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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후기] 🎤 열림이들의 <세계의 주인> 수다회
  • 2026-01-13
  • 84


수다회에서는 열림이들이 영화 <세계의 주인>을 보고, 각자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았습니다.




🦔RA

세차장 씬만 기억나. 왜 거기서 그렇게 발악했는지 알겠더라. 시끄러우니까 그 안에서야 안전하게 울고불고 마음을 토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친족성폭력 피해자는 아니었지만 피해자라는 점에서는 공감이 많이 됐어.


🍋LE

첫 장면이 너무 강렬했어. 영상미 없이 진짜 10대의 서툰 키스. 그리고 주인이가 남자애한테 주먹 날리던 장면도 생생하고.

교장실에서 피해를 고백한 뒤 세차장에서 주인이 모녀의 뒷모습 보면서 ‘여기서 뭐 나오겠구나’ 감이 왔지. 세차장 씬 보면서 나도 엄청 울었어.

주인이가 엄마한테 울분을 쏟아내고 엄마가 받아내는 모습이 나랑 엄마를 떠올리게 했거든.

감독 코멘터리에선 그게 첫 폭발이 아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이해됐어. 그 장면 보고 엄마한테 “나 엄마한테 다시 지랄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더니 “지랄해도 돼” 라고 하더라.

영화 속 모녀가 부러웠는데, 그 모습이 단번에 생긴 게 아니라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거라는 걸 알고 감회가 새로웠어.

성폭력 이후 내가 포기했으면 우리 가족도 같이 멈췄을 텐데, 내가 버텼기 때문에 우리 모두 성장한 거라고 느꼈어.


😸 JI

나도 세차장 씬이 가장 기억에 남아. 또 하나는 체육관 장면. 남자친구가 부담스럽다고 하잖아. 그때 딱 내가 전남친이랑 헤어지고 힘들어 하던 때라 그 대사가 꽂혔어.

내가 잘못한 건 아닌데 절반쯤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그 감정. 그래서 전남친이랑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기도 했어. 같이 보면 나를 좀 더 이해해줄까 싶어서…


🎙 상아

그랬을 것 같아. J 전남친 아주 빡치네…
그럼 주인이 남자친구 이야기도 해볼까?


🍵 KA

내가 그 남자친구였어도 힘들었을 것 같아.
조금만 어긋나도 주인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늘 조심스러웠을 거고, 그런 연애는 금방 지치지. 그래도 노력하는 아이로 보였어.

남자애들끼리 주인이 욕할 때 “주인이 그런 애 아니야”라고 말한 거 보면.


🍋LE

나이에 비해 순정파 느낌. 의리도 있고. 현실 고딩과는 좀 거리감 있긴 했지만.


🐮MU

나는 보는 내내 화나고 짜증났어.
10대의 사랑과 피해자성을 잘 담은 건 좋은데, 전체적으로 너무 판타지 같았어. 내 현실과 완전 달라서. 세차장씬 보면서도 “나는 미안하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이 생각이 먼저 들더라.

주인이네 엄마가 아빠 찾아가 따지는 것도 현실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잖아. 그래서 더 화나고.


🍵 KA

맞아. 나도 공감이 안 됐어.
나는 울부짖고 매달릴 사람이 없었거든.
엄마는 돌아가셨고, 오빠는 아빠 편으로 갔고…
그래서 주인이는 ‘울부짖을 상대가 있었다’는 게 부러웠어.


🎙 상아

활동가들은 그래서 영화가 정말 공익광고나 교육용 같다고 하기도 했어. 그래! 이래야지! 피해자들의 가족이 이래야지! 하면서 봤고.


🍵 KA

맞아, 딱 공익광고!
성폭력 피해자도 밝을 수 있다… 통념들을 반박하려는 느낌.


🍋 LE

나는 오히려 다큐처럼 느꼈어.
특히 친구들이 주인이와 남사친이 여느 때처럼 장난치고 있는데, “하지 말라잖아” 하면서 정색하잖아. 주인이가 되려 당황하고. 그리고 나서는 여자애들이 주인이 없을 때 뒷담화하고.

점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멀어지는 느낌이 완전 다큐처럼 현실적이었어.

그리고 나는 그 공익광고스러움이 좋았던 것 같아. 서명 문구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 같은 표현들 보면 나도 늘 “내가 지금 웃어도 되나? 괜찮아도 되나?” 이런 혼란이 있었거든.

감독이 그런 통념을 비트려고 했다는 게 좋았어.

재판 장면을 보면서는 영화관 밖으로 나가고 싶었어. “피해 중에 어떻게 메달을 땄냐”는 변호사 말.

