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봉사연수를 마치며
⊙ 사법연수원 39기 옥창의
2008년 6월 30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시작했던 2주간의 법률봉사를 시작했다. 낡은 건물 2층에 위치한 좁은 사무실, 습기 가득한 지하실, 소장님을 제외하곤 왠지 남성에게 적대적일 것 같은 활동가분들의 인상(여성주의 활동가들을 바라보는 나의 편견일테지만)에 조금은 위축됐던 기억이 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여러 성폭력 피해사례들을 접했고,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 남성으로서, 그리고 멀지않은 미래에 법조인이 될 사람으로서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성폭력은 우리 주변에 일상화 되어 있어 충격적이었다. 자유롭게 주변인에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누벼야할 거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해야 할 직장과, 학교에서, 심지어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성폭력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그러한 고통은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감수성이나, 심리적 치료정도에 따라 어렵지 않게 극복하기도 하고, 50-60대가 되어서도 지속되기도 하였다.
7월 4일에는 달빛시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봤던 공연들, 사람들의 표정들은 꽤 감동적이었다. 장애우분들께서 했던 공연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곳에서 보았던 여성분들의 다양한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난 여자가 담배 피는 모습을 처음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때까지 여자가 담배 피는 모습은 거의 못보다 시피하며 자랐는데, 그 당시에는 담배는 남자만 피는 것이고 여자는 혹시 피더라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숨어서 피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히 ‘해서는 안되는 일’이 아닌 ‘낯섦’이었다는 생각이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여자와 함께 담배를 피우게 되는 일이 내게는 드문 일이 아닌 것이 되었고, 그러면서 여자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달빛시위에서 보았던 아직은 내게 낯선 여성들의 모습도 조금씩 내게 익숙한 모습이 되어 갔다. 길거리 행진과정에서 모두 다 옳은 얘기들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무관심한 표정들에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였다.
대학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여성총학생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조직에 대해 내가 받았던 솔직한 인상은 사소한 것에 시비를 걸고, 남성에게 항상 적대적이며, 범죄인 다루듯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단체에 대해 갖고 있는 이유 없는 거부감이 그 때부터 내게도 형성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했던 내가 여성단체의 조직 내에서 2주간 법률봉사를 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며 사회의 보통인 임을 자처하는 내게 여성단체에 대한 인상을 바꾸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남성 중심적 사상의 소극적 가담자 혹은 방조자로서 이익을 얻으며 살았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대법원의 ‘최협의설’에 대해 얘기하는 기회에 활동가분이 말씀해주신, 객관적 합리성으로 위장한 채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진정한 의미의 객관적 합리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려운 환경에서 피해자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활동가분들의 모습을 보며 그분들의 용기에 지지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또한 내가 그러했듯이 여성주의 운동이 다른 남성, 그리고 여성의 지지를 폭넓게 얻는 날을 기대해 본다.
* 2008년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있었던 2008년 법률봉사연수에는 사법연수원 39기 김은형, 박은진, 오다현, 옥창의, 이재은님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반성폭력을 위한 법 지원 활동, 앞으로 많은 활약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