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
interviewer _ 보짱

황재호님은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으로 수신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황재호님은 1993년에 24시간 야간 상담을 하던 지킴이 2기로 활동하시면서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상담소와 연락이 끊어졌는데, 개소 20주년 홈커밍데이행사를 통해서 오랜만에 상담소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황재호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 모집안내를 보고 가장 먼저 가입해주신 1호 앙코르 발기인이시기도 합니다. 황재호님이 너무 바쁘셔서 직접 찾아 뵙고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어 서면인터뷰를 보내주셨답니다.
“지킴이로 활동하던 시절은
제 젊은 날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interviewer _ 보짱
Q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세요.
A 제가 대학교 2학년이던 1993년 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지킴이 1기로 활동하던 정정기 선배 소개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정정기 선배는 몇 명 안 되는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남자 선배로 인간적으로 많은 귀감이 되는 분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저와 상담소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하숙집 룸메이트로 지내는 절친 선후배가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상담소 지킴이 활동을 하고자 했을 때는 특별히 여성학이나 사회문제에 학문적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다양한 트렌드 변화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어 개인적으로 사회학 교양강의도 많이 듣던 시절이었기에 ‘성폭력’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저의 관심을 끌더군요. 돌이켜보면 제가 도움을 드리고자 자원한 활동이었지만 오히려 훌륭하시고 좋은 분들을 만나는 행운이었고, 많은 것을 얻고 배워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초기 지킴이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당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대략 3년간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잊지 못할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매우 많습니다. 주요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법정이 이런 곳이구나! 재판은 이렇게 받는구나!’ 하고 알게 해준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법정지원 활동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로서는 그때가 처음으로 법정에 갔던 때였거든요. 당시 지킴이 자치활동 소모임인 법정지원팀에서 활동하면서, 녹취록을 작성하고 소송기일이 잡힌 날에는 법정 관람석 한 자리를 차지하고 여러 차례 재판진행을 지켜보았습니다. 현장 대질신문이 있던 날에는 기꺼이 학교까지 동행하여 피켓을 들고 힘을 실어 주기도 했지요. 재판진행 경과에 따라 때로는 분에 겨워 화가 나기도 했고, 사건의 진실이 명백히 밝혀져 피해자가 반드시 승소하길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3천만원이라는 상징적인 손해배상과 승소라는 결과(3천만원 배상은 1심 결과임, 최종 3심에서는 5백만원 배상을 판결함)를 지켜볼 때는 그래도 사회 정의가 살아있고 진실은 통하게 마련이구나 하는 확신이 서더군요. 당시 피해자 변호를 담당하시던 박원순, 이종걸 변호사님 등 명망 있는 분들의 헌신의 결과라 할 수 있겠지만, 상담소 최영애 소장님을 비롯한 많은 상담원과 자원활동가에게는 매우 고무적이고 힘이 되는 최대의 이슈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함께 자원활동을 하던 지킴이, 상담원, 위기센터 간사 선생님들과 소중한 추억이 많은데…… 먼저 ‘떽데굴’이라는 스포츠 볼링 소모임 추억이 있습니다. 회원 수 예닐곱 명으로 단지 볼링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였고, 형편없는 실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떽데굴’ 팀명을 새겨 회원전용 티셔츠도 제작했었는데요. 이 티셔츠는 회원수의 두 배나 판매되는 히트상품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절친 지킴이 동료였던 선규의 활약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Q 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으로 가입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앙코르 발기인 가입동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상담소 지킴이는 제가 원해서 지원한 활동이었으며, 한 달에 네 다섯 번 밤을 새는 수고스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지킴이로 활동하던 지난 시절은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고뇌하던 대학생 신분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담소 지킴이 활동은 이런 힘겨운 시기에 오히려 저에게 많은 고민과 좌절의 시름을 잊게 만들고, 인간적인 성숙과 사람의 풋풋한 향기를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담소 개소 20주년을 맞아 홈커밍데이 이벤트로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준 것 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불어 앙코르 발기인의 기회까지 주신 것은 상담소가 그 동안 제게 베풀어준 은혜와 인연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 생각했습니다.
Q 올해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개소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회원으로서 상담소가 어떤 활동을 해주기를 원하시나요? 상담소에 바라는 바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A 상담소의 20년 역사는 일그러지고 차별적이던 성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법률 제정과 정부정책 수립, 연구활동, 성폭력 피해자 지원활동을 꾸준히 수행해 온 실천의 역사입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남녀평등과 건전한 성문화 정착을 주도했는 변화주도의 역사입니다. 지난 20년이 그러하듯 향후 20년도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나날이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사회가 변화하면 의식과 문화도 변하게 마련이지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당히 사회 악에 굴하지 않고 건전한 성문화를 주도해 나가길 바랍니다. 더불어 남녀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성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발 먼저 국민에게 다가가는 범 사회적인 다양한 캠페인도 많이 구상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앙·코·르 발기인
interviewer _ 보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