나도 피해 중에 공부하고 운동하고 살아내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법정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이 숨 막혀.


🍵 KA

나도 고민시 역할에 공감됐어. 그 변호사가 “어떻게 가해자에게 하트 문자를 보낼 수 있냐”고 할 때 너무 화났어. 나도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아빠한테 애교 부리고 아양도 떨었어. 그게 내 생존방식이었거든.

그리고 난 주인이 남동생 보고 좀 마음이 복잡하더라. 그 어린 애도 뭔가 알고 있구나 싶고. 근데 주인이 아빠는 왜 혼자 산속에 들어가 사냐? 가족과 함께 세차장 백 번, 천 번이라도 갔어야지!!!! (모두 격한 공감)


🎙상아

다들 호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어?


🍵KA

호수? 완전 위선자지. 피해자 통념만 잔뜩 가지고 있고, 지적해도 인정도 안 하고… 그거 가지고 입시에 쓰려는 느낌도 들었고.


🎙상아

그런데 호수한테 학대의 정황이 있는 여동생이 있었잖아. 호수는 흉악한 아동성범죄자가 동네에 다시 돌아오는 게 불안하지 않았을까? 뭔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싶기도 하고..

마냥 그걸 입시에 이용하려고 만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아. 주인이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서명을 제출하지 않았던 것 같고. (정말?)

서명운동이 뉴스를 탔을 때 굉장히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잖아? 호수의 의지는 아니었을 것 같아. 다른 학교 학생들이었을 수도 있고.


🍵KA

뭐… 그럴 수도 있긴 하지. 여동생을 자기가 키우다시피 하니까 걱정은 알겠다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 그 문구를 끝까지 고집한 게 너무 싫었어.


🐮 MU

몰라서 한 게 더 문제지…


🍋 LE

그 남자애는 선의로 출발했던 것 같아.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가벼이 여기지 않으려고 상상하는 ‘최대치의 고통’ 같은 말을 넣은 거지.
이 영화가 그런 어려운 지점을 공익광고처럼 쉽고 정확하고 재미있게 잘 짚었다고 생각해.

나는 호수 여동생도 성폭력 피해자인지 알고 긴장하면서 봤어.. 그 아이의 영화적 장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더라.


😸JI

호수 여동생 캐릭터는 주인이가 말 못 한 아픔을 대신 표현하는 장치 같았어. ‘이래도 안 아파?’ 하는.


🎙상아

그럼 사과 얘기 좀 해볼까? 영화 속에 사과가 많이 등장하잖아. 과일 사과도 등장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등장하고~

감독님이 세차장 씬에서 장혜진 배우에게 '세상 모든 엄마들을 대신해서 미안해해주세요' 라고 디렉팅했다는 일화도 있어.


🍋 LE

나는 실제로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하라고 했는데 엄마가 미안하다고 못 하겠다고 했어. 어떻게 미안하다고 할 수가 있겠냐면서.


😸JI

피해 사실을 듣고 우리 아빠도 그랬어.


🍋 LE

실제로 엄마가 너무 힘들었겠다 공감도 했지만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얘길 들어본 적은 없었어. 미안하다는 말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


🐮 MU

근데 ‘모든 엄마를 대신해 미안해요’ 이런 건 솔직히 기만처럼 들렸어. 내 엄마는 사건 말하자마자 나한테 2차 가해했거든. 사과할 마음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상아

감독님의 의도는 너에게 2차 가해를 한 당사자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가지고 있지 않던, 그 시절에 미안하다고 못 들은 너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거 같아.


😸JI

MU 얘기를 들어보면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은 옆에 주인이처럼 터놓고 화를 낼 사람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아 보여. 그래서 오히려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 LE

근데 피해자가 아닌 사람은 위로도 하면 안 된다는 거면…그건 너무 성역화 아닌가 싶어.
세상에는 피해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함께 살아가잖아. 성폭력 피해를 언급도 위로도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해버리면 어떻게 서로가 대화할 수 있을까?

기만으로 느껴질 순 있지만, 성폭력 피해에 있어서 어떤 말도 해선 안된다면 현실에서 변화의 이야기가 나오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

그치만 성폭력 피해도 다양하고.. 내가 겪은 피해와 비슷한 영화를 봤을 땐 빈틈이 더 잘 느껴질 것 같기는 해. 그러면 나도 그 영화가 싫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수다회에서는 열림이들이 영화 <세계의 주인>을 보고 각자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작품이 던진 메세지가 모두에게 다른 울림으로 남은 것 같아요.

바로 그 차이 덕분에 영화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다음에 또 좋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의 수다회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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