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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진을 멈추지 말자
  • 닻별_성문화운동팀 활동가
3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간, 세계여성의날 맞이 연대의 런데이를 진행했습니다. 나의 의제와 함께 3.8km를 걷거나 뛰거나 움직여서 SNS로 인증하는 캠페인이었어요.

닻별 |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연대의 런데이를 한창 기획하던 2월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여파로 확진자 수가 600명대를 넘나들던 시기였습니다.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도 어언 1년, 이제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캠페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기획회의를 할 때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언택트 시대라는 전무후무한 시기에 <한해보내기> 같은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모를까 캠페인에 대한 상상력은 별로 없었거든요. 참고할 만한 이벤트가 적어 고민하던 참에 몸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신아 활동가의 '마라톤' 아이디어에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저는 운동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거리두기 2.5단계의 장기화로 집과 사무실만 오가는 생활에 점점 답답함을 느끼던 참이었거든요. 갑갑함을 호소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안내에 따라 꾸준히 달리기를 연습하고 기록할 수 있는 '런데이' 어플이 유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겠다, 그걸 캠페인으로 녹여내어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소는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고 퍼트린 만큼 몸 움직임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니 금방 기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한강을 건너 국회로 행진하는 활동가들
한강을 건너 국회로 행진하는 활동가들

주말이 되면 집 밖에 한 발자국도 안 나가는 집순이인 저에게 혼자 하는 밤 산책이 새로운 취미가 되었을 만큼 코로나19는 이 세상을 많이도 바꿔놓은 것 같아요. 한창 세계여성의날이 가까워지던 시기에 상담소의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생각한 언론사를 통해 몇 차례 기사화도 된 덕분인지, 캠페인을 시작하던 3월 8일에는 저희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이 작은 '행진'에 동참해 주셨어요.

유례없는 전염병의 시기를 지나며 언제든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게 되었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느끼던 이유 모를 연결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줄었습니다. 온라인상에는 말도 안 되는 백래시가 넘쳐나고 조각조각 흩어진 말들만 공론장 같지도 않은 공론장을 부유하는 요즘이지요. 저 뿐만 아니라 참 많은 분들이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연대의 런데이를 이어가는 시기에 기꺼이 3.8km를 각자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인증샷과 함께 나만의 의제와 캠페인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은 후기 하나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매일 하던 런데이지만 묘하게 이 공원을 함께 뛰는 사람들에게서 연대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연대의런데이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밤길을 달리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감 대신 유대감이 들었다."

목청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는 것도, 사람들 틈에 섞여 피켓을 드는 것도, 어쩌면 내 솔직한 생각조차 말하기 주저되는 요즘, #연대의런데이를 통해 확인한 연대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캠페인이 진행되었던 일주일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을 수놓던 각자의 의제도 다시 한번 기억해 봅니다.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고 변희수 하사님에 대한 추모의 마음, 채용 과정에서의 부조리한 성차별에 분노하는 마음 등 해시태그에 꾹꾹 눌러 담아주신 메시지와 그 이후에 트위터 비영리 광고지원사업 <애즈포굿>을 통해 퍼져나갔던 연대의 런데이 후속 영상에 대한 따뜻한 반응도요. 코로나19로 현실의 광장은 닫혔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을 재현할 수 있어 보람차고 즐거웠습니다.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저 역시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번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전러너 섭외와 멋진 논평에 힘써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 참여방법 영상 촬영을 위해 주말에도 서울퀴어퍼레이드 루트로 행진하며 촬영과 티저영상 제작에 힘쓴 성문화운동팀 앎 활동가와 자원활동가 세린님, 이름님, 인증샷 수집을 맡아주신 자원활동가 지민님과 은희님, 마지막으로 <연대의 런데이> 후속 영상을 멋있게 편집해주신 자원활동가 은희님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해봅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 모두 코로나19로부터, 또 다른 다양한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2021년 되시길 기원합니다. 성평등한 하반기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