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 |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공익펠로우변호사
화요일, 상담소 사무실 책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가끔 상담소를 방문하는 새로운 얼굴들이 "자원활동가세요?" 하고 물어옵니다. 그럼 저는 "아뇨, 자원활동가는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는데 그러고 나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다소 어렵습니다. 그 질문들은 대개 짧은 자기소개처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뭘 하는 사람인지 구구절절 설명할 시간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요. 그래서 아마 이런 글을 쓸 기회가 주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공익펠로우변호사'. 저의 공적 자아가 가진 이름입니다. 공익펠로우 제도는 공익전담 변호사로 활동하고자 하는 신입변호사나, 저연차 변호사들을 교육하고 지원해주는 제도인데, 센터와 채용과정을 거쳐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일을 하게 됩니다. 다만 '일'의 내용이 관심 있는 공익분야에서 스스로가 기획한 일들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활동계획에 반성폭력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고, 협력기관으로 상담소와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화요일마다 상담소로 출근하는 것은 자원활동이 아닌 유급노동의 한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상담소 상근활동가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죠.
아무튼, 짧은 실무수습 활동으로 상담소와의 인연이 마무리되었다면 제가 변호사가 되었을 때 협력기관을 정하는 데 조금 더 고민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행히 그 직후에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100시간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실무수습보다 교육 신청을 먼저 했었지만). 그 해 여름에 활동가분들을 포함하여 상담원 교육을 해주신 분들, 함께 교육을 들었던 분들과 활자가 아닌 살아있는 얘기들을 듣고 나누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로스쿨에 지원했고,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아주 긴 역사를 가진 단체이기 때문에 법률적인 조력을 함께 하는 변호사분들이 이미 꽤 많았고, 활동가분들도 변호사와 어떤 식으로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꽤 깊은 이해가 있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상근변호사는 없는 단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상담소와 보다 깊게 결합하는 변호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의지적으로) 로스쿨 생활을 하는 동안 상담소와 인연을 만들 수 있었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니까요.
여차저차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저는 서두에서 말씀드렸듯 화요일마다 상담소 사무실로 출근을 합니다. 출근해서는 특별히 어떤 일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실시간으로 간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답변해드리거나, 판례 아카이빙 작업을 하거나, 그 외에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합니다. 화요일만 가는 것은 아니고, 상담소에서 격주 월요일마다 진행하는 무료법률상담에도 매번 함께 해요. 단독 상담이 배정된 날도 있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상담소에 신청하여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해주시는 다른 변호사님들의 상담에 배석하여 상담과정을 듣고, 상담일지를 작성하는 일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상담팀 업무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상담소가 아닌 센터로 출근하는 날도 상담소에서 요청한 고소장이나 의견서 등을 검토하는 일도 있습니다. 상담소와 함께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고요. 상담소에서 요청을 한다면 개별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일도 하게 되겠지요.
적어놓고 보니 무언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실제로도 업무량이 적당히 있는데, 저는 종종 이 정도로 충분할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저의 위치성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3년의 시간동안, 반성폭력 운동에 뛰어드는 것을 유예하고 법공부를 했다면 어쨌거나 무언가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다 더 활동가에 가까운 삶을 살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변호사 일 자체가 처음이고, 상담소는 이런 형태로 변호사랑 일을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아직은 서로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저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활동을 마무리하는 날에 앞으로도 상담소에 상근, 혹은 반상근 변호사가 있다면 좋겠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아주 기쁠 것 같아요.
글을 다 쓰고 나니 중요한 걸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상담소를 늘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여러분,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2021년 5월부터 상담소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도경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