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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 김지은_『김지은입니다』저자
성문화읽기 ②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지난 6월 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 성립됐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으로서 평등의 에코(echo)-100에 함께한 김지은님의 글을 전합니다.

김지은 | 『김지은입니다』 저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의 시민이 마음을 모았다. 차별과 혐오를 끝내고, 인간의 존엄을 소망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 제약을 받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배제당하고, 무시당하고, 외면받는다. 가족일 수 있고, 친구나 동료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여자라면, 노동자라면, 장애인이라면 이럴 것이다' 등의 협소한 판단으로 '정상'의 기준선을 제멋대로 그어버린다. 일정 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비정상'의 낙인을 찍고 다른 공간에 가둔다. 이런 행동이 같은 인간 사이에 분리와 격차를 용인하는 '차별'로 명명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행동 돌입 여성계 기자회견
5월 26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행동 돌입 여성계 기자회견

곳곳에 뿌리 깊게 내려앉은 구별지음에 대해 수많은 시민들이 부당하다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지만, 소수자들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다. 국가가 해야 할 몫이 있음에도 기본적인 인권 보장에 노력하지 않고, 침묵하고 방관했다. 때로는 선택적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변화로 만들지는 않았다.

미투 이후 '여성을 채용하지 않겠다', '여성과 일하지 않겠다', '성폭력 피해자답지 않다', '일반적 여성과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직장에서 노동권을 침해당하고,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한 직장 내 폭력과 다르지 않은 성폭력에 유독 혐오와 차별의 프레임을 씌운다. 상하 권력 관계와 폐쇄적 조직문화에 의한 범죄는 그 어떤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고 피해자는 남성이 될 수도 있고, 중간 간부가 될 수도 있다. 무슨 이유로. 어떤 근거로, 왜 다르다고 구별지어 섣부르게 판단할까? 모두를 동일한 사람으로 바라봐주고,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본적인 존엄을 지켜준다면 그 어떠한 종류의 가해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위치에 있는 피해자마저도 강고한 벽 앞에 서 있는데, 법이 보장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차별의 높은 벽 앞에서 얼마나 큰 좌절과 고통을 느껴야 할까? 권력을 가진 특정 집단이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이를 언행에 옮겼을 때 그것은 곧 사회적 차별이 되고, 부당한 문화가 된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 의해 곧 폭력이 현실이 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주고, 더 많은 좌절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보호 조치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편견과 차별이 만연해 있다. 문제를 마주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절망과 불신을 주는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의 관심이다. 차별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대한 공감을 키우는 것, 사회와 사람에 대한 이타심을 갖는 일은 누군가를 위한 배려이자 나를 향한 존중이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폭력적인 기준의 잣대는 없어져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부디 그런 세상에서 고통 없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