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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여성폭력시설’ 평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배복주
기획특집 _ 반성폭력 운동의 제도화를 둘러싼 입장들

여성부 ‘여성폭력시설’ 평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배복주

사회복지사회법 제2조 1항에 해당하는 근거법률에 의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은 3년마다 평가를 받고 그 평가를 기반으로 정부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사업의 목적성이 잘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설치신고를 한 성폭력상담소 역시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시설로 규정되어 시설평가를 받게 된다. 여성폭력 시설평가는 여성부가 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을 평가기관으로 선정해서 2004년에 처음 실시했고, 그 당시에는 3년 이상 시설운영을 한 상담소가 대상이었으며 2007년에는 전국의 성폭력상담소 대부분이 평가를 받았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근거로 시설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평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얼마나 동의하고 타협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정부(여성부)와 평가기관(보사연)은 시설평가의 목적을 “시설운영과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이 필요한 시설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평가를 받는 시설의 현재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라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 주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상담소는 2007년에 처음으로 시설평가를 받았고, 그 경험을 통해 평가항목과 지표의 문제점, 평가위원들의 위계적인 태도와 불편함, 평가점수의 서열화, 평가결과의 활용방안에 대한 불투명성 등에 대해 여성부와 보사연에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2007년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시설운영과 관리뿐만 아니라 인권활동, 상담소장의 소양과 비전제시, 종사자(활동가)만족도 등까지 포함되었다. 평가항목과 지표를 이렇게 폭넓게 제시했다면 그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평가기관과 평가위원들의 평가항목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 해석도 일관되어야 하며 평가지표의 객관적 기준에 대한 설명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평가기관이나 평가위원들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과 그 역사성, 활동에 대한 이해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제시된 평가항목과 지표 기준에 ‘딱’ 맞추어진 목록과 서류만 잔뜩 복사해서 평가기관과 평가위원들 앞에 둔다고 해서 제대로 평가가 이루어지거나 평가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우리 상담소의 경우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대한 고려가 없는 평가위원들과 평가항목 등을 보며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무엇을 평가하고자 하는가에 대해 더욱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테면 2004년과 2007년 평가지표 중 면접상담 실시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에서 방문상담 실시여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장애인상담소의 경우에는 상담의 특성상 방문상담의 빈도수가 많은데 이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이와 같이 평가내용은 상담소의 현재상황이나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특성을 드러내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정부가 밝힌 시설평가의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부는 내년에 실시될 시설평가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개별상담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시설평가의 목적, 지표개발, 평가방식, 평가결과의 활용방식, 평가위원 선정 등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평가기관을 선정하고 평가위원 선정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단체(시설)는 상하·위계관계가 아니며, 단체가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거나 활동가들이 하급직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으로 여성들이 좀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운동하는 활동가이며 단체이다.

정부 시설평가가 ‘평가’ 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운동의 상상력과 자율성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수평적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는 없을지 되묻고 싶다.

<새올 행정 시스템과 정보 인권> 토론회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