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더불어 민주적인, 정당 내 성폭력 공식 조치를 촉구한다
  • 오매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위력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정치인의 '올바른' 행동은 무엇일까요?

① 일단 대충 유감인데, 선거가 가장 중요하니 알 바 아니다
② 피해자를 지지하고, 일터의 성차별 구조를 바꾸기 위해 힘쓴다

정답을 회피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어디에서 일어난 성폭력이냐에 따라 피해자가 싸워야 할 문제는 다르게 전개된다. 가족 내 성폭력은 경제적 의존/부양 관계에 놓인 다른 가족 구성원이 피해자를 가로막고, 가족의 '정상성'을 전제하는 사회 제반 관습과 제도는 피해자의 일상회복에 장벽을 만든다. 자격심사나 학업평가를 담당하는 교육훈련시설 교수자가 가해한 성폭력은 진로, 직업비전, 장래생존권 자체의 문제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위력성폭력은 정치권이라는 영역의 문법, 문화, 작동방식을 경유하며 어떤 생존과업을 피해자에게 전가했을까.

지방자치단체장 성폭력은 발설하고 신고하는 것부터 '위험한' 일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의 도전이 100이라면, 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의 도전은 1000으로 느껴진다. 예상되는 과정, 격려받는 시도, 보상과 성취가 따르는 고생과 달리 성폭력 피해자의 여정은 다시 침묵으로, 억압으로, 없던 일로 돌아가라는 공격이 대규모로 몰려온다. 광범위한 시민 중에는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피해자들 역시 지방자치단체나 정치 영역 내에서 종사하던 노동자였음을 생각하면, 소속 공간에서는 무차별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두려움은 유사할 수 있지만, 정치영역 내 성폭력 피해자는 더욱 '제도적 장치 없음' 상황에 부딪힌다. 피해자가 말하기 전에는 정치인의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을 검증하는 절차가 없다시피 하다. 성범죄 검증이 공천과정에서 도입되고 있다고 정당은 홍보하지만, 정치인이 검증, 평가를 거쳐 국민의 대표자가 되고, 못하면 재평가받고 탈락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있다고 신뢰하는 이는 드물다.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는다'며 퉁 쳐져 있는 방식, 이기냐 지냐라는 결과론만 남아있는 방식은, 평가나 견제가 작동한다기보다는 반대로 거대양당 간 이분법적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살아남는 것을 지상과제로 상정하게 한다. 무조건적 지지와 '지켜주기'를 해야 정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내로남불'이나 '나중에' 정치를 쌓아왔다. 내부를 향한 문제 제기, 비판과 견제는 '내부총질'로 불리고 음모론으로 몰린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경력이 오래된 정치인과 다르게 비서진이나 보좌진은 하루 만에 발탁되고 해고되는 신분으로 법적 보호장치가 없다.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해도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자를 견제할 장치가 없이 정치논리에 내맡겨져 있는 셈이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 역시 다른 피해자들처럼 가해자를 고소, 신고하고 법적 처분이나 조직 내 해결 과정을 밟고자 했다. 그런데 가해자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그것도 광역단체장까지 지낸 정치세력의 주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가 전국적 실시간 '과녁'이 되어 버렸다.

피해자와 지원단체, 여성운동가들은 '정당' 차원에서의 공식 조치가 필요함을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안희정 사건에서는 2018년 3월 6일부터 피해자에 대한 가짜뉴스, 음해성 댓글을 제보 받아 이를 경찰에 신고하며 국회의원들에게 제보하였고, 더불어민주당 신고센터에도 접수하였지만, 해당자가 위촉직이나 당원은 아니라며 반려되기도 했다. 2018년 미투운동이 발생한 직후에 있었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안희정계 후보들은 "죄송하다" "성찰하고 반성하겠다"로 허리를 굽혔지만, 선출된 이후에는 안희정을 위해 유리한 증언을 했던 이들을 고용하고 영전하고 고속 승진시켰다.1 오거돈 부산시장 사건은, 사건을 공론화한 직후부터 부산지역의 거대양당 정치구조에 입각한 비난이 피해자와 지원단체에게 쏟아져 정치적 2차 가해에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했다.2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에서는 전 시장 정무직과 정치고관여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피해자 비방, 피해자 기록 방출 및 짜깁기 유포 등을 계속하여, 피해자가 이를 직접 고소하고 수사를 촉구해야 했다. 정당이 제대로 된 조치를 방기하는 사이, 정치권발 성폭력 2차 피해 확산의 심각성을 많은 국민들이 인지하게 되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당헌 당규를 긴급히 개정하여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세웠다.3 오거돈 시장 사건 피해자는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신고센터에 2차 피해에 대해서 직접 제소했는데,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마저 부산시당 윤리심판원은 징계를 기각했는데 피해자 측은 결과문을 받아볼 수도, 이의제기하는 절차도 시도할 수 없었다.4

