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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소식지

[폴짝기금] 2022 인터뷰: "50만원 대박! 와, 어디다 쓰지?" 라고 생각한 캐롤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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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캐롤입니다. 캐롤은 열림터를 퇴소하고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대피해아동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요. 그렇지만 기말고사와 중간고사가 어렵다는 캐롤. 시험은 아무리 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또 자신과 친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족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캐롤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수수 : 캐롤 반가워요. 1번 질문은 캐롤의 안부랍니다.


🦦캐롤 : 저요? 대학교 다니고, 과제하고, 알바하고, 가끔 놀고, 전화하고, 대학교 가고, 알바하고, 가끔 놀고, 전화하는 일상이에요. 아까 대학교 엄청 재밌다고 했는데 사실 재미없어요. 아니 재미는 있는데요, 수업을 이해하는 게 어려워요. 아니, 이해는 되는데요, 기말고사와 중간고사가 어려워요.


수수 : 그렇죠, 시험은 뭐든 다 힘들죠. 캐롤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잖아요. 졸업하고 난 다음에 진로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캐롤 : 아직 마음을 확실하게 정한 건 아니지만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고 싶어요.


수수 : 어머, 아보전 가면 우리랑 연락할 수도 있겠다. 전화로 ‘아보전 캐롤입니다’, 하면 제가 ‘안녕하세요, 열림터 수수입니다’ 하는거죠.


🦦캐롤 : 아동학대피해자 중에 성학대를 겪은 아이들도 있으니 그럴 수 있겠네요. 저도 아보전을 통해서 열림터에 입소했었으니까요. 그치만 상당히 어색할 것 같네요.


수수 : 아보전도 하는 일이 다양하니, 정말 서로 전화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겠죠. 그래도 만약에 전화로 목소리 들으면 굉장히 반가울 것 같아요. 다음 질문이에요. 캐롤님은 지금 어디서 거주하고 계신지, 자취할 생각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캐롤: 경기도에서 엄마랑 둘이 살고 있어요.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같이 살아야 될 것 같아요. 졸업하고 취직한 뒤에는 자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취를 하고 싶긴 해요. 혼자 못 자서 문제지만요. 왜 혼자 못 자냐면 사실 제가 약간 피해망상이 있어서요. ‘저 창문 틈으로 귀신이?!’ 이런 상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무서워요. 꼭 같은 방에서 안 자도 한 집에 다른 사람과 같이 살면 괜찮아요. 친구랑 같이 살거나, 남자친구랑 정말 오랫동안 만나면 동거를 하며 자취할 수도 있겠죠.


수수: 그럴 수도 있죠. 지금 알바하는 곳에서 6개월째 모범 사원으로 일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알바비는 캐롤의 용돈으로 사용하는 건가요? 아니면 캐롤이 엄마와 생계비를 나눠서 내기도 하나요?


🦦캐롤 : 엄마한테 돈을 줘요. 생계비는 아니고요. 엄마의 종교적 목적이 조금 섞여 있어요. 2-3만 원 정도인데요. 나한테는 큰 돈이라 아쉽지만, 내라고 하니 어쩌겠어요.


수수 : 그렇군요. 캐롤 이번에 처음 폴짝기금에 대해서 알았어요? 아니면 퇴소하기 전에 저희가 설명해줬었나요?


🦦캐롤 : 지희 쌤이 한 번 말해줬어요. 아마 몇 번 들었던 것 같은데, 저는 신청 안 되는 줄 알았죠. 자취 안 하니까요. 근데 지희샘이 ‘캐롤아,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하길 ‘진짜요, 그러면 신청할게요’ 이러고 신청했죠.


수수 : 등록금도 캐롤이 해결하고 있지 않나요? 자취는 안 하지만 그래도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자립하는 과정이니까 신청할 수 있어요. 처음 기금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캐롤 : 50만 원 대박! 저거 알바 잔업 뛰어야지 벌 수 있는건데. 와, 어디다 쓰지, 했어요. 처음엔 제가 떨어진 줄 알았어요. 신청서를 짧게 썼다고 안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조금 후회했죠. 그래도 나름 열심히 썼는데.


수수 : 충분히 잘 써줬어요. 그 날 캐롤이 종일 전화 중이었어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는 사실~ 앞으로 기금을 어떻게 쓰실 건지, 왜 이렇게 신청하셨는지 소개를 좀 해주세요.


🦦캐롤 :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썼어요. 헬스장 한 번 가보면 좋겠다 하고 계획서에 썼네요. 친구가 다녀보자고 한 적 있거든요. 학교 안에도 헬스장이 있지만 동네에서 하고 싶을 거 같아요. 병원이야 나중에 내 돈으로 갈 수 있긴 하지만 일단 신청서에 병원 예시가 있길래 그것도 썼죠.


