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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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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상담소 ②

재충전이란 무엇인가

백목련 | 사무국 활동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재충전이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재충전의 행복은 그 순간에 유한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순간 다시 일하는 몸을 만드느라 벅찬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우리 활동가들은 일과 삶, 지향과 노동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책무가 큰 영역에 종사하는 만큼 자신과 동료를 잘 돌보지 않으면 열정과 기력이 빠르게 고갈된다. 그래서 소진 예방과 재충전, 돌봄이라는 단어를 활동의 정석처럼 되뇌고 있는 건 아닐까.

재충전 역시 어떤 활동이다. 잘 쉬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전략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과 비용 안에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돌보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상담소에서는 만 3년차 이상의 활동가들에게 처무규정에 따른 재충전휴가를 부여한다. 여기에 올해는 개소 30주년을 맞아 상담소 생일에 활동가들이 네 명씩 조를 꾸려 재충전의 날을 보냈다. 두 활동에서 공통적인 나의 주제는 '촘촘하게,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었다.

내가 활기를 되찾아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활동에 실패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나는 여러 이유로 계획했던 일정이 취소되고 하루, 하루 버티는 중이었다. 그 결과 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겨우 재충전휴가를 가게 되었다. 고작 며칠 여행 다녀오고 나서 주로 잠에 취해 있게 되었다. 근무일 기준 10일이라는 휴가는 분명 길었으나 나는 거의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허무하게 사무실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느린지! 나는 꼭 겪어봐야 알게 된다. 잠을 많이 자면 가득 충전된 건전지처럼 될 줄 알았는데 자기고민 없는 재충전 휴가는 오히려 허무함만 남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야 쉬는 상태에 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더불어 나가떨어지기 직전에, 살기 위해 쉬는 게 아니라 적당히 지쳐 있는 때에 갔어야 잠의 무료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바쁘게 움직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기운을 얻는 편이다. 이런저런 일도 도모하고 누군가를 만나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힘을 빼야 잡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재충전 휴가에서는 떠오르면 바로 해보기를 실천했다. 좋았던 영화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시 보기, 멀리 사는 친구 보고 오기, 화초 식재 수업 다녀오기, 좋아하는 식당의 분점에 가보기, 근교에서 바람 쐬고 오기, 운동도 빠지지 않고 하기, 여차저차, 여차저차... 아쉬움 없이 잘 노는 동안 문득문득 동료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내가 참 많이 컸다'라는 뿌듯함도 느꼈다.

인천 앞바다로 떠난 개소의 런데이 팀
인천 앞바다로 떠난 '개소의 런데이' 팀

사무실을 떠나 새로운 기운을 얻고 돌아오면 지친 동료들을 보며 들뜬 나를 잠재워야 한다. 이렇게 기운이 넘치는 상태로는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고 사무실 분위기에서 겉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료와도 일을 잠시 내려두고 행복했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아쉽게도 상담소 생일맞이 재충전의 날은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세여서 전체 활동이 어려웠다. 그래서 조모임 제안자가 활동을 제안하면 방역지침에 따라 최대 4명씩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상근자 회의에서 전체 나눔을 하기로 했다. 나는 '손과 입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알차게 보내는 재충전의 날'을 제안했다. 처음 계획은 오전에는 쿠킹 클래스(식사), 오후 산책 후 쿠킹 클래스(제과)나 영화 감상, 기념품으로 밀키트 배부였는데 주변에서 활동가 소진 계획표냐고 놀렸다.

부지런히 팀이 직접 만든 비건 요리들
'부지런히' 팀이 직접 만든 비건 요리들

다행히 나와 쉼의 결이 맞는 동료들이 모여 같이 일정을 조금 더 여유롭게 조정했다. 오전에는 우리 집에 모여서 비건 음식을 함께 만들고 성대하게 차려 먹었다. 음식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근교에 나들이 가는 조에 재료비만 받고 팔기도 했다. 오후에는 한강 산책 후 인근 카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카페에서는 타로 리더인 활동가가 고민 상담 타로점을 봐주기도 했고 보드게임에 몰입해 잠시 현실을 잊기도 했다. 촘촘한 활동만큼 많이 웃고 많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그다음 날부터 전날의 유흥이 무색할 정도로 다시 일에 빠져들어야 했지만, 아직도 종종 재충전의 날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다른 팀에선 어떤 웃(기고 슬)픈 일화가 있었는지, 우리 팀에서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날의 사진까지 모두 웃음 버튼 같다. 보이지는 않으나 긴장이 풀어지고 좀 더 끈끈해졌다는 느낌도 든다. 희노애락의 균형이 맞아 들어서이지 않을까. 새로운 기운을 환기하고 스스로의 본질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통해서 다음 30년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되묻는다.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재충전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