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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이제는 눈 감을 수 없다 -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노동조합 문제갑 정책위원장 인터뷰
  • 나눔터 편집팀
기획특집 _ 여성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들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이제는 눈 감을 수 없다

-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노동조합 문제갑 정책위원장 인터뷰

⊙ 나눔터 편집팀

인터뷰에 응하는 문제갑 정책위원장

연일 연예인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거리에는 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이 넘친다. 소소한 연애사부터 기획사와의 분쟁까지, 가만히 있어도 손쉽게 정보를 듣게 되는 시대이다. 여성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이 전해지고 기획사와 연예인 간의 전속계약 파기로 인한 법적 분쟁도 간간히 보도된다. 많은 경우 자살은 우울증으로 판명되고 계약 파기는 대부분 기획사에 대한 배신한’연예인의 배신행위로 다뤄진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알고 있는 것인가?

故장자연씨의 죽음을 계기로 연예기획사의 성상납 관행과 불평등한 계약, 인권침해 사실 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는 관행으로 치부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연예인에 대한 공공연한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향후 재발되지 않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인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노동조합(이하 한예조) 문제갑 정책위원장을 만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연예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해결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interview
interviewee_ 문제갑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interviewer_ 키라 (활동가)

Q 故장자연씨 사건을 비롯,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일들을 보았을 때, 현재 상황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지?

A 일반사회의 공동체 내에서 해결을 하거나 법으로 호소할 수 있는 문제들이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노출 자체가 배우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비난이나 판단 때문에 문제 제기하기가 어렵고, 그것을 극복하고 재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노출도 안 되고, 사전에 예방할 방법도 없고, 관행적으로 저질러온 수많은 인격침해나 부당한 요구들이 만연해 있다. 그러다보니 피해가 자꾸 양산되고, 2005년 초 이은주 씨 자살 이후로는 자살 빈도수가 자꾸 늘어난다.

대중문화예술계가 임계지점을 좀 넘은 것은 아닌가 싶다. 실제로 무언가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벌어지는 현상의 추세를 누그러뜨리거나 막기에는 역부족인 선까지 왔다.

Q 일련의 자살사건이나 성접대 등의 루머와 연루된 사람들은 대개 여성연예인이며 여성연예인과 남성연예인이 겪는 경험과 고통에 차이가 있지 않냐는 궁금증도 많은 것 같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어떤가?

A 일반적으로 여성연예인들이 성접대 등의 피해를 당하거나 노출될 것이라는 편견이 강하지만, 남성연예인 또한 그러한 유혹이나 부당한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실제적인 피해 발생은 대중의 인식만큼 심각하게 많지는 않으나‘누구나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수 있다.

연예인들이 받게 되는 요구가 부당한 것은 당사자인 자신이 그것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단의 주체성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기획사 측에서 우월적인 지위로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하는 것이다.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의 배우들, 오랜 무명 세월을 겪고 이제 도약단계인 배우들은 스스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 보다는 어떻게 컨트롤 되고 있다는 것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 자기 판단으로 비전을 찾아가는 것 보다 기획사, 제작사, 매니지먼트사들이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눈을 감으면 스타의 반열에 올라간다는 기대, 제작사 측에서는 조금만 더 하면 우리도 고생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 사례가 장자연 씨다. 이 사건의 경우 한예조 내부적으로 받은 충격이 크다. 종전의 자살이라고 하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인한 것이거나, 무명 배우의 경우는 노력을 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으로 인한 것이 컸다. 이는 몇 사례를 통해 확인한 바 있는 유형들이었다.

그러나 장자연 씨의 경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배우이고, 이 정도의 배우라면 자살할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자살을 할 수 있나? 당혹감을 느꼤다. 그러다가 인권침해에 관한 사실이 드러났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각 방송국의 공채제도 등을 통해 연예인 사이의 결속력이 굉장히 강했다. 그러나 외주제작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활동을 하게 되고, 결국 경쟁과 개별화가 형성되어 대중문화예술계가 가지는 이중성과 양면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배우들이 어디에도 상담을 하지 못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불행한 사건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Q 그렇다면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여성연예인들의 경우 계약 당시부터 인권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계약을 하게 되면 제작사, 소속사가 프로모션을 하므로 요구를 피할 수 없다. 자신의 판단과 상관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고, 그러한 관행에 편승해서 출세하려는 배우들도 있다. 서로가 관행을 이용하게 되는 상황을 조장하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기획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예조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러한 현상이 얼마나 벌어지느냐가 아니라 그러한 것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구조이다.

