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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폴짝기금] 2025또우리인터뷰⑤ 중요한 것은 삶의 질
  • 2025-12-15
  • 36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7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는 연호입니다.



2025또우리인터뷰⑤ 중요한 것은 삶의 질


🦊신아 : 연호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연호 : 학교에서의 사회생활이 저한테는 많이 맞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그리고 지금은 자활센터 근로 대기 중이에요.

🦊신아 : 그렇군요. 연호는 자립수당도 받고 있죠? 

🎡연호 : 네 자립수당은 보육원 퇴소자여서 받고 있고, 자활센터 근로는 기초생활수급자 여서 하게 되었어요.

🦊신아 : 연호는 이런 지원 제도를 잘 찾아서 이용하는 것 같아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잘 찾지 못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연호의 비결은 뭐예요?

🎡연호 : 좀 부지런해야 되고 그리고 저는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그러려면 제가 알아봐야 해요.

🦊신아 : 너무 좋은 말이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 어떤 건가요?

🎡연호 :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먹으러 가고 만약에 당장 노래방에 가고 싶은데 돈 몇 천 원 없으면 되게 서럽잖아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할 거 하고 먹고 싶은 건 먹자고 생각해요. 이것을 하다 보면 삶의 질이 점점 올라가더라고요.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도 생각보다 살 만한 것 같아요.

🦊신아 : 연호에게 기본적인 욕구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는 것이군요.

🎡연호 : 네 대신 사치를 부리지는 않고요. 사치를 부리지는 못하는 정도에요. 돈이 막 이렇게 주어지는 거는 또 아니다 보니까. 

🦊신아 : 그러면 이런 삶의 질은 언제부터 추구하게 됐어요?

🎡연호 : 일단 열림터 퇴소하고 나서 1년 동안은 거의 못 했어요. 그러다가 20살 딱 성인이 되고 나니까 원래도 스스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나이상으로도 독립을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 볼까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신아 : 그 생각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해봤을 것 같아요.

🎡연호 : 네 직업 훈련도 해보고 일도 해보고 그러면서 사회를 배우고 있어요. 저도 전에는 약간 독특하고 튀는 게 좋다 보니까 사회가 말하는 방향성이 완전 잘못된 거라고 생각을 하고 배척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포기할 거는 포기하고 또 내가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좀 삶의 밸런스가 맞춰졌다고 해야 될까요?

🦊신아 : 어떤 건지 좀 더 궁금해요. 받아들이게 된 건 뭐예요?

🎡연호 : 그러니까 이제 그런 거죠. 직장인들이 있잖아요. 나는 근데 그 직장인들이 너무 숨막혀 보여, 그래서 난 직장인이 되지 않을 거야 라고 했었는데 근데 또 막상 알바를 하면서 직장에 다녀보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옛날에는 '이거 하지 마세요. 왜 이렇게 했어요' 하는 말들이 되게 창처럼 찔러왔었는데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약간 융합이 되는 것 같아요.

🦊신아 : 폴짝기금을 처음 신청하게 됐어요. 이게 5년전부터 시작된 기금인데 처음 신청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연호 : 폴짝기금의 존재는 조금 알고 있었고 그때 당시에 또우리 모임을 작년인가 봤었는데 그때 제가 대상이 아니었을 거예요. 퇴소한 지 1년이 넘어야 되는데 넘지 않았었거든요. 그냥 열림터 블로그를 보는데 폴짝기금을 받아서 스스로가 하고 싶은 거를 하는 것 자체가 되게 큰 메리트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여행 가신 분들이 몇 명 있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번에 기금 액수가 올랐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감정도 정리할 겸 여행을 한번 떠나보면 어떨까 싶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신아 : 이야기 나온 김에 이 여행에 대해서 좀 더 여쭤보고 싶은데 00과 00에 가는 계획을 세워주셨어요. 이런 계획을 세워보게 된 얘기도 좀 더 궁금해요.

🎡연호 : 20살 3월에 제가 가장 아끼던 친구가 그냥 하늘로 갔어요. 작년 1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정체된 기간이었단 말이에요. 최근에 친구의 기일을 마무리를 했고 친구를 마음 속에만 두고 보내주는 연습을 하게 됐어요. 나를 우선시 하는 시기가 있어야지 내가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제 사건 판결문을 읽게 된 거거든요. 왜냐하면 항상 내 감정은 회피하게 됐던 것 같아요. 남들한테 우울해 보이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그리고 많은 이유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가 어떤 기관이든 지원을 받으러 갈 때면 저의 모든 이야기를 오픈을 했어야만 됐고 오픈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이 되었는데 말하는 게 이제는 당연시됐다고 해야 되나, 말할 때 아무런 감정이 없게 되는 거예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신아 : 너무 많이 말하다 보니까..

🎡연호 : 말을 하지만 내 내면을 돌아볼 시간은 사실 없더라고요. 그래서 판결문을 읽으면서 이제는 조금 더 직면을 해 보자. 너무 많게도 아니고 너무 중간도 아니고 정말 작게라도 그렇게 해보자 생각을 했어요.

