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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얼굴 - 조윤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서 여성주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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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얼굴

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

이번 호 나눔터 <보고 싶은 얼굴> 코너에서는 지난 4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대회>의 무대에 올라 대표로 발언해주신 세 분의 앙코르 발기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앙코르 발기인분들과 상담소의 특별한 인연, 그리고 스무살 생일을 맞은 상담소에게 전하는 애정어린 메시지를 들어 보실까요?

interviewer _ 보짱

조윤주 님
세 번째 얼굴 | 조윤주
조윤주님은 현재 PR 에이전시 A.E로 애플코리아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윤주님은 2008년에 경희-씨티은행 NGO인턴십으로 상담소에서 근무하면서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조윤주님은 회원 소모임인 여성소설읽기모임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고, 3·8 여성의날, 벼룩시장, 총회, 한 해보내기 등 상담소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해주시는 열혈회원이기도 합니다. 상담소는 카드 돌려막기처럼 무슨 일만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한다면서 손사레를 치지만, 언제나 부르면 싫은 기색 없이 달려와주시는 조윤주님을 만났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서 여성주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interviewer _ 보짱

Q 상담소와 처음에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세요.

A 2007년에 외국에 있다가 돌아와서 내년에 복학하는데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경희-씨티은행에서 NGO인턴십을 신청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습니다. 당시에 NGO단체마다 2명씩 일하게 되었는데, 상담소에서는 저랑 김동현이라는 친구가 같이 일하게 됐어요. 상담소 업무도 도와드리고, 행사나 집회 있으면 같이 나가고, 상담소 관련 자료를 읽거나 상근활동가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당시에 동현이랑 둘이서 참 재미있게 일했어요. 저는 NGO인턴십 하기 전에는 여성운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상담소 와서 새롭게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턴십 마칠 때쯤 동현이가 너무 재밌게 일했으니까 이런 마음을 전하기 위해 상근활동가들에 대한 책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제안해서 같이 만들었어요. 활동가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찍고, 피곤해서 지쳐서 자는 것도 몰래 찍고, 전체회의 때 사람들 표정 이상하게 나오는 것도 찍고, 각 활동가의 성격이나 특징에 대해서 재밌는 글도 써서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동현이가 숙명여대 다녔는데 둘이서 같이 숙대 도서관에 가서 원고를 썼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했나 모르겠어요. (웃음) 나중에 인쇄소에 제본을 맡겨서 진짜 책처럼 만들어서 활동가 한명 한명 다 드렸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재미있었거든요. 아마 둘이라서 했던 거지 혼자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Q 상담소랑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상담소를 만나게 하는 힘은 뭘까요?

A 음, 힘은…… 제가 상담소 오기 전까지는 명확하게 여성주의 이론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상담소 오기 전에는 여성주의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전혀 몰랐고, 관련활동에 참여한 적도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뭔가 모르게 세상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짜증나는 일이 많았는데, 나중에 제가 그랬던 것이 다 여성주의나 여성운동 이슈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게 아마 지속적으로 상담소 문을 두드리고 찾게 된 계기라고 생각되네요.

또한 한편으로는 오매랑 두나 등 상담소 활동가들을 만났던 것도 상담소와의 인연을 이어주게 한 힘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오매, 두나, 마도와 함께 상담소 회원소모임인 여성소설읽기모임을 함께 하고 있거든요. 일단은 여성소설읽기모임이 한달에 한 번은 모이니까, 꾸준히 모임에 참여한 것도 상담소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여성소설읽기모임에서 사람들하고 같이 책을 읽는 것이 매우 새롭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전에는 책을 혼자만 읽는 사람이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으니까 똑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다는 게 참 재밌더라구요. 나는 이 책이 너무 싫었는데 어떤 사람은 너무 좋았다고 하고, 나는 이 캐릭터가 너무 좋았는데, 어떤 사람은 너무 싫다고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책을 다르게 읽을 수 있어서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Q 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 대표로 무대에 섰는데, 나름 경쟁이 치열했던 거 아시죠? 앙코르 발기인을 가입하신 소감을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마도가 저한테 앙코르발기인 가입 권유를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제가 지금도 상담소 회원 프라이드가 엄청난데, 앙코르발기인 가입까지 하면 상담소 회원 프라이드가 하늘을 찌를 것 같지 않냐고요. 그랬더니 마도가 괜찮다고 다 받아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웃음)

이건 농담이구요. 여성운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닌데, 상담소가 20년이나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직장인이라서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기 때문에 금전적인 후원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는 상담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올해 27살인데 20년 뒤면 47살이 됩니다. 제가 상담소를 후원하는 것이 상담소가 앞으로 20년을 더 열심히 달려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서, 47살이 되었을 때에도 상담소가 한국의 대표 여성운동단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에 김제동씨가 책을 냈는데, 인세 전액을 아름다운재단과 대안학교에 기부한다고 했거든요. 근데 김제동씨가 너무 솔직하더라구요. 김제동씨가 “솔직하게 이렇게 책이 잘 팔려서 인세가 많이 들어올 줄 몰랐다.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봤을 텐데 사실 좀 아깝지만 기부하겠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기부할 때 너무 고고하게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이런 인터뷰가 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동감이 많이 가더라구요. 발기인 출자금 20만원을 선뜻 낸다는 게 사실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저한테 20만원은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쓸 데가 너무너무 많은 돈이지만 상담소에 기부하는 거죠. 이걸 통해서 상담소가 더욱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저는 한 번에 다 내지는 못하고, 매달 5만원씩 내고 있는데 참 보람차요. 돈을 더 많이 벌면 상담소에 더 많이 기부하겠습니다 (웃음).

Q 스무살 생일을 맞은 상담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회원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면 좋겠습니다. 총회같은 공식행사때 만나는 것 말고도 같이 모여서 뭘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같이 등산을 한다던지, 같이 스포츠를 한다던지, 아니면 같이 모여서 세미나를 한다던지. 그러면 좀 더 상담소가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또 한가지는 상담소가 언론에 더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적극적으로 방송 인터뷰도 많이 하고, 신문기사도 많이 실렸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신문에 실리거나 하면 사람들이 다 많이 알게 되고, 상담소 활동을 많이 알릴 수 있잖아요. 제가 홍보 담당이라서 아침마다 각종 신문을 다 읽고 모니터하는데, 상담소 기사가 실리면 너무 반가워서 스크랩합니다. 그런데 상담소는 맨날 한겨레나 경향에만 기사나 실려서 좀 아쉬워요. 우리 상담소랑 소위 보수신문이랑 인터뷰해가지고, 거기에 한 번 나오면 어떨까요? 조중동이나 매경, 한경 그런 신문에 상담소 기사가 실리면 좀 신선할 것 같아요. 그 신문 보는 사람들이 좀 보수적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좀 어렵겠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