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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기자회견] 여성살해 및 여성폭력 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 신고 후에도 피살당한 여성들, 여성에게 국가의 기능은 상실되었다
  • 2025-08-01
  • 123

  최근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신고 후에도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해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7월 29일, 대전에서 여성이 전 연인에 의해 흉기로 살해 당한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7월 28일에도 울산 피해자의 직장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3개월 동안만 해도 5월 동탄, 6월 대구, 7월에도 의정부 등지에서 수많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여러 차례 신고를 했고, 보호조치를 요청하였음에도 수사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참담한 결과에 이르게 된 사건들입니다. 스마트워치나 잠정조치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수사기관의 안일한 인식은 여성폭력의 위험성을 판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대안도 언급하지 않으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7월 31일(목)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묵묵부답인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보도자료를 통해 공유합니다. 


[기자회견 개요]

○ 일시 : 2025년 7월 31일(목) 오전 10시

○ 장소 :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대통령실 앞(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9) 

○ 사회 : 이제(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현안대응팀 팀장) 

○ 순서

- 발언

  -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 정영은(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 박주연(시민)

  - 이하영(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대독 신지영(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

  -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 기자회견문 낭독

- 퍼포먼스



[기자회견문]
 
7월 29일, 대전의 주택가에서 30대 여성이 이미 폭행 등으로 4차례나 신고했음에도 끝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했다. 7월 28일, 전 연인에게 스토킹을 당하던 20대 여성은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가 이뤄졌음에도 울산 소재 직장에서 피해를 입어 중태에 빠졌다. 7월 26일, 의정부 용현동 소재의 일터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던 50대 여성이 직장 동료였던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살해되었다. 지난 달에는 대구와 부평, 두 달 전에는 동탄에서까지 여성들이 끊임없이 살해당했다는 참담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한 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여성은 최소 374명,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650명에 이른다. 너무 많은 죽음은 이제 일상이 된 듯 국가는 아무런 사과도, 응답도 없다.
 
반복되는 여성 살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닌, 명백한 국가와 제도의 실패다.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고, 검찰과 법원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유치·감호(잠정조치 4호, 임시조치 5호)와 구속에는 너무나 미온적이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과 수없이 실패해 온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지 않는 국회, 아무런 대책도 발표하지 않은 정부까지 총체적인 책임 방기 사태다. 국민 생명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왜 여성 시민에게는 작동하지 않는가. 한 해에만 650명, 매일 같이 이어지는 여성들의 죽음은 국가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가.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하여 데이트폭력 등을 포괄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을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지 말라. 가정폭력처벌법과 강간죄를 개정하여 가해자 처벌에 수사기관의 편견이 최소화되도록 하라.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의 위험성을 판별하지 못하는 수사·사법 기관을 개혁하라. 위험성을 판별할 능력이 없다면 모든 여성폭력 사건을 입건하고 가해자를 격리하는 ‘의무체포주의’를 도입하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제대로 모니터링조차 되지 않는 현행 피해자 보호조치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예산을 투입하고 관련 부처와 기관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라. 모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관련자에게 이 죽음의 책임을 물으라. 여성폭력의 원인이 되는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라.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이 제안해 온 해묵은 과제들을, 이제는 반드시 시행하라.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여성폭력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실행하라.
 
늦어도 너무 늦었다. 우리는 여성폭력에 동조하고 여성 살해를 방기하는 국가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지 않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5년 7월 31일
여성폭력 엄중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일동
가족과성건강 아동청소년상담소,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공폐단단(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 기독여민회, 김해여성회, 노원여성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구여성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광장, 대구여성인권센터,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구풀뿌리여성연대, 경주여성노동자회, 포항여성회, 함께하는 주부모임, 이주와 가치),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지역 성매매경험당사자 자조모임 하쿠나마타타, 동서울여성회,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불꽃페미액션, 사단법인 디딤장애인성인권지원센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울여성회,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한올지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대구여성인권센터, 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 디딤, 새움터, 수원여성인권 돋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여성인권 티움, 인권희망 강강술래,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주여성인권연대, 충북여성인권), 수원여성회, 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 영등포여성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여성연대, 창원여성살림공동체, 포항여성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발언문]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대체 뭐 하는 겁니까? 뜨거운 분노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25년 ‘빛의 혁명’으로 들어섰다는 새 정부, ‘모두의 광장’을 열겠다는 새 정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곧 두 달이 되는 지금, ‘역시 새 정부는 다르구나, 좋은 인선, 좋은 정책을 펴는구나, 환영한다, 잘해보자’하는 기자회견이었으면 좋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신고 후에도 피살당한 여성들, 여성에게 국가의 기능은 상실되었다’가 뭡니까.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느냐’ 물어보고, 자격 미달인 후보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수차례 권고해 온 강간죄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답변은 없는 정부, 어디에 ‘빛의 혁명’이 있습니까, 어디에 ‘새’ 정부가 있습니까.

