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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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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이야기

사람만이 희망이다

⊙ 본 상담소 소장 이윤상

사무실에서 함께 점심 밥상을 차리는 모습
점심 밥상에 오른 부침개

쌀쌀한 초봄의 어느 수요일.

멀리 분당경찰서까지 가서 故장자연 님 사건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온 활동가들을 반갑게 맞는 목소리. “선생님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많이 추웠죠? 얼른 와서 점심 드세요.” 수요일 책임상담원 선생님이시다. 기자회견 때문에 점심을 준비하지 못한 수요일 점심당번 활동가를 대신해서 점심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셨단다. 적은 월급으로 생활하는 활동가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점심을 사무실에서 지어먹는 것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고, 사무실에서 함께 활동하는 상담원 선생님들도 어느새 함께 밥을 지어서 나누어 먹는 점심 친구로 자리 잡았다. 집에서 함께 먹을 반찬을 만들어서 싸가지고 오시는 분, 날씨가 우중충하다며 부침개 재료를 준비해 와서 즉석 부침개를 부쳐내는 분, 나누어 먹자며 쌀을 기부해주시는 분까지 점심 밥상을 둘러싼 훈훈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렇게 함께 나누는 밥상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여러 가지다. 드라마 이야기, 상담소 블로그에 새로 올라온 글 이야기, 재판동행 다녀온 이야기 등. 이 중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인기 주제는 MB행정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상천외한 일들과 이에 따라 깊어지는 사무국의 고민이다.

“선생님, 올해 심화교육은 참가비를 많이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상담도 자원활동으로 하시는데 교육비까지 올려야 하다니 정말 너무 속상하고 화나요.”

“올해 달빛시위(밤길되찾기캠페인의 별칭)는 돈 안들이고 해야 하는데
뭐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요?”

“내담자들이 프로그램 참 좋다고 하던데 올해도 그 프로그램 진행하는 건가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예산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든 꼭 진행하도록 해봐야죠.”

서울시, 여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정부기관에서 발주한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상담소가 진행해온 사업은 밤길되찾기캠페인, 상담원 심화교육, 여성주의 자기방어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다. 각 공모사업의 운영목적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사회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소수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등 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미 여러 해 사업을 수행했고 그 성과 또한 훌륭하여 우수사례로 뽑히기도 했던 우리 상담소의 응모사업이 올해는 죄다 쓴 잔을 마셨다. 광우병국민대책위에 연명한 1842개 단체를 ‘불법폭력 집회’에 참여한 단체로 규정하고 정부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정부 방침이 일파만파 영향을 미친 결과다.

우리들의 답답한 심정, 화나는 심정이야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상황에 매번 화를 낼 수만도 없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NGO에 대해서는 이미 현 정권이 재갈물리기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니, 이제는 시민과 단체들의 현명한 대응과 대책이 필요할 때인 듯싶다.

상담소 회원님께서 상담소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 앞마당에서 기금마련 하우스파티를 연 이야기, 첫 월급을 타면 꼭 하고 싶었다며 평생후원 회비를 내 주신 회원님의 소식, 자신의 퇴임식에 오는 분들께 선물 대신 상담소 후원금을 요청하여 기부금을 모아 보내주신 회원님의 감동 사연에 사무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카페 내부 사진
‘히즈라네 고양이’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