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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는 공간 만들기 : 회원특강 북토크 페미삶담소 후기
  • 산 | 회원홍보팀 활동가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간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요? 실마리를 잡기 위해 두 차례의 북토크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삶을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의 기록,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북토크의 기획을 두고 자원활동가 은화 님과 첫 회의를 했을 때, 사실 논의보다는 수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음에도 말하고 다니지 못했던, 절친한 이가 안티페미니스트임에도 끊어내기가 어려웠던 경험을 털어놓고 공감하며 '이런 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겠지? 그분들은 어디서 이런 얘기를 할까?'

이때의 대화를 바탕으로 북토크의 방향을 '페미니스트로서 서로의 삶에 공감하고 힘을 받는 자리'로 설정한 후, 제목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페미니스트라면 한 번쯤 겪는 고립의 경험을 안전하게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책의 저자에게 지혜를 구하는 이미지를 모두 담아내는 문구를 떠올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종일 머리를 짜내고 나서야 문득 떠오른 것이 '페미삶담소'였다.

페미삶담소. '페미니스트의 삶에 대한 담소'와 '그 삶 속 어려움을 상담하는 자리'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고, 우리 상담소의 이름과도 운율이 비슷해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최영미 시인의 『난 그 여자 불편해』로 풀어낼 일상적인 이야기와 신경아 교수의 『백래시 정치』가 던져줄 앞으로의 삶의 전략을 모두 아우르는 제목이었다.

공간의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행사장에 들어왔을 때 공간으로부터 받는 첫인상이 따뜻하고 편안하길 바랐다. 마치 정말 상담소처럼, '여기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인상. 북토크가 진행될 이안젤라홀은 사방이 회색이고 공기가 차가워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상담소의 모든 재원(패브릭 소파, 에펠의자, 목제 테이블, 조화 화분 등)을 총동원해 열심히 꾸몄다. 참여자와 저자 간, 그리고 참여자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자 책상도 모두 접어 한편으로 밀어두었다. 거기에 홀의 주백색 전구가 분위기를 더해 주어, 꽤 마음에 드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준비팀의 솜씨로 꾸며진 이안젤라홀 정경
_ 준비팀의 솜씨로 꾸며진 이안젤라홀 정경

그 위에 그려진 두 번의 북토크는 다른 듯 비슷한 결이 있었다. 최영미 시인이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담아낸 『난 그 여자 불편해』는, 규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채워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풍족하면 물론 좋겠지만, 주어진 것 내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고 그것이 어려우면 돌아가기도 하며 나만의 '고유한 삶'을 꾸리는 그만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신경아 교수의 『백래시 정치』에서는 앞서 최영미 시인과 이야기한 개인의 삶에서 확장하여, 백래시에 대항하기 위한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생각해 보았다. 페미니즘을 향한 비난과 낙인이 갈수록 심화하는 지금, 그는 개인의 실천 방안으로써 더더욱 친구, 동료와 모여 여성이 겪는 불편함과 폭력, 부당함을 일상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고립되지 않는 작은 연결망, 연대망이 모여 여성운동의 힘을 키우고 결집할 씨앗이 되는 것을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페미삶담소 2회차 현장
_ 페미삶담소 2회차, 뜨거운 열기의 현장

이번 북토크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가져갔을까? 각자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용기, 감사, 투지 등 제각기 다르겠지만, 왠지 모두가 '꺾이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굳은 의지만은 분명 가져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안전함, 공간이 주는 아늑함, 저자는 물론 다른 참여자의 말 또한 경청하는 따뜻함.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보다 분투하는 삶을 먼저 살아본' 그리고 '나처럼 분투하는 삶을 살아갈' 또 다른 이를 마주하는 얼굴들 사이로 응원과 연대가 오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간 각자의 자리에서 이 경험과 응원은 재확산하여, 또 다른 연결망을 만들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더 자주, 더 많이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