하는 등 기존 수사-공판의 연속선에서 드물게나마 작동했던 엄밀한 법 집행 체계가 무너질 수 있어 이를 보강할 실질적 대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 사회적 숙원과제였던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 성폭력 범죄의 경우 검찰이 보완수사 또는 보완수사 요구 권한을 갖고 통합적이고 책임 있는 수사에 기초하여 기소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 사법절차상 지연을 방지하고 피해자의 형사절차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기간이 2.2배 증가하였다는 대검찰청 통계에서 보듯,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미 설명도 기약도 없이 기소와 판결까지 1~2년을 기다리며 고통과 불안 속에 일상 회복마저 지연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의 권한 및 인력에 대한 충분한 확충 없이 경찰에 완전한 수사종결권이 부여된다면 이는 심각한 수사 지연과 피해자의 고통 과중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에 더해, 형사소송절차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전히 소외되어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형사절차 접근권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수사 진행상황 및 증거 자료를 열람하고 의견을 개진할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성폭력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 신뢰관계인 진술동석 제도 등 이미 절차상 보장된 피해자 권리에 대한 적극적이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소위 ‘검찰개혁’에 따라 이어지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형사소송절차가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불안을 가중시키는 현 상황을 개선할 근본적인 방책을 포함해야 한다.


3. 성범죄 수사부처의 성인지감수성 및 전문역량 제고 없이는 어떤 개혁도 무의미하다


성범죄 입건 건수는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있으나 2023년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자의 경찰 신고율이 2.6%에 불과했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지금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서 앞에서부터 장벽을 마주할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는 신고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기는커녕 2차 피해를 겪는 피해자들을 적지 않게 접한다.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사법정의가 실현될 테니 신뢰하고 안심하라는 말도 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매우 유사한 성폭력 사건들도 배정된 수사관의 성인지감수성 정도에 따라 조사 방식, 피해자 보호 조치, 사건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흔히 목격한다. 이러한 ‘복불복’ 판정에 피해자들의 불안과 법률비용이 높아지고 사회에 대한 신뢰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성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수사 인력의 부족, 좁은 지역사회 안에서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관계성 등으로 이러한 편차와 소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수사기관의 전반적 성인지감수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교제폭력·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약물 이용 성폭력, 아동·장애인·이주민 대상 성폭력 등 복합적이고 다변화된 성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전국에 고르게 확충되어 피해자 보호 및 성범죄 예방에 더 큰 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은 ‘검찰개혁’의 원칙이자 방향이 ‘국민 인권 보호’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개혁안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개혁’ 이후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전보다 더 안심하고 피해를 신고하며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상호 협력 및 견제 장치의 마련, 성폭력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피해자 권리를 다각도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없다면, 성폭력 피해자에게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라는 말은 개악을 가리는 허울에 불과할 것이다. 사법 정의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평등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6월 26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참고읽기 2025. 9. 25 '검찰개혁'(안)에 대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의견 
▶️➡️ https://www.sisters.or.kr/activity/law/7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