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소식지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다섯 번째 인터뷰는 기리입니다.
"퇴소자들의 자립은 힘들지만 강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
🦊신아: 작성해주신 폴짝 기금 사용 계획서를 살펴보았어요. 아이 둘 낳고 경력이 단절되어서 검정고시 시험 보고 자격증 취득한 후에 취업 준비 하려고 하신다고요.
💪기리: 네. 제가 간호조무사 라는 직업을 알아보았는데 아기 두 명 양육하면서 배우고 싶어서 알아보니까 검정고시가 필요하다고 해서 8월 검정고시 준비하면서 애기 키우고 있어요.
🦊신아: 8월에 보시는 거예요? 시험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네요.
💪기리: 네 그런데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어서 어렵지는 않아요. 쉼터 살면서도 공부한 적이 있어가지고요.
🦊신아: 그래도 육아랑 공부 같이 하시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리: 혼자 독학하다 보니까 힘들긴 하죠. 문제집이랑 영상 보면서 공부하고 틀리면 해답 보면서 공부하고 그러고 있어요. 애들이 어린이집을 다녀서,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
🦊신아: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어떤 거예요?
💪기리: 열림터 퇴소하고 나면 혼자가 되는 거고 아무 도움 없이 자립해야 하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고, 좋은 것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경제성이나 독립성이 먼저 생겨서 그게 좋았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여러 가지를 알았던 것, 그게 제일 좋았어요. 남들은 부모 밑에 살잖아요. 적금이나 집과 돈에 대한 것들, 월세와 전기세 내는 것들을 부모 손에서 살면 모르잖아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빨리 혼자 사니까 그걸 먼저 알게 되어서 그런 게 좋았죠. 남편에게 제가 알려주고 있죠. 도움이 많이 돼요.
🦊신아: 남편분이 기리님이 있어서 든든하겠어요. 또 다른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기리: 그 외의 다른 부분은 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피해자라는 것 때문에 혼자 있어야 하는 게 제일 불안하고 부담감도 컸죠. 그런 거 말고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자립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신아: 언제부터 자립해서 생활하게 된거예요?
💪기리: 저는 고등하교 3학년 때 퇴소했어요. 일도 빨리 배우고 바로 자취했어요. 그래서 생활력을 혼자서 갖게 되었죠.
🦊신아: 아까 퇴소한 이후에 자립하면서 불안과 부담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기리: 그냥 잠을 잤던 것 같아요. 어쨌든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었고 혼자 있어야 하니까. 불안하면 자고 다시 일어나서 일하고.
🦊신아: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기리님에게 여유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기리: 그렇죠. 저도 가족이 생겼고 혼자가 아니라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신아: 오늘 인터뷰가 발행되면 자립 생활을 하고 있는 또우리들이나 그때의 기리님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생존자들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기리: 자기 꿈을 쫓아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라고요. 저는 최근에 ‘과거를 쫓지 말고 미래를 쫓아가라’는 말을 들었어요. 맞는 것 같아요 그게.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 저를 죽이는 거라서 미래를 보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신아: 기리님의 말이 다른 생존자들에게 지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기금 사용 계획도 보았어요. 많은 비용이 아이들을 위한 계획으로 맞춰져 있던데,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을 알 것 같지만 정말 기리님이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맞는지도 궁금했어요.
💪기리: 제일 하고 싶은 게 맞지만 제가 바꿔봤어요. 생각해보니까 저한테도 좀 쓰고 싶은 마음도 있어 가지고요. 제가 여행을 많이 못 간 거예요. 아기들도 너무 어리고 여행 가려면 날 잡아서 가야 하니까. 그래서 이번이 기회다 싶어서 폴짝기금 사용 할 때 여행 가는 걸 제일 중요한 목표로 바꿔보았어요.
🦊신아: 어디로 가세요?
💪기리: 이번에 바다 보러가고 싶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되어서 안 그래도 힘이 드는데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바다 여행을 가려고 해요.
🦊신아: 여행은 혼자 가시게 될까요?
💪기리: 아니요 누구의 도움을 받고 아이들을 키우는게 아니라서 아이들과 같이 가야할 거 같아요. 친정 도움 받지 못하거든요. 지금은 독박육아라고 보시면 돼요. 애들 데리고 가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애기는 남편이 보고 있을거예요.
🦊신아: 모처럼 남편 분이 애기를 봐주시고 기리 님은 자유로운 시간 가지시면 좋겠네요
💪기리: 대부분 여행 가면 남편이 거의 봐줘요.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계획을 좀 짜본거예요.
🦊신아: 시설 퇴소한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기리: 주거환경이나 자립금지원이지 않을까요? 퇴소해서 시설에서 나왔을 때 지원금은 솔직히 말해서 적어요. 그 돈으로 보증금을 채운다고 해도 당장 또 벌어야 하는 게 퇴소자들이고. 요즘은 물가 또한 올랐잖아요. 지금 퇴소자들은 물가 따지면 장난 아니게 힘들 것 같아요. 안정적이게 지낼 수 있도록 자립하고 나서 몇 개월 정도만 더 지원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신아: 기리 님은 퇴소 후에 어디에 사셨었어요?
💪기리: 저는 고시원에 살았었어요. 월세가 아까워서 돈 모아서 정착할 수 있는 곳에 가자는 생각이 너무 커서 단칸방에서 동생들이랑 2명 데리고 1년 정도 살았었어요. 최소한으로 지출을 줄여야 제가 정착할 집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항상 고민이었던 게 ‘내일 여기서 쫓겨나겠지’, ‘집 없겠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때 집에 대한 불안에 가득 차있었고 안정적인 주거를 너무 원했어요.
🦊신아: 고시원에서 동생 둘과 생활하기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 시기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셔요?
💪기리: 이 시기 생각하면 아무래도.. 고시원도 지금은 비싸긴 한데 그래도 할 수 있는 대로 모아서 가려고 노력했던 시기죠. 퇴소자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주거환경이 더 나아지면 좋겠어요.
🦊신아: 동감합니다. 올해 열림터가 30주년이 되는데 퇴소자들이 일정 기간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기리 님이 살고 싶은 집은 어떤 곳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기리: 퇴소하고 나서 살고 싶은 집은 그냥 눈에 딱 봤을 때 불이 들어와 있는 집. 저 집 하나만 나한테 있어도, 자고 먹고 그럴 수 있는데 싶은, 평범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집이었어요. 요즘은 그때의 내가 되지 않게 아이들하고 잘 살 수 있는 집을 갖고 싶어요. 임대료도 적고 요즘 물가에 맞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더 이상 못사는 사람들 없게, ‘다들 이 정도는 살아요’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아: 오늘 인터뷰의 키워드가 있다면요?
💪기리: 퇴소자들의 자립은 힘들지만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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