그러는 사이 정말, 매일매일 여성이 죽습니다. 천재지변 아니고, 교통사고 아니고, 자연사 더더욱 아니고! ‘피해를 당하고 있다, 나를 보호해달라’, 신고하고 살해당합니다. 이게 뭡니까? 스마트워치 차고, 접근금지명령 중에 살해당합니다. 일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집 앞에서, 길거리에서 살해당합니다. 이게 뭡니까?

이게 어제오늘만 일어난 일입니까? 그간 수도 없는 피해자를 잃으며, 수도 없이 말해왔습니다. 이거 미련 아니라고, 피해자가 이랬다저랬다 마음 바꾸는 거 아니라고, 이 관계의 특성을 좀 보라고, 처벌하지 않으면서 상담받게 하지 말라고, 수사기관, 법원 훈련 좀 시키라고 그렇게 얘기해 왔는데, 이게 뭡니까? 연락 금지, 접근금지, 스마트워치, 전자발찌 같은 걸로 안 된다고, 이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일은 가해자 제대로 격리하는 것밖엔 안 남았다고, 없는 법률도 아니고 있는 법률의 임시조치, 잠정조치 활용해 최대 한 달 유치장에 두는 거, 그거라도 하라고, 그 사이에 피해자 안전조치 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좀 벌어주라고.

그런데 이게 뭡니까. 피해자 생명 보호하고, 가해자 제대로 수사, 처벌하는 게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아닙니까? 근데 왜 피해자, 가해자도 구분 못 하고 있습니까? 실력과 의지가 없어서 실패한 것을 왜 피해자 탓합니까?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노력 했습니까? 인식 바꾸기 위해서 무슨 노력 했습니까? 훌륭한 인재 배치하기 위해 무슨 노력 했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누가 무엇을 믿고 신고하겠습니까? 이럴 거면 신고하라고 교육조차 하지 마십시오. 젠더갈등? 이게 갈등입니까? 왜 나와서 잘못했다는 사람 하나 없습니까, 하다못해 왜, 위로라도 하는 사람 하나 없습니까?

너무너무 오래된 문제입니다. 권력의 문제입니다. 차별의 문제입니다. 인식의 문제입니다. 가해자 개인 문제 아닙니다. 대통령, 나서십시오. 국가비상사태 선포하십시오.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중점전략과제로 삼으십시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행동하십시오.

그렇게 한다 해도 국가가 외면했던, 그래서 살해당한 여성들을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신고해도 살해당했다, 국가 책무 실패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부, 국회, 모두 공범이다!
여성폭력 종합대책, 지금 당장 실행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하라!

배진경(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안전한 일터를 위한 스토킹 대책 마련하라!

지난 26일 우리는 직장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건 발생 전 세차례나 스토킹 신고하였지만 사건을 막지 못 하였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살해당한 여성의 소식을 듣습니다. 아마 오늘이 달라지지 않는 한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이 죽음들은 젠더기반 폭력이며 여성혐오이자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목 놓아 문제의 원인을 이야기하고 근본적 대책을 요구해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요지부동입니다. 허술한 대응, 부재한 예방 체계, 미약한 형벌. 얇디 얇은 살얼음 위에서 여성들은 오늘도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아갑니다.

신당역 사건 이후로 우리는 직장 관계에서의 스토킹 대책과 안전하지 못한 근무 환경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다시 일터에서 살해당한 여성들의 소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일터는 가장 안전해야하는 공간입니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자는 생계와 꿈을 위해 달려가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일터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고, 포괄적인 괴롭힘에 대한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직적 관계 속에 상명하복을 강요당하는 구조 안에서 여성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안에서 독버섯처럼 나날이 증가하는 스토킹 범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세계는 일터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ILO는 2019년 총회에서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190호 협약”을 채택하였습니다. 본 협약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은 여성들에게 편중되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젠더 고정관념, 복합 차별, 불평등한 젠더 기반 권력관계 등 근본적인 원인과 위험 요소들에 맞서는 포용적·통합적·성인지적인 관점으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끝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사업주가 직장 내 스토커에게 접근금지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스토킹 예방 조치를 사업주 의무로 명시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합니다. 스토킹은 많은 여성을 공포와 죽음으로 몰고 가는 끔찍한 범죄입니다. 직장 내 스토킹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 및 분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스토킹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습니다. 또한 사용자에게 '직장 내 스토킹 예방·대응 의무'를 부과하고, 예방 교육·내부 지침 마련을 강제해야 합니다. 이와 아울러 ILO 190호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국내법을 정비해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국제기준을 국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가스라이팅, 스토킹 등 새롭게 등장하는 여성 폭력 양상에 대한 제도적 예방조치 강화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여성들은 이제 기다릴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여성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발빠른 제도적 정비와 정책 대안을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영은(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먼저, 너무나도 슬픈 일로 우리 곁을 떠나간 두분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여 아직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한 한분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영은입니다.