수수 : 내 돈으로 할 수 있지만 이 돈으로 해도 되죠. 완전 오케이. 헬스는 진짜 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런데 신청서를 다시 읽어보니 어떤가요? 신청 내용을 바꾸고 싶은가요?


🦦캐롤 : 흠, 저 만약에 헬스장 안 가고 호텔에 가도 되나요?


수수 : 호캉스 가는 사람 있었어요.


🦦캐롤 : 진짜요? 수영장 있는 호텔에 예쁘게 차려입고 가보고 싶긴 했는데. 아무튼 영수증이 꼭 필요하다는거죠?


수수 : 그렇습니다. 영수증은 잘 챙겨주세요. 캐롤은 열림터 퇴소한 다음에 좋았던 점은 뭐고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캐롤 : 좋았던 거는 지켜야 할 귀가시간이 없어서 마음껏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요. 그래서 외박도 조금 하고 친구들이랑 밤 늦게까지 놀러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그게 좋았네요.


수수: 그럼 뭐가 안 좋았어요?


🦦캐롤: 정신과 약을 제 맘대로 끊었거든요. 지금은 여전히 약을 안 먹지만 진짜 많이 괜찮아지긴 했어요. 근데 가끔씩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쌓였다가 한꺼번에 폭발해요. 그럴 때는 피를 보면 괜찮아지는 마인드가 돼요. 그래서 집에서 좀 자해를 많이 했었어요. 열림터에 있을 때보다 좀 더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좀 극단적으로 쌓여서 막 혼자 터지고 그랬어요. 엄마한테는 그런 말 하긴 싫어서 혼자 버티거든요. 누구한테도 말하기가 어렵지만, 엄마한테는 정말 얘기하기가 싫어요. 그냥 혼자 참거나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건 조금 힘든 거 같아요.


수수 : 지금 상담을 안 하고 있어요?


🦦캐롤 : 상담은 가끔씩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궁금한 것도 많고. 아주 조금이지만 혼자서 몰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서요. 그럴 때는 대인관계도 싫고 갑자기 왜 사는지도 모르겠는 마음이 돼요. 하지만 그럴 때 딱 한 번 아니면, 그 이후에는 혼자서 잘 하니까요. 엄청 힘들 때 한 번 정도만 가보고 싶어요.


수수 : 그렇구나. 그러면 폴짝기금으로 상담을 다녀보고 싶진 않아요? 힘들때만 가고 싶다는 캐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속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캐롤 : 맞아요. 생각을 좀 해볼 것 같아요. 상담에 대해서.


수수 : 좋네요.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캐롤은 쉼터를 퇴소한 피해자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캐롤 : 현실적으로 주거랑 돈이겠죠. 저는 부모님이 다행히 한 분이라도 있어서 괜찮은데, 돈 없이 집 없이 나가면 갈 데가 없잖아요. 웬만한 집값들도 다 비쌀 텐데요. 퇴소자립지원금 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그걸로 집을 찾는 것도 꽤 어려울 거고. 저는 퇴소하고 잘 못 사는 친구를 본 적 있어서 더 주거 문제가 가장 급하게 느껴져요. 다른 아이들도 퇴소하고 나면 열림터에 살면서 지원받을 때 좋긴 좋았다고 해요. 나가면 다 알바해서 스스로 벌고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힘들구요.
저는 다른 건 다 괜찮아요. 상담받고 싶은데 주기적으로 다니고 싶지는 않거든요. 단기 상담도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저도 사회복지 공부를 통해서 배우고 있지만 제가 원하는 무언가가 어떤 종류의 지원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필요한 거는 다 다르니까, 그 사람들한테 다 맞추기는 어렵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가장 필요한 건 집 아닐까 생각해요. 안정적인 곳이라도 없으면 힘들잖아요. 만약 부모가 가해자라면, 집에 돌아가면 또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주거가 가장 필요하다 생각해요.


수수 : 그렇군요. 약간 캐롤이 사회복지 공부하면서 더 고민을 해보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캐롤 : 아니요. 그건 아니구요, 진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얘기에요.


수수 : 그렇다면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군요.


🦦캐롤 : 그런 거죠.


수수 : 네, 그러면 혹시 캐롤이 기금 관련해서나 퇴소 후 지원 관련해서 열림터에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으실까요?


🦦캐롤 : 아니요. 아, 제가 또우리 단체 카톡방 만들자고 건의했는데 생겨서 좋아요. 거기에 열림터가 이것저것 공지해주니까 편해요. 너무 좋아요. 진짜.


수수 : 사실 우리도 좋아요. 그 전에는 일일이 다 문자했는데.


🦦캐롤 : 톡방을 왜 안 만드나 싶었어요.


수수 : 네, 그럼 인터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만나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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