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서 4년 이상 활동한 활동가에 대해 상담소 조직 내 다양한 경험 및 여러 기회 제공을 위해 다른 팀으로 옮기는 제도.
팀 로테이션한다고 했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지희_ 내키지 않았다. 열림터에 5년 있었지만 원래 야간활동가로 입사했고 1년 3개월 만에 주간 활동가로 보직 변경되었다. 또 주간 활동가 하면서 회계업무도 했는데 전체 업무 익히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내 입장에서는 또 로테이션하는 것 같아서 못 한다고 버틴 것이 1, 2년 정도 되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로테이션한다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예상 못 한 것도 있었다. 쉼터 열림터와 상담팀에서 피해자 직접지원하는 방식이 다르다. 열림터는 생활지원, 밀착지원, 세세하게 다 신경 쓰기에 퇴근하고서도 계속 생각하는데 상담팀은 내담자와 거리상으로 분리되어 있으니까, 저녁도 있고 주말도 있는 삶이 되어서 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니까 이래서 로테이션 필요했구나! 깨달았다.
유랑_ 나도 입사할 때 로테이션한다는 말 못 들었다. 그때는 4년 이상 활동한 활동가가 많지 않았다. 연차가 다 엄청 짧고 금방 그만두고 했는데 요즘 활동이 안정되면서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늘면서 로테이션 제도가 여러 팀을 경험해 본다는 조직적 고민으로 나오게 된 것 같다. 4년 차쯤에 로테이션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미리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상담팀에서 굵직한 사업들을 다 경험해 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파랑_ 입사할 때 로테이션한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지만 당연히 로테이션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팀에서 무슨 일하는지 살피면서 활동해 온 것 같다. 나는 로테이션 대상자가 아닌데 열림터 회계 자리가 비었다길래 가겠다고 했다. 상담팀에서 피해자 직접지원 하면서 소진된 상태였으나 상담소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열림터에서도 피해자 직접지원을 하지만 회계가 주된 업무라면 좀 낫겠다 싶어서 지원했다. 뭔가 팀 이동을 하면서 소진된 스스로를 환기하는 과정도 필요했던 것 같다.
기존에 있던 팀과 바뀐 팀에서의 차이점?
유랑_ 장소도 2층에서 3층으로 달라졌고, 업무도 많이 달라져서 이직한 기분이다. 일단 다른 층에 있으니 상담부스 벨 소리가 안 들려서 좋다. 상담팀에 있을 때 내가 상담 부스 담당이 아닌 날에도 벨 소리가 울리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상담팀이 주말에 일은 하지 않지만,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는 내담자가 있으면 일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몰랐는데 성문화운동팀으로 옮기고 나니 상담팀에서 많이 지쳤었구나 생각했다.
파랑_ 근무 시간이 확 달라졌다. 상담소에서는 모두 같이 10시에서 18시까지 근무하지만, 열림터는 8시 근무자, 11시 근무자, 야간근무자 이렇게 나뉘어 근무 시간이 다르니까 한 명이라도 휴가나 출장을 가면 상당 시간 나 혼자 있을 때가 있다. 상담팀이 시끌벅적한 것 보면 상대적으로 외롭게 느껴졌다. 그것 말고도 숙직할 때, 회계업무 자체도 혼자 하기에 초반에 많이 외로웠다.
지희_ 나는 열림터 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 좋았는데. 내가 그 시간을 좋아해서 열림터 떠나기 싫었나 보다.
유랑_ 아직 적응 못 한 부분이 있는데, 직접지원할 때는 가만히 있어도 상담 부스 통해서 지원할 내담자가 생겼다. 성문화운동팀은 내가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처음에 어떤 일부터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사업 기획하기, 성명 쓰기 같은 일이라서 늘어지면 한없이 늘어지지만, 또 쌓이면 한없이 일이 많아진다. 또 상담팀은 지원 과정에서 경험하면서 습득되는 것들이 있는데 성문화운동팀은 실무를 하려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해야 한다. 적극적 합의 개념, 성적 동의의 실행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이론적이고 담론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
지희_ 나도 그렇다. 열림터보다 상담팀에서 글 쓰는 일이 되게 많다. 상담일지도 매일 쓰고, 상담 사실확인서니 연계 의뢰서니 이런 것들이 되게 많다.
