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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의 새 사람, 세 얼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산 | 회원홍보팀 활동가
요즘 상담소는 한층 더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상반기에 신입활동가가 셋이나 들어왔기 때문인데요. 상담소에서 활동가로서의 길을 써내려갈 동은, 산, 해를 환영의 마음으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

올해 상반기, 한국성폭력상담소에는 새 사람이 셋이나 들어왔답니다. 늘 바쁜 성문화운동팀의 인력 충원으로 함께하게 된 동은, 신설된 회원홍보팀에서 활동가로서 첫발을 디딘 산, 그리고 상담소의 살림살이를 꼼꼼하고 든든하게 챙겨줄 해. 세 사람이 둘러앉아, 동료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타코와 반미 샌드위치로 간단한 저녁상을 차리고, 활동가들의 질문이 적힌 쪽지를 한자리에 모아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열어보았습니다.

신입활동가 셋이 함께 찍은 사진
마침 생일이 있는 달이 모두 같은 신입활동가들! 설마 이건 운명...☆ (왼쪽부터 산, 동은, 해)

Q. 상담소에 출근한 뒤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은?

동은_ 나 똑같은 거 썼는데(웃음) 충격 먹었던 건, 지금은 퇴사하신 백목련이 요리를 진짜 잘하신다고 들어왔을 때부터 많이 들었는데, 한 번은 점심에 중국식 당면 볶음 요리를 해주셨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다음 날에는 전날 술을 많이 드셨다고, 그래서 칼국수인가 버섯전골을 해주셨는데 진짜 너무…(엄지척)

해_ 여기 식당 아니에요?(웃음)

산_ 전 얼마 전에 낙타가 해준, 열림터 활동가 낙타의 버섯칼국수

동은_ 허억

산_ 버섯 칼국수!

동은_ 근데 그거 진짜 파는 맛 났어요. 그 왜 등○칼국수.

산_ 맞아맞아. 그리고 예전에 파랑이 해줬던 야채수프도 맛있었어요

해_ 안 그래도 어제 퇴근할 때 앎이랑 같이 나갔는데, 런치타임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전 아직 자신이 없다고 했어요. 다인원의 식사를 챙길 여유가 없다고 그랬는데, 앎도 처음에 왔을 때는 요리를 진짜 못했는데 하다 보니까 괜찮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메뉴 듣고 난 후로 더 자신이 없어졌어요.

동은_ 아~ 그래서 약간 당번표도 요못(요리 못함), 요잘(요리 잘함) 이렇게 해두셨더라고요. 처음 들어왔을 때 상담소분들, 음식에 되게 진심이구나, 했어요.

Q. 활동가란 무엇일까요?

산_ 란 글씨 같은데(웃음) 아, 다른 쪽지에도. '상담소는 모든 구성원을 활동가로 부릅니다. 각자 생각하시는 활동가의 자질, 태도 한 가지씩 뽑는다면 무엇일까요'.

해_ 제가 쓴 거 자진신고 할게요(웃음) 저도 비슷하게, '활동가라는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라고 질문했어요.

동은_ 그쵸, 활동가를 접하게 된 각자의 경험이 활동가란 무엇인지 정의하는 거랑 연결될 것 같아요.

산_ 으음 전 그냥 멋있어서…(웃음) 직함이 갖는 멋…?

동은_ 아, 액티비스트?(웃음)

산_ 전에 다른 기관에서 공익활동가 프로그램을 이수할 때, 거기서 활동가라고 불리는 분들을 처음 봤어요. 그때 그냥 오오~ 활동가~ 약간 이렇게(웃음) 저는 별로 막 크게, '활동가는 나한테 이런 거니까 그런 사람이 되겠어!'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하고 싶었어요.

해_ 저도 몰랐어요, 이 세계를. 그냥 뭐랄까, 밖에 나와서 시위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참 많고 넘치는구나. 그렇지만 나는 아니라고 되게 멀게 생각을 했던 거죠. 그러다가 지역에서 지내는 동안, 제 안에 어떤 것들을 자꾸 꿈틀거리게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활동가가 될 생각까지는 없었어요(웃음) 그냥 거길 떠나는 선택을 했거든요. 왜냐면 활동가가 하는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보이니까, 처우나 그런 걸 떠나서 그냥 마음을 많이 써야 하잖아요. 근데 잘 안되거나 했을 때 느끼는 패배감이나 좌절감을 더 크게 느낄 것 같다는 저만의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모집 공고 하나를 보여줬어요, (상담소에서) 호랑이처럼 활동할 활동가를 찾는다고. 그래서 (이력서를) 넣었는데 덜컥 된 거예요.

산_ 해한테 공감하는 게, 저는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권 단체를 생각한 적도 있는데요. 막상 그 분야에서 일하면 제가 맨날 울 것 같은 거예요. 못 견딜 것 같은 거예요. 그런 면에서 보면, (활동가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맞서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동은_ '활동가가 무엇일까' 이게… 지금은 뭔가가 문제라는 걸 드러내는 사람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게 문제야'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문제의식을 공식적으로 모아서 어떻게 잘 드러낼까 고민하는 사람. 근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사실 어려워요.