지난 5일간 스토킹범죄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도 큽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합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이 문제를 가벼운 문제로 여기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야 합니까?
2022년에도 그랬습니다. 한 여성노동자가 목숨을 잃고나서야 그제서야 겨우 법을 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 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왜 여전히 여성들은 스토킹범죄로부터 어떠한 안전도 보호받지 못해야만 합니까.

도대체 검찰이 생각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범죄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4번이면 지속적이고 3번이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2번이면요?
또다시 누군가가 목숨을 잃어야지만 개선조치를 시행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이 나라의 법과 제도는 도대체 누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까.

거리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를 경험합니다.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만나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말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밥을 차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여성들은 위협을 당합니다. 우리 사회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과 불평등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여성들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지난해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파트너로부터 목숨을 잃은 여성의 수가 181명에 달합니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650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실재임에도 과장되거나 허황된 것으로 여기는  정부 하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자신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요?
정부와 국가는 시민에 대한 안전 보장을 가장 기본적 책무로 삼아야 함에도 그 기본조차 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토킹범죄를 포함한 젠더폭력은 가해자가 특이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이러한 폭력을 조장하고 유지시키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며, 법의 책임이고, 정치의 책임입니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여성정책이 확정된 것이 아직도 없다 들었습니다. 광장의 힘으로 새롭게 정권을 얻은 지금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저버리고, 이 폭력을 방조하겠다는 것입니까?

새정부에 요구합니다. 지금 당장 젠더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 문제에 적극 나서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의 해결을 나중으로 미룰 수도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주연(시민)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대학생이자 취업준비생인 박주연이라고 합니다.
 
저는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매일 오전 신문을 봅니다. 그런데 최근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에 실립니다. 지난 26일 토요일 의정부 노인보호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에게 칼에 찔려 숨졌다는 기사, 28일 월요일에는 울산에서 30대 남성이 피해 여성을 스토킹하던 끝에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지게 했다는 기사, 불과 이틀전인 29일 화요일에는 대전에서 30대 남성이 전여자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여성이 안면이 있는, 혹은 친밀한 관계였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너무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이것이 일주일 전에 봤던 뉴스인지, 어제 본 뉴스인지, 오늘 새로 본 뉴스인지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무참히 살해당하거나, 폭력 피해를 입은 데에 깊은 슬픔과 분노, 그리고 무력감을 느낍니다.

여성살해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그것을 늘상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살해는 상수가 아닙니다. 다수의 사건에서 피해 여성들은 이미 신고, 보호조치를 받고 있던 상황입니다. 경찰, 검찰, 사법부는 피해 여성을 보호하는 데 처참하게 실패하며 수사기관,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동안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살해는 위협에 처한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법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성살해는 본질적으로 여성혐오 문화와 관련되어있습니다. 여성살해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여겨, 교제해주지 않거나, 이별을 통보하는 등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폭력을 행사하는 뿌리깊은 여성혐오적 문화, 그리고 젠더 위계에 기인합니다. 소수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새 정부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은 허구한 날 일어나는 여성살해, 폭력에 단호한 제스처를 취하기는커녕,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 위기에까지 처했던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 차별’ 문제를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여성혐오, 여성살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가의 묵인과 방치 속에 여성혐오는 몸집을 키워가 일상 속에서 여성들을 위협하고, 목숨을 앗아가는 데 이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제1 책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여성을 시민으로 여기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진정 믿는다면, 지금 당장 여성 살해를 막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서야 합니다.

여성들은 매일매일 국가의 부재를 느낍니다. ‘니 우나 메노스’(Ni Una Menos), 더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는 상투적인 구호가 아닌, 반복되는 동료 여성시민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다시 외쳐야 하는 절박한 구호입니다. 정부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 개선은 물론, 근본적 문제인 여성혐오를 근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국가는 지체 말고 지금 당장 여성살해 책임져라! 감사합니다. 
 