파랑_ 나는 사례 담당을 하지 않고 회계업무만 하는데 회계는 매달 시기별로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다. 이래저래 하다 보면 한 달이 금방 가 있다. 상담팀에 있을 때는 내담자의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예상할 수 없는 범위의 업무들, 논의할 것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라서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굴곡이 없으니 약간 심심하다 싶기도 한데 사례 담당을 하게 되면 또 다르겠다 싶어서 지금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나는 새로운 팀에서 이런 업무가 신기했다!
유랑_ 성문화운동팀은 매주 회의 담당하는 활동가가 기사 모니터링을 해서 매주 이슈 모니터링을 한다. 그래서 성문화운동팀이 이슈를 잘 따라가는구나 생각했다.
파랑_ 열림터는 활동가들이 매월 돌아가면서 식단표를 짠다. 그래서 뭘 할지 항상 고민한다. 반찬 종류 생각해서 식재료 사 놓는 것까지가 업무의 일부인데 그것 외에도 살림, 돌봄적인 부분들을 (일로) 많이 해서 살림, 돌봄이란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지희_ 상담팀은 신기한 업무보다는…… 내담자 지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방대하다. 특히 법률지원이 그렇다. 상담팀의 지원은 열림터보다 더 세세하고 규격화되어 있어서 배우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상담팀에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계속 일하는 이유가 있다면?
유랑_ 현재 팀에서 법·정책 담당이 되어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토론회' 이런 자리에 토론자로도 가고 그랬는데 관련된 글 읽는 게 너무 재미가 없는 거다. 나는 확실히 사람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상담팀 업무는 잘 맞았던 것 같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관련 간담회' 때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되게 좋았다. 사람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나!
지희_ 관심 있는 것을 그냥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이 일을 하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가장 커서 일하지 않을까. 현재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고 호기심이 향하는 곳이 여기다.
파랑_ 다양한 조직에서 일해왔는데 여기가 제일 낫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주로 힘들었는데 이 사람 때문에 '일 못하겠다.' 이런 것도 없어서. 나도 지희처럼 하고 싶은 일 위주로 살기도 했는데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니까 더이상 하고 싶은 게 없다.
유랑_ 인생 몇 회기이신가요? (일동 웃음)
파랑_ 일하는 게 아직 재밌기도 하고 출근하는 것도 그렇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휴가 며칠 쓰고 다니다 보면 '빨리 출근해서 구글 캘린더 정리하고 업무하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 하루 일상을 루틴하게 보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또 너무 루틴해서 오는 지겨움도 있다. 지난달이었나 한 달 결산할 시기가 왔는데 하기 싫어서 미치겠는 거다. 그래서 막 몸을 배배 꼬면서 하기 싫다고 소리 질렀다. 그런데 동료들한테 말하면 또다시 괜찮아진다.
유랑_ 사람이 중요하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배우고 성장한다는 느낌도 저에게 중요하다. 지희, 파랑과 합쳐진 이야기 같은데 나도 페미니즘을 따라와 보니 여기였고, 내가 좀 더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싶으니 여기였다. 상담팀에 오래 있다 보니 상담팀의 모든 사업 다 해봤다. 물론 오래 있어도 항상 새롭고 사례 너무 많고 논의할 것도 많지만 이 정도면 많이 했다고 생각했을 때 다른 팀으로 옮겼더니 또 모든 게 너무 새롭다. 내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고 그만큼 배우고 성장할 기회도 많아진 것 같기도 해서 이 팀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동료들과 노는 것도 너무 재밌고.
마지막으로 로테이션을 앞둔 활동가들에게 어떤 이야기 해주고 싶은지?
지희_ 기존 팀에서 많이 소진되기도 했던 것 같은데 상담팀 오면서 한숨 돌리는 느낌이었다. 더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에 장단점 있고, 가보지 않으면 또 모르니까 한번 다른 분들도 경험하면 좋겠다.
유랑_ 어떤 사람이든 어느 팀에 가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팀의 경험을 가진 사람과 만나게 될 때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자신과 팀에게 좋은 에너지가 될 것이다.
파랑_ 자기 팀 아닌 곳을 볼 때 힘들어 보이기도 해서 다들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가면 또 잘할 것을 알기에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