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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성폭력 전면 대응 시스템, 이제는 ‘실행’되어야 한다
  • 오매_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유독 마음 무거운 소식이 많이 들려온 여름이었습니다. 벌써 몇 년째,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습니다. 상담소에서도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을 지원하며 군대 내 성폭력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상담소 소장 오매가 군혁신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오매의 치열한 활동 기록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오매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21년 5월,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여군 중사가 사망했다. 상사가 부른 사적 회식을 마치고 선임에게 강제추행이 있었다. 피해자는 다른 선임에게 바로 보고했지만 가해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를 협박했다. 피해자 조사와 상담이 이어졌지만, 가해자에 대해서는 조사도 구속도 없었다. 피해자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피의자 조사 지연 이유였다.

유족이 인터넷에 공론화한 후 여러 움직임이 이어졌다. 여당은 국방부와 TF를 꾸려 법제도개선, 피해자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상담소에서는 6월 1일 추모논평1을 발표했는데, 당시 여러 성폭력 피해자들이 죽음을 맞닥뜨리던 시기였다.

6월 3일 긴급촉구 성명2을 또 발표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공군 법무실에 사건 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제출했는데 피해자 병과, 기수, 피해자 배우자 병과, 기수가 그대로 수록된 자료였다. 이 자료가 여과없이 언론에 배부되었다. 필자는 1기 공군 양성평등자문위원회에서도 이 사실을 항의했는데 공군 법무실장은 직접 연락을 해와 평소에도 그런 자료를 제작한다고 해명했다. 사건을 보고하면 상사들은 항상 "피해자는 누군데?"라고 궁금해해서라고. 피해자에 대한 소문내기,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 2차 피해 방지가 최우선이라 하면서 보고과정에서 피해자가 누군지 상사들이 궁금해하고("알아야 보호도 가능하고"), 자료로 만들고 제출해야 하는 군대, 이것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국방위 의원실에 제출한 공군 법무실의 모습. 어디부터 군 내부 시스템을 바꿔야 성폭력 문제해결 최소한의 출발선에 이를 수 있는지 놀랍고 답답했다.

6월 3일 본 상담소가 사무국을 담당하는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에서도 공동성명3을 발표했는데, 아래와 같은 일곱가지를 촉구했다.

— 유명무실한 국방부의 <성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 군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권리보장을 위한 방안을 당장 마련하고 시행하라.
— 여군을 배제하고 관심병사화하는 성폭력 대책은 무력하다. 여군의 활동을 통합적으로 보장하고 지지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여군 부사관들의 지위를 정상화하라.
— 피해자와 군대 구성원들의 인권에 기반하지 않은 군기강 중심주의를 전면 바꾸라.
— 군대 내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외부 지원이 가능한 핫라인을 개설하라.
— 군대 내 권력 관계를 견제하지 못하는 군대 내 사법체계를 중단,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라.
— 양성평등담당 기구들의 일상적 활동을 보장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라.

이 사안에 관심이 고조된 분위기에 여군을 '관심병사화'하는 긴급 지침이 난무하거나, 군대 위계 내 하위인 양성평등센터가 책임을 뒤집어 쓰는 걸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 내 인권침해,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군인권센터와도 간담회를 했다. 중요한 것은 군대 내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1) 독립성 보장된 군인권보호관 제도 전면 입법시행 2) 평시 군사법원폐지 3) 군대내 성폭력전담기구 마련안은 이미 구체적 검토까지 마무리되었으며, 이번에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는 과제였다.

군형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군형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여당과 국방부가 협의하며 입법안의 수위가 낮아지던 6월 말 '국방부 민관군합동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만 80여명인 대규모 위원. 필자도 2분과인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보호개선 분과에 위촉되었다. 두 달 넘는 분과회의의 성과는 성폭력전담기구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조직도를 논의했다는 점이다. 또한 피해자가 처음부터 사건공개와 법적고발 부담 없이 상담, 지원받는 체계를 논의한 점, 또한 '성희롱' 진정, 심의 내실체계 마련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국방부 주도의 대책마련 및 실행을 위한 위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책임과 각군 총장의 책임, 각군 양성평등개선의 책임의 분담과 연결, 법무와 인사분과에서의 2차 피해 예방책임, 이 가운데 생길 성폭력전담조직의 책임과 의지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가 생기면 모두 주목하지만, 어디에서 사고가 터지고,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해서 '이제는 어떻게 체계화되겠구나'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필자는 다른 위원들과 상담소 활동가 논의를 통해 위원회를 8월 26일 사퇴했다. 중도 사퇴한 위원 대열에 함께한 것이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에 대해 국방부 수뇌부들이 나서서 반대자료와 발언으로 점유하고, 국회에서 민관군합동위원회도 군사법원 폐지에 애매한 입장이라고 왜곡 보고하고, 회의 지연 및 파행 등으로 의결과정을 축소하는 과정을 본 후의 결정이었다. 중도 사퇴로 제대로 된 변화를 촉구할지, 남아 논의를 이어갈지 마음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민관군 합동위원회 참여하며 군대 내 성폭력 문제 개선을 위해서 짚어야 할 것 네 가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 번째, 공식회의에서 장성과 장교들이 부하와 병사들, 부사관을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하는 문제. 공식회의에서조차 외부위원들 앞에서 그렇다면 이런 조직문화에서 개개인 사람들이 어떻게 권리보장을 요구할지 우려되었다.

두 번째, 군이 '정상가족화' 되어 있는 문제. 군 내 성평등 실태에 대해서 질문했을 때 "우리 군은 셋째 낳는 비율이 높다, 그래서 다들 만족도가 높다"라는 답을 들은 바 있다. 결혼과 출산율이 높은 것을 양성평등이라고 보고, 셋째를 낳으면 총장이 축전을 보내는 것이 양성평등센터 프로그램 중 하나라면 평소에 성과 재생산과 관련하여 개인에 대한 편견 없는 권리와 안전보장이 아니라 소문내기, 특정한 가치로 평가하기가 만연할 수 있다.

세 번째, 군대 내 지휘-기강-전시태세와 인권보장이 어떻게 공존할지 정리되어야 하는 문제. 군은 모든 것을 보안이라고 하면서, 상사보고에서는 피해자 정보까지 다 자료화하고 있다. 또 언제 전시가 될지 모르니 평시군사법원 폐지는 안 된다고 하면서, 군대 내 법무가 계급에 따라 좌우되고 피해자에게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문제는 방치한다.

네 번째, 남초집단에서 남성중심성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문제. 국방연구원 주최 간담회에서 '경찰이나 군대는 남초인 공공기관인데, 남성중심성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런 관점의 연구는 없었고 중요한 이야기라는 피드백을 들었다. 여군, 소수자 군인이 2차 피해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려면 '특별한 보호와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니라, 군대 자체의 젠더편향성을 배제하는 것이 시급하다. 군대 내 피해자들이 '죽음'이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이제는 전면적인 시스템 변화를 '실행'해야 하는 때다.

1 2021.6.1. 한국성폭력상담소 추모논평 "용기 내서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거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성폭력 피해자들을 추모합니다"

2 2021.6.3 한국성폭력상담소 긴급촉구성명 "피해자 정보를 요구하지도 제출하지도 배부하지도 맙시다. 우리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

3 2021.6.3 "반복되는 군대 내 성폭력, 국방부는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작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