이하영(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대독 신지영(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활동하는 상담원입니다. 
성매매여성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폭력피해들을 지원하고 성매매를 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은 성매매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성매매여성이야말로 스토킹범죄에 가장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여 발언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저희 상담소가 지원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협박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입니다. 현재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으로 따져보아도, 위계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입니다. 협박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할 때 만나게 된 성구매자가 집요하게 스토킹을 하였고 피해자는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가해자는 몇 달간 집에 찾아오고, sns를 염탐하여 수많은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안 만나주면 해치겠다는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스토킹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 중에도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경찰은 가해자를 성매매로 만났으니 피의자로 성매매 행위자 조사를 받아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범죄자로 송치한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성매매피해자이며 스토킹 범죄 피해자임을 항변하고 피해자를 처벌하겠다고 하면 어떤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겠냐고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이 성매매 여성도 처벌하게 되어 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피해자는 분명 스토킹 피해에 대해 법의 보호를 요청한 것 뿐인데 법의 보호를 요청하면 본인도 처벌받아야 한다니, 그러면 어떤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요청할 수 있나요. 처벌받기 싫으면, 성매매로 전과가 남기 싫으면 그냥 참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성매매여성은 여성폭력 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가장 손쉬운 범죄 대상이 됩니다. 수많은 묻지마 연쇄살인이 사실은 여성혐오 살인이고, 많은 경우 성매매여성이 피해자인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스토킹 범죄는 강력 여성폭력 범죄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성매매 여성은 처벌 위험 때문에 스토킹 범죄뿐만 아니라 강력 여성폭력 범죄도 참아야 합니까. 

그럼 이 법은 누구를 보호하는 법입니까. 

보호받을 만한 여성만 보호하는 법입니까.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성매매여성들에 대해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러면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법 때문에,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많은 여성들은 이런 억울한 일을 너무 많이 겪습니다. 
성매매 여성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안전하고 싶습니다. 

정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엄중함을 인식하게 제대로 대응하십시오. 그리고 성매매여성도 그 대책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 7월 17일,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입니다.
 이제 제 이름보다 이 사건명으로 저를 소개하는 일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차올라 말을 잇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동생의 사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제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 생겼고, 진실을 묻는 이들도 생겼기에
 오늘도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동생은 사건 전부터 위험을 감지하고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기록되지 않았고,
 경찰은 오히려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고 경고장을 발부했습니다.
 결국 동생은 가족이 매일 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이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가는 외면했습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한 달 뒤엔 반납하라고 했고, 검찰은 피해자의 말 한마디 없이 공소장을 작성했습니다.
가해자는 수개월간 스토킹하고 살인을 계획했지만, 그 모든 범행은 축소된 죄명으로 법정에 올랐습니다.

피해자의 고통과 공포, 가족의 절규는 그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우리는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딸과 동생의 생명을 빼앗긴 가족에게는 말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의 목소리를 대신하기 위해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탄원서를 쓰고, 의견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만이 문서화되는 현실에서, 피해자 유족은 또다시 2차 가해를 겪으며 법정에서 투쟁해야 했습니다.
가해자는 반성 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었지만, 피해자는 죽었고, 가족은 침묵당했습니다.

동생은 죽는 순간까지도 혼자였습니다. 죽은 뒤에도 그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피해자 보호의 현실입니다.

이 자리는 저 혼자만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친구였고, 이웃이었던 제 동생처럼 오늘도 수많은 여성들이 위험 속에서 ‘누군가 제발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은 이런 죽음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 유가족은 다음과 같은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1. 신고 즉시 ‘24시간 긴급 보호’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재판부의 접근금지 명령은 강력하지만 늦기 쉽습니다.
 따라서 경찰의 긴급조치와 법원의 잠정조치를 연계한 ‘이중 보호 체계’가 필요합니다.

2. 검찰은 피해자나 유가족의 의견서를 반드시 받아 공소장에 반영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삶이 지워진 기소는 정의가 아닙니다.

3.재판에서 유가족에게도 의견진술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피해자 없이 열린 재판은 반쪽짜리 재판입니다.

 4.스토킹·가정폭력 가해자의 전력 누적 기록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폭력은 단일 사건이 아닌, 연결된 범죄입니다

이 사건은 저희 가족의 불행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입니다.

부디, 죽은 뒤에도 목소리를 잃은 동생을 대신해 국가가, 그리고 이 사회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