일본의 경우, 연예인들은 월급제를 통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 된다. 미국은 매니지먼트사가 배우를 발굴하고 육성해서 스타로 만들고, 에이전시는 별도의 계약을 통해 배우를 특정 광고나 방송에 출연시키고, 제작사가 그 배우를 채용한다. 이것이 정확하게 분리된다. 제작사가 소속사를 겸할 수 없고, 소속사가 있어도 소속 배우를 쓸 수 없다. 공정한 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본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소속사 배우를 쓰는 편이 더 이익이 크다. 이러한 고차원의 착취를 법적으로 못하게 해놓았다. 그러나 한국은 겹쳐져 있는 구조다. 메이저 프로덕션의 경우 소속 배우들을 매니지먼트하고 제작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제작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되고, 소속사의 권력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만한 배우들이 없다.

또한 터무니 없는 조항들이 들어가는 계약 역시 문제다. 자신을 키워줄 기획사이다 보니 조항을 따지고 들면 계약 자체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소속 연예인에 대한 투자비를 채무로 보고 그들의 활동 수익에서 투자비를 전액 회수하는 폭리가 있어도 제작사에서 산정한 금액에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Q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앞서 말한 관례적인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 문화관광부와 함께‘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측이 제작 업무를 겸하지 못한다’는 매니지먼트 사업법을 제정하고자 추진 중이다. 매니지먼트 사업에는 인적·물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등록요건이 있다. 아주 강하게 규제하지는 못하겠지만 규정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당한 계약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하여 정상적인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표준약관을 제정하게 되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신인 무명 여성연예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주종의 관계, 가불의 관계,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Q 그러나 표준약관의 경우, 실제 모든 부당한 일들은 계약서 이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A 표준약관마저도 없는 상태에서는 부당한 요구들이 버젓이 문서화되어 나타난다. 과거에는 불공정한 계약을 공공연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위장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것이 불합리하고, 감추어야 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고, 다시 이야기하자면 분쟁이 생겼을 때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표준약관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또한 이면으로 계약을 하는 기획사를 서열화시켜, 부당하고 잘못된 회사들을 도태시켜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정도의 의미로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 전부 규제해서 100%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Q 연예인 법률지원센터를 설치한다고 들었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A 법률지원센터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일반사회인들에 비해 사회성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한 경우, 계약 시 계약 내용의 행간에 숨어있는 교묘한 장치들을 스스로가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전체 연예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구제, 지원체계의 필요에 따라 문광부에서 대중문화예술인 지원센터를 만들기로 하였다. 변호사를 통하여 출연계약부터 차용증서 등 사회생활 시 필요한 것들을 법률적으로 지원 받을 것이다. 연말 정도 되면 운영 방안도 나오게 되니 내년부터는 정부 예산을 지원 받으며 센터 운영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여성연예인들에 대한 부당한 요구나 인권침해 관련 부분도 센터를 통해 상담이 가능할 것이다.

Q‘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선언식 때‘여성연예인 SOS 센터’를 개설하였다. 향후 여성단체, 민변 등과 어떻게 협력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A 일부 단체에서 도와주는 취지는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그렇지만 이쪽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는가. 여성연예인들은 프라이버시 노출에 대한 우려로 일반인들처럼 고통을 호소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잘 활용하려면 노조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예조에서 하고 싶은 조언은 이렇다. 악성댓글을 비롯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서 연예인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이 상당하다. 정말 힘들어하고 있으니 네티즌으로 하여금 좋은 댓글을 달아 지지해주거나 악성댓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등의 활동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했으면 한다. 그런 것들이 너무 고맙다. 그것은 아주 작지만 큰 일이다.

따라서 SOS 센터에서도 긴급하다고 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여성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에도 노력해주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그 단체를 지지·후원하고, 함께 운동하고 협력하는 방안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