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은화_ 자원활동가 은화입니다.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대학생이고요, 사회교육과 사회학을 같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자원 활동 말고는 특별히 하는 건 없는 대학생입니다.
지윤_ 정지윤입니다. 저도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고, 저는 조금 생소한 전공인 아동가족학과 정치학을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노을_ 저는 노을이고,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자원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시민단체에서 일해보는 건 처음이어서 신기하고, 기대를 안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영_ 저는 손원영이고요. 문화인류학을 부전공 했고 철학과가 본 전공입니다. 전에는 리셋에서 잠깐 피해자 지원을 했었고요. 당시에 만난 미성년자들이 성매매 업소에 취직하려고 하거나 조건만남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성매매에 대한 의문, 업계 특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매매와 관련된 시위들이나 글을 주로 썼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자원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요?
은화_ 학교 인권센터에서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모집했는데, 마침 인권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이전 학보사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던 시기에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이 있었어요. 그때 '성폭력 문제가 결국은 구조의 문제에서 기원한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진로와 관련해서는, 학교나 교실 속에 있는 학생들이 성폭력과 거리가 멀지 않잖아요. 이럴 때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상담소에 왔습니다.
지윤_ 상담소를 알게 된 경로가 저랑 똑같은데요. 전공이 아동가족학이다 보니 전공 공부를 하면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문제를 많이 접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젠더관점에서 사회문제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접했고, 실질적으로 관련 이슈들을 좀 더 가까이서 접하고 더 깊게 공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1순위로 적어 신청서를 내고, 우연히 잘 되어서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노을_ 대학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했을 때 상담소를 접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는 상담소라고 하면 상담만 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자원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단순히 피해자 상담을 넘어서 법제화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들을 해결하려는 곳으로요. 대학생 신분으로 운동의 생리를 파악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자원활동 모집 글을 지인분이 공유해주셔서 좋은 기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원영_ 저는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성매매 당사자들이 내담자로 올 수 있는 여러 곳에 메일을 보냈는데 자원활동가를 모집하는 곳이 상담소밖에 없었어요. 막상 와보니까 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지금은 결과적으로 모든 폭력의 문제가 이어져 있어 외면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자원활동가 기자단 '틈'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노을_ 가부장제 사회에서 '반성폭력 문화를 같이 배우고 구조적인 성폭력이 만연한 이 사회에 균열을 내보자!' 라는 의미에서 '균열의 시작 틈'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다가 너무 길어서 '틈'으로 줄였습니다.
원영_ 〈켈리번과 마녀들〉이라는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었는데요, 후원자님 역시도 운동의 주체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틈'이라는건 단순히 가부장제 하나로만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거대 서사를 해체하는 작업이다' 라고 생각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지윤_ 주 업무는 상담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참관해서 행사 후기를 작성하기도 하고, 조금 더 대중적인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상담소 행사를 친근감 있게, 부담 없이, 후기를 읽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목적을 두고 작성하고 있습니다.
노을_ '틈'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랑 잘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독자들의 일상에 잠재해 있는 가부장 문화를 해체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6개월간 상담소를 드나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은화_ 〈제2회 친족성폭력피해자 생존기념축제〉가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느껴지니까 몰입도가 다르더라고요. 친족성폭력 문제를 경험한 누군가가 실제로 존재하고, 개인에게 고통스러운 문제임과 동시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게 체감되어서 찡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 때가 기억에 남아요.
지윤_ 저는 〈미투운동 중간결산〉에 참여한 게 인상깊었어요.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미투운동이었어서요. 그때 고3이었는데,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세션을 듣는데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미투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관심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을 잃었었구나. 그 행사에 가 보니 아직도 그 당시의 피해자들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해결되지 않은 현실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관심을 잃었던 제 모습이 좀 반성이 되기도 했고요.
노을_ 저는 행사 참여를 많이 못해서 거기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 건 아쉽긴 한데요, 개인적으로 '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한다' 라고 주변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우리가 상담소에서 이야기 나눴던 내용을 집에서 복기할 때 깨달음이 있었어요. 성문화운동팀의 〈적극적 합의〉 교육을 듣고 기자단끼리 이야기 나눌 때, 우리끼리는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에 공유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나 태도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이서 본 '상담소'와 '활동가'를 각각 한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지윤_ 저는 상담소 하면 가족같은 분위기가 연상이 되는 것 같아요. 건물 자체도 포근한 집 느낌이 나고요. 연장선으로 활동가를 떠올리면 자매애, sisterhood가 생각이 납니다. 그냥 연대가 아니라 여성 활동가로서의 맥락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은화_ 다른 모임에 가면 항상 '앞으로 뭐 하고 살 거냐',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냐', '어디 출신이냐', 이런 질문들을 항상 받았어요. 여기서 자원활동 하며 만난 사람들은 같은 일과 목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이유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압박이 없으니까 마음이 편하고 저 자체를 봐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환대로 하겠습니다.
노을_ 저는 연결감, 연결성. 각자 관심사와 의제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마냥 똑같지 않은 활동가들이 모여서 공통된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게 연결감 있다고 느껴졌어요. 상담소 공간 특성도 재미있었는데, 주거지처럼 생겼는데도 공적 공간은 분리되어 있더라고요. 한국의 일 문화는 토론을 많이 안 하는 문화이지만 여기는 확실히 많은 느낌? 해방감이랑 비슷한 것 같네요.
원영_ 저는 '돌봄'이 생각이 났어요. 돌봄은 외부 환경과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 서로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같이 나아가자는 체제인 것 같아요. 활동가들이 식사할 때 보면 서로 대화도 잘 주고받지만, 개인 공간을 명확히 존중하더라고요. 이건 돌봄의 영역인 것 같아요. 서로를 평어로 부르는 점도 기억에 남는데, 선배활동가나 상사분들과도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조직문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