🦊신아 : 그런 계기가 있었군요. 이번에 계획이 바뀌어서 00에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은 어디 안 갈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의 힘든 시기를 잘 지나 왔는지 지금은 어떠한지 궁금해요.

🎡연호 : 아직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잠도 잘 못 자고 약도 계속 먹어야 되고 근데 이제는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기일이 지나니까 훨씬 좀 안정되었어요,.

🦊신아 : 다행이다. 오늘 같은 폴짝기금 인터뷰도 연호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시키는 거 아닐지 고민하게 되네요. 편하게 해 주셔도 돼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질문에는 대답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연호 : 수수와(상담소 활동가) 호연과(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활동가) 다른 인터뷰도 하고 있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가 막 부담되거나 그러진 않아요.

🦊신아 : 다행이다. 그러면 좀 그런 것도 궁금해요. 생존자들이 일상을 살아갈 때, 특히 또우리들은 퇴소하고 나서 살아갈 때 어려움에 부딪히곤 하잖아요. 연호도 그런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 뭐가 도움이 됐는지, 지지가 됐는지, 돌아보니까 필요했던 건 이거였던 것 같다 싶은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연호 : 사실 정책적인 도움은 어느 기관이든 줄텐데 저한테 가장 제가 힘들 때 도움이 됐던 것은 목표를 지향을 해보자였거든요. 목표를 세우고 성과가 있으면 또 다른 목표를 낳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 이 목표 지향을 할 때 제일 먼저 했던 게 하루에 한 번 씻는데 씻을 때 샴푸 린스하고 샴푸를 한 번 더 해보자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러면은 샤워 시간이 길어지니까 그 안에 이제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잡생각이 있을 시간에 씻고 있으니까 이 생각을 없애는 다른 간단한 활동을 하고 내가 이거를 이뤘네. 그러면 그다음에 뭐 해보지 이렇게 좀 그렇게 점점점점 늘리다 보니 큰 목표도 생기고 근데 큰 목표라고 해서 1년 걸리는 거 이거는 솔직히 금방 사람들이 포기하잖아요. 그러니까 1, 2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거 그런 것들을 좀 이루어내는 그런 걸로 좀 힘듦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신아 : 실제로 샤워하는 게 되게 도움이 된대요. 명상 같은 거래요. 그러면 연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어떤 거예요?

🎡연호 :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여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보니 쉴 시간이 사실 많이 없어요.

🦊신아 :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여쭤봐도 돼요?

🎡연호 : 일단 학원을 다니고 있고 운전도 배우고 있어요.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교회도 가고요. 지금 24시간이 진짜 모자를 정도에요.

🦊신아 : 바쁘다. 그런데 이렇게 바쁘게 지내면 소진되기보다는 뭔가 채워질 것 같아요. 

🎡연호 : 맞아요. 저는 또 완전 외향형 인간이어가지고 나가면 되게 활기가 돌아요. 근데 여유가 필요한 이유는 잠이 좀 필요해요. 잘 시간이 충분히 있는데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거의 2 3일에 한 번씩 자는 것 같아요.

🦊신아 : 진짜요? 병원에는 다니고 있어요?

🎡연호 : 네 그런데 약 조절이 좀 시급해요.

🦊신아 : 그렇네요. 혹시 생존자의 자립에 대해서 열림터나 다른 생존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연호 : 생각보다 자립은 정말 큰 부담이 생기는 일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열림터에서 규칙에 대한 되게 억압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자립을 하고 나서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없는 어려움 또한 억압받는 느낌을 들게 해요. 생활인이든 또우리들이든 힘든 것들은 말을 해서, 꺼내기라도 해서 그 마음을 잘 해소를 했으면 좋겠어요. 얘기를 안 하고 약간 속으로 꿍해 있으면 언젠가는 터지더라고요.

🦊신아 : 내가 뭔가를 할 수 없어서 힘든 건데 혼자 그렇게 갖고 있으면은 그게 해결이 안 될 것 같긴 해요.

🎡연호 : 맞아요. 그래서 죄책감이 제일 많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뭘 해야 되는데 할 수 없으니까요. 내가 모자란 사람인가 내가 더 노력을 했었어야 됐나 생각하게 돼요. 근데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그 생각이 드니까 죄책감이 나중에는 좀 더 큰 아픔으로 번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이라도 해서 사람들의 위로라도 받았으면 해요.

🦊신아 : 왜 말을 하기가 어려울까요? 

🎡연호 : 상대방이 부담될까봐. 예를 들면 또우리가 열림터한테 얘기를 하고 싶잖아요. 근데 이미 내가 퇴소를 했는데, 나는 지금 거기서 사례관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 열림터의 선생님들이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제일 클 것 같아요.

🦊신아 : 그럴 수 있겠다. 스스로 할 수 없다는 거는 어떤 것들이에요?

🎡연호 : 특히 경제적인 부분들이요. 사실 경제적인 지원은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누군가는 알려줘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신아 : 맞아요. 이 인터뷰를 누군가 보고 어딘가로 문을 두드리면 좋겠네요. 주민센터든 열림터든 그러면 좋겠네요. 좋습니다. 인터뷰는 여기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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