2022년 미투운동 만 4년이 지나는 시기, 대통령선거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TV토론에서 당과 캠프 내 2차 피해 책임자들에 대해서 조치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이재명 후보는 "누군지 알려달라" "누군지 모르니 못하는 것"이라고 두 차례나 답했다. 이에 안희정 사건 피해자 측은 2022년 3월 4일 대선캠프에 요청 사항 세 개를 전달했다. 같은 날 오거돈 사건 피해자 측도 세 가지 요청을 명확히 전달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대통령선거 직후 추적단 불꽃 활동가였던 20대 여성 박지현 씨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해당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며, 성범죄 무관용 원칙, 온정주의적 가해자 비호 척결, 지방선거에서 성폭력 2차 피해까지 심의기준 적용 등이 선포되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부산성폭력상담소는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 성폭력 사건 2차 피해 관련 부적격 후보자 공천 배제 및 대책 마련과 이행 요청>을 발송·요구했지만, 2차 피해를 유발한 양승조, 최민희, 변성완은 각각 충남, 남양주, 부산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되었다.5 지방선거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이 드러났지만, 공식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내부총질'이라는 문제 제기자에 대한 공격이 무참히 계속되고 있다.

정당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로, 정당법 2조는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정의한다. 정당은 공공기관의 수많은 기관장을 임명하는 권력이 모여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을 추천하고 피선된 이들의 소속단체이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배출한다. 그럼에도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있는 성폭력, 성희롱 대응 책무에서 예외가 되고 있다는 점은 해태를 넘은 해악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폭력, 성희롱 대응 책무와 성차별 방지 및 성평등 구조 구축의 책임을 견인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엄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를 확산,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화가 나며, 우려스럽다.

정당 내 성폭력 공식 조치를 촉구한다. '더불어 민주적인' 것이 '정치적 이상', '국민의 이익',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 맞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과 가해자에 대한 옹호 행위를 중지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적극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문화 변화를 견인하는 것은 사회조직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다.

1 안희정 사건 가해자 편을 든 이들의 정치권 내 영전, 승진 관련하여 [성명] 안희정 측근에 의한 2차 피해, 대한민국 국회는 이들을 끌어안는 곳인가, 2020년 7월 9일 참조

2 오거돈 부산시장 사건 공론화 시기에 발표된 [성명] 성폭력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2차 가해 및 비방에 부쳐, 2020년 4월 29일 참조

3 [성명] 더불어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 성폭력 사건' 반성 없는 당헌 개정 절차 즉각 중단하라!, 2020년 10월 30일 참조

4 오거돈 부산시장 사건 관련 2차 피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내 제소건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래 두 성명문 참조. [성폭력사안에 해결의지 없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연대성명] 더불어민주당은 성폭력 2차 가해자를 공식 징계하고 예방하라, 2021년 12월 16일, [성폭력사안에 해결의지 없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입장문]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성폭력 사건 2차 피해에 대해 조속히 공식조치하고 재발 방지하라!, 2021년 10월 29일

5 성명문 참조. 더불어민주당은 권력형 성폭력 2차 가해 후보 배제하라! 개혁적이고 성평등한 6.1 지방선거, 지방자치단체 운영을 준비하라, 2022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