해_ 이건 계속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웃음)

Q.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는?

산_ 저는 어렸을 때 누가 기분 나쁜 말을 했을 때, 명확히 뭐 때문에 기분이 나쁜지 몰라서 그냥 웃고 넘기는 일이 많았어요. 무의식으로는 무례한 혐오 발언이라고 자각하는데 의식적으로 몰랐던 거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고심하기 시작한 거예요.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그 말이 왜 혐오 표현으로 다가왔는지. 그때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논리를 만드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전에는 흘려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캐치해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됐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페미니스트임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별로 거창하지는 않아요.

동은_ 전 '나 페미니스트야' 하고 자각하게 된 계기가 없는 것 같아요. 학교 세미나 들을 때 같이 공부하면서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고, 같이 사부작사부작 모여서 뭐가 문제야 얘기하고, 그런 게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러면 '너 페미니스트야?' 이렇게 물어보는데, 그게 약간 공격하는 말이잖아요. 그 말에 더 쉽게 '어!'할 수 있게 된 거?

해_ 이게 시기별로 다른 것 같아요, 제가 학교를 다녔던 때에는 전혀, 이런 감각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런 상태로 지내왔던 시간이 길었다보니까, 나중에 이런저런 사건이 생겼을 때 이게 문제라는 걸 인지하는 게 늦었어요. 저는 이민경 작가님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라는 책을 18~19년도에 보았는데, 그동안 제가 느꼈던 답답함이 다 쓰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눈이 뜨인 순간들이 기억나는데, 동은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동은_ 확실히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 오랫동안 공적으로 얘기되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가, 이제 막 다시 얘기되는 시기에 학교에 들어가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Q. 1년, 5년, 10년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해_ 학자금 대출을 다 턴다(웃음) 가까운 1~2년 내의 목표는 이렇고, 5년까지는 아직 생각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조금 기대해보자면, 한 5년 정도 됐을 때에는 개인적으로 묵혀뒀던 경험들을 해소하고 털어낼 수 있었으면 해요. 그렇게 마음 수선을 열심히 해보면 나름 단단한, 활동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살짝은 되어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10년은 굉장히 먼 미래라서 그려지지가 않아요.

산_ 저는 활동가가 되는 게 몇 년간의 목표였기 때문에, 더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 이 상태라면 1년 후에도, 5년,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일할 것 같고. 그 시간 동안 제가 어떤 경험을 해서 어떤 인생을 설계할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요. 커리어 측면이 아니고 개인의 모습 정도로 물어보시는 거라면… 그냥 좀 더 당차지지 않을까요. 당차고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해_ 맞아요, 무뎌지는 것 말고 당차지고 싶은 거예요.

동은과 산의 출근을 환영하는 케이크
동은과 산의 출근을 환영하는 케이크

동은_ 전 1년은 계속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5년은, 전에 신아1가 재충전휴가 돌아오고 얼마 안 됐을 때 같이 밥 먹는데 저한테 5년 후에 재충전휴가 받으면 뭐 할 거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때는 대답을 못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노래 하나를 만들고 싶어요. 자기만의 노래가 있는 사람들이 되게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작곡 워크숍에 가서 노래도 만들고 싶고, 또 상담소 다녀보니까 집회나 시위에는 노래가 있어야 돼요(웃음)

해_ 멋있는 목표네요.

산_ 그럼 이제 10년 후에는 저작권료가…(웃음)

Q. 앞으로 상담소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나요?

해_ 초년생의 경우에는 힘이 들어가서 잘 해내고 싶고, 기대를 하게 되잖아요. 근데 사실 내가 그때그때 부딪혀 나가면서 경험하는 거고, 내가 품은 기대에 사람들이 꼭 들어맞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전 기대하기보단, 서로 조금씩 알아가면서 잘 맞춰 지내보면 좋겠어요. 다른 회사에 비해 서로 훨씬 존중하는 모습이 되게 좋은데 잘 유지되면 좋을 것 같아요.

산_ 저도 희망 사항이라고 얘기하면, 이제 3개월 막 넘겨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담소의 이 구성원과 분위기가 엄청 좋은 때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구성이 평생 갈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 들고나고, 분위기와 규칙도 따라서 달라질 테고. 그래서 그냥,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희망 사항을 물어본다면 지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 정도?

동은_ 앞으로 펼쳐질 시간을 생각해봤는데, 현 정권을 상담소와 함께 보내게 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공간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마주했다면 더 막막하고 불안했을 텐데, 앞으로의 시간을 서로 잘 돌보고 또 단단해지면서 보내고 싶습니다.

상담소에 출근한 첫날을 떠올리며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분량상 함께 나눈 모든 이야기를 싣지는 못했지만, 솔직하게 마주 앉아 서로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성폭력 없는 세상을 향한 상담소의 여정에 합류한 세 사람을 응원해 주세요!

1 성문화운동팀 소속 6년차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