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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생각

마음가는대로

부설 열림터 원장 오정희

50년을 조금 넘게 살았습니다. 남 앞에 내 세울 것은 없지만 참 바쁘게는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땐 나를 죽이고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고분고분 살아가는 법을 모난 돌이 정 맞듯 교육받았습니다. 당시엔 내 속에 똬리처럼 틀어 앉은 불만들이 바로 모난 돌이라 알았고, 행여나 '정' 맞을까 드러내지도 못하고 스스로 삭이고 감추느라 바빴고, 그러자니 빤하게 보이는 미래가 너무 싫어 억울할 때가 많았습니다.

미래가 빤히 보인다면 참 재미없을 겁니다. 그것도 썩 좋지 않은 모습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엄격한 교육의 결과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소한 것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되면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양보하는 것이 마음편한 여자라면 당연히 도식화된 여자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겠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어렸을 적 일인데, 새장에서 새를 꺼내 놓았지만 그 새가 제대로 날지를 못하였습니다. 멀리 힘차게 날아 갈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린 새는 빗자루로 쫓아도 주변에서 맴돌다 다시 잡히고 말았습니다. 당시 날지 못하는 새는 제게 무척이나 충격이었습니다. 새처럼 사람도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척 두려웠습니다.

언제부턴가 습관처럼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자리를 돌아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감탄을 하곤 합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자리는 전혀 계획한 적이 없는 도식화되지 않은 그야말로 신선한 자리였습니다. 도식화된 미래만 보였으니 계획은 늘 그 쪽으로 하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몸은 다른 곳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계획에만 없었을 뿐이지 늘 꿈꾸고 원하던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자리,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삶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늘 5년 후, 10년 후가 기대되었습니다.

문학을 할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작업을 하는 그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주변의 눈총에도 굴하지 않고 맡은 역할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신감을 찾아주었습니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는 내가 여성의 현실을 변화주도하는 물결 속에 속해있다는 것이 참 살맛나게 하였습니다. 의욕이 과했는지 작년까지만 하여도 무척 지쳐있었습니다. 올엔 일을 접고 쉬려고 5년 가까이 일했던 단체에서 퇴직을 하였습니다.

지리산과 사자가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하며 믿고 열림터 일을 맡기고 싶다고 했을 때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그 고마움으로 그동안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깨끗이 치유된 것 같았습니다. 인정받는 것과 신뢰가 이렇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내가 꿈꾸던 자리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만큼 소중하게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이젠 마음 가는 대로 몸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