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일상회복

나는 ‘대화’를 하고 있다
  • 2010-05-31
  • 525

‘1년 6개월이 원래 이렇게 빠른 시간이었나?’




싶으면서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길고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게 되었을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트리그룹에 두 번째 방문 했을때였다. 내가 트리그룹에 다니면서 몸에 베어 버리게 된 감정단어들로 설명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건 그 일들이 아득한 먼 옛날처럼 느껴져서 그래서 아마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떠올리지 못할 만큼 달라져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쨌든 생생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분명한건 그때의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 하나 하나를.. 힘겹게 힘겹게 맞아들였던 때였다. 모든 게 다 불안정했고 의심 투성 이었으며 배타적이었다.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속으론 모든 것에 ‘싫어!’를 외치고 있었다. 나는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이 몸에 베어 있었다.) 그때 나는 몇백 문항에 해당하는 테스트지를 풀어야 했는데 낯선 환경에 위축되어 있던 나는 집중이 곧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였고 한켠에서 얼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빨간 신호를 다급히 보내고 있었기에 그 상태로 쭈뼛쭈뼛 하나 하나 체크 해 나갔다. 그 테스트지를 다 풀고 나서는 짧은 상담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나는 온몸이 경직된 상태로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른 채 상담 선생님의 눈을 슬쩍 보았다가 허공을 살피다가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웃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웃으면서... 그리고 그 문을 나오면서 해방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도 난다.‘내 마음을 들키면 어쩌지?’,‘그렇다면 아마 나를 나쁘게 생각할 거야. 속으론 날 싫어하면서도 겉으론 내색하지 않겠지’ 이라는 말들이 귓속을 맴돌았다.‘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오지?.. 또 웃어야 하나... 부담스러워졌었다.




상담은 언제나 불편했다. 내 속 마음을 꼭 얘기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담감에 한때는 트리그룹 가기를 거부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잔꾀를 이용)




상담에서는 분명 가식적일것이고 적극적이지 못할 것이다. 말을 아예 안할지도 모른다.




한다면 거짓으로 말할 것이다. 라는 내 나름대로의 판단을 머릿속에 주입시키고 다니기 시작한 트리그룹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가식적이지 않았고 소극적이지 않았고 말을 생각보다 많이 했고 거짓으로 말한적이 많지 않았다. 나중에는‘집에서 멀어서 오기가 힘들어요!’‘숙제 하기가 귀찮아요!’라며 괜히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다. 집단클래스에서 어려움은 예상했던데로 였다. 그 날 그 날 함께 경험해보아야 할 어떤 일들을 제시해주고 그 경험을 클래스인들과 함께 나누어 보는 일이었는데 난 그 시간이 부담스럽고 스트레스였다. 여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내가 얘기를 해야 했고 그렇게 얘기해본 경험이 드물었던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이 들어서 우물쭈물하기도 했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발표하면서도 틀린게 어떤건지 딱히 답이 있는 것도 아닌 것에 틀리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다가 말하다 갑자기 멈춘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러고 난후엔 괜히 민망해서 클래스를 진행하는 선생님이 열띤 강의를 하고 계실 때 일부러 딴 생각을 해서 내가 만든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도 했고.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이상하다 라고 판단하고 있던일이 너무 나도 당연하고 당연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다라고 판단 될 정도.




다른 사람이(설사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해도) 얘기를 하고 있으면 그걸 듣게 되는건 당연한거고 그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으면 그 사람을 보게 되는 것 역시 당연하고




그 사람에게 있었던 일이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사실인데 수인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아니 수인 하는게 아니라 수인 되어지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일, 감정등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수인단계까지 이르러야 그다음 말을 할수 있게 되듯이. 그게 말로든 표정으로든.




마음속에 얽혀있는 일들을 글로 표현을 하면 하나 하나 풀려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새삼 더 깨닫게 되는것 같다. '대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나는 내가‘대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몰랐고‘대화’가 어떤것인지 알게 된 나는‘대화’를 하고 있다.‘대화’에 노력하고 있다. 변화는 사실 어려우면서도 어렵지 않은 것만 같다.




어렵다는건 노력해야 할 때의 마음이고 어렵지 않다는 건 노력하고 나서의 마음이다.




- 나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