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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후원자 인터뷰]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을 고르려고 해요 / 심심잡화점 최호선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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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인터뷰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을 고르려고 해요. 

- 심심잡화점 최호선 -

 


매월 초면 기다리게 되는 택배가 있습니다. 바로 심심잡화점에서 보내주시는 책인데요. 심심잡화점 최호선 사장님께서는 2021년부터 한 달에 2~3권씩 열림터에 도서를 후원하고 계십니다. 어떤 달에는 예쁜 보자기에 싸서 보내주시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손수건을 함께 넣어주시기도 하지요.


5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책을 보내주신 심심잡화점과 사장님이 늘 궁금했습니다. 여러 기부 방법 중에서 왜 책을 선택하셨는지, 매달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시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이에 열림터 조은희 활동가가 심심잡화점 최호선 사장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라 굉장히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 날의 수다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



심심잡화점 최호선 사장님


은희🐋 다른 후원자분들께 심심잡화점과 사장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호선📚 네, 저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심심잡화점이라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책방을 하고 싶긴 했었는데 코로나 시기에 주변인들도 돌아가시고 너무 암울한 시기였어요. 특히 제가 있는 대구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이러다 원하는 것도 못 하겠다 싶어서 코로나 시기에 우발적으로(?)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그것도 서점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닌 전통시장 안에서요.

 

은희🐋 코로나가 계기였군요. 그런데 심리학자시라구요?

 

호선📚 맞아요. 자살 관련 연구와 심리부검을 해왔고, 성폭력·성매매 생존자 상담, 활동가들의 소진 예방 관련 워크숍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사실, 직접 자살이나 자해를 목격한 분들 중에는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대구 서문시장 안에 위치한 심심잡화점


은희🐋 그런 경험이 책방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호선📚 많이 그렇죠. 제 서점은 팔고 싶은 책만 파는 책방이에요. 심리학 책은 거의 없고, 대신 그림책·동화책·요리책이 많습니다. 저는 그림책 속에 삶의 지혜가 다 들어있다고 믿어요. 또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소개하려고 해요. 사실 유명한 여성 작가는 많지 않잖아요. 과거에는 여성들이 물감 한 세트 살 돈도, 여행을 할 조건도 없었으니까요. 남편이나 아버지가 부유해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세상이었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성취를 한 사람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래서 더 여성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은희🐋 손님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호선📚 온라인 주문이 90% 정도예요. 그런데 오프라인 손님은 대부분 시장 상인분들이세요. 신문지에 적힌 책 제목 들고 찾아오시기도 하고, 손주 선물로 동화책을 사 가시기도 해요. 배달도 해드리죠. “운영은 괜찮으냐걱정도 해주세요. 대부분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온라인은 미숙하지만 활자엔 익숙하시잖아요.

 

은희🐋 열림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호선📚 프랑스에 계신 옥혜숙 선생님의 주문을 계기로 알게 됐어요. 선생님이 열림터에 책을 보내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대신 보내드리다 열림터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고 후원을 같이 하기 시작했죠. 옥혜숙 선생님은 열림터에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외국에 계신 분들은 우리말에 대한 허기가 있으시고 그걸 책으로 채우시는 것 같아요.

저도 책을 고를 때는 늘 신중합니다. 피해자를 피해자로만 규정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을 고르려고 해요.


  

심심잡화점의 책 진열대, 프라이드 플래그가 걸려있다.


은희🐋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도 궁금해요.

 

호선📚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저는 대학 졸업 후 일찍 결혼하고 출산을 하여 자녀 돌봄에서는 해방되었어요. 그리고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시기도 지난 상태라 마음을 낼 여력이 조금은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진짜 나와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나와의 거리를 점차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착한 학생, 좋은 아내, 엄마로서 기대되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 괴리가 있었죠. 그래서 지금은 내 안의 부대낌을 줄이는 것이 곧 내가 편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은희🐋 기부나 후원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열림터와 함께하자라고 권유한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호선📚 큰 게 아니어도 돼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시작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생일, 손주의 백일, 아들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마다 조금씩 나눠요. 제게 기쁜 날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작은 힘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죠. 제가 후원하는 곳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과 힘을 모아서 함께 후원을 하는데, 각자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군대에 있는 아들 이름으로 보내는 이는 이병에서 시작해 어느새 상병, 병장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를 실감하기도 하더라고요. 이렇듯 자신의 소망을 다른 사람을 돕는 마음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좋은 후원법이겠죠.

 

은희🐋 마지막으로, 사장님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호선📚 저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계속 이상하고 싶어요.(웃음)

시장 한복판에서 책방을 하는 것도, 남들 눈에는 이상하지요. 책방을 지나면서 여기서 책방을 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하는 소리를 하루에도 여러 번 듣기도 하지만 저는 그게 재밌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글 | 조은희 활동가
사진 | 최호선 후원자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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