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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피해자지원에 있어 검찰개혁이 절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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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성폭력피해자지원에 있어
검찰개혁이 절실한 이유

여성주의상담팀 이어진

성폭력가해자에게 ‘무죄’ 구형한 검찰

2010년 서울의 한 재판정, 검찰의 구형이 있는 날이다. 성폭력피해자인 A씨는 검사가 가해자에게 몇 년의 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의 구형은 ‘무죄’ 였다. 국가와 피해자를 대리하는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입장과 의견을 주장할 대변인이 재판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가해자에겐 국가가 선임해준 ‘변호사’ 가 있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이는 일반적인 재판과 달리 ‘재정신청’ 을 통한 재판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고소인이 불복할 경우 직접 고등법원에 재판 회부를 요청하는 제도이다. 고등법원에서 판단할 때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당초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이 그대로 다시 피해자의 대변인이 되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조직에서, 한 번 죄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건을, 다시 죄가 있다고 결정할 확률. 얼마나 될까?

A씨의 경우 검찰의 불기소(증거불충분) 처분 이후 항고하여 기각되었고, 재항고를 하더라도 기소될 확률1이 높지 않아 재정신청을 선택하였다. A씨는 검찰조사에서 피해자이면서도 혼자 조사를 받는 입장이라 위축감이 컸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대리인인 검찰이 있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더라도 마음껏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가해자와 다투어 볼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A씨의 착각이었다. 검사는 무성의했다. 검사는 가해자측 변호사의 “강간피해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라는 치욕스런 질문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결심 공판을 앞두고 판사가 “이게 성폭력이 맞습니까?”라고 검사에게 질문했지만 검사는 “피해자가 맞다고 하니 맞는 것이겠지요.”라는 무성의한 답을 할 뿐이었다. A씨는 방청석에 앉아서 재판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재판이 끝나고 검사에게 항의하고자 했지만 검사는 전화통화 한 번 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에게도 가해자처럼 국선이더라도 변호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는 있지만, 선임된 변호사가 재판정에서 발언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

이렇게 법원이 재정신청 사건에서 ‘공소제기결정’ 을 내려도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거나 아예 구형을 하지 않는 등 공소유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08년 재정신청대상이 확대된 이후부터 2009년 8월까지 법원이 내린 총 103건의 ‘공소제기결정’ 사건 중 38.8%에 해당하는 40건에 대해 무죄를 구형하거나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 며 아예 구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2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재정신청이 아닌 일반적인 공소제기 사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공소유지를 위한 지정변호사제도 재도입 필요

따라서 재정신청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신청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유지 담당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 적합한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이와 같은 논의 속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공소유지 재정결정사건에서 특별검사를 법원이 지명하던 제도인 지정변호사제도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법무부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었다.

실제 성폭력사건지원자가 법원이 재정신청을 통해 ‘공소제기결정’ 을 내린 사건을 지원하면서 가장 불안했던 점은 ‘검사가 피해자의 편이 되어 공소유지를 위한 노력을 얼마만큼 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재정신청제도는 기소권한을 검찰이 독점하도록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기소독점권을 잘못 사용한 검찰의 오류를 법원에 의해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 것이다.3 무죄라고 이미 한 번의 결정을 한 검찰에게 다시 사건의 공소제기 및 유지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공소유지를 위한 지정변호사제도의 재도입이 절실하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검찰심사회’ 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재정신청제도와 같이 검찰의 기소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2/3(8명)이상이 2회에 걸쳐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해당사건은 곧바로 형사재판에 회부된다. 하지만 일본의 공소유지는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가 맡고 있다.4

피해자를 살리는 ‘검찰의 사소한 개혁’ 절실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성폭력피해자가 고소를 하고 재정신청을 하여 재판이 시작되고 3심, 대법원까지 간다고 가정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빠르면 2년, 길게는 보통 3년 이상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피해자가 가지는 심리적 고통과 소모되는 경제적 비용은 감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법원의 재정결정을 통한 재판이 피해자에게 실효성 있고, 공정한 제도여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항고, 재정신청 통해 얻어낸 재판의 기회가 진정 기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은 피해자를 대리할 의지가 없는 검사에게 본인의 사건을 맡겨놓고 노심초사해야만 하는 피해자의 고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애초부터 피해자의 권익을 담보할 수 없는 기형적인 사법구조를 방치한 채, 피해자에게 재정결정을 통해 또 한 번의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조장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 상황이다. 이 모순의 해결은 검찰의 ‘사소한 개혁’ 에 달려있다.

1 “실제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의 검찰항고 현황을 보면 2008년에는 1만 7천 397건을 처리해 이중 12.5%인 2천 174건에 대해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졌으며, 2009년에는 1만 9천 533건 중 10.4%인 2천 39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졌다.

2 “검찰, 재정결정사건 처리 ‘무성의(無誠意)’ ”, 『법률신문』, 2010.04.09

3 “욕심에 비해 성실하지 않은 검찰이 재정신청제도를 흔들고 있다”,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2009.09.30

4 “검찰 맘대로, 재정신청제도 논란”, 『법률신문』,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