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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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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다이어리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열림터 다이어리>와 <생존자의 목소리>는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에세이, 시, 그림 등의 형식으로 싣는 코너입니다. 본 코너는 생존자의 고유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이며, 교정교열 외의 편집은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담소의 다른 글과 관점도 논점도 조금 다를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이번 호의 열림터 이야기는 또우리 '토리'가 전해주었습니다. 펭귄을 보고 싶은 토리의 꿈을 함께 응원하며 읽어주세요 :)

* 상담소와 열림터에서는 쉼터에 머물렀던 전 생활인을 '또우리'라고 부르고 있어요. '또 만나요 우리'라는 의미입니다.

토리

안녕하세요 토리입니다. 오늘은 제가 열림터에 들어가고, 나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처음 집을 나올 결심을 한건 제가 16살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집을 나오기 전까지 저의 피해사실을 가족들 중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집을 무작정 뛰쳐 나왔을 때 어머니는 저를 경찰에 신고 하셨습니다. 경찰은 가출신고가 들어오자 제가 어느 쉼터에 있는지를 어머니에게 말했고 어머니는 곧 쉼터로 찾아오셨습니다.

그 후에는 어머니가 저를 폭행했는데, 같은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하였습니다. 경찰서에서 저의 피해사실을 고백하였을 때 어머니는 '너의 기억이 정확하냐' 정도의 말로 일축했고 경찰관은 '그냥 집에 들어가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하며 미성년자인 제가 혼자 나가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거라 말했습니다. 그 날 저는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2차 가해를 들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폭행한 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으셨습니다.

열림터에 들어간 후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학교의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했는데 제 알람이 같은 방 생활인 중 가장 빨리 울렸기 때문에 알람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빨리 끌 수 있는 위치를 찾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고 급식을 목빠지게 기다리며 4교시 수업을 꼬르륵 소리와 함께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교할 때 제가 집과 반대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자 친구들은 어디를 가는지 물었습니다. 그 때마다 자전거를 타러간다고 대답했기에 저는 한동안 매일 자전거타러 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열림터로 돌아오면 아무 생각없이 쉴 때도 있지만 식사당번인 날은 직접 저녁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식사당번이었던 날에 양파를 4시간 볶아 만든 회심의 양파스프가 별로 인기가 없어서 참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그 양파스프가 왜 인기 없었는지 알 것도 같지만요.

이렇게 열림터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던 저는 열림터에서 개인의 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거기다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학교에서도 열림터에서도 편히 쉴 수 없었습니다. 열림터에서 미성년자는 무조건 학교에 다녀야 했기에 그 때부터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어머니에게 상의한 후 자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당시에 제가 어머니에게 요구한 조건은 '집에 오빠를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 약속은 한 달 만에 깨졌고 지금도 가끔씩 깨지고 있습니다.

토리의 검정고시 합격 증명서
토리의 검정고시 합격 증명서

집으로 돌아가고 얼마 동안은 집으로 돌아온 걸 매일 후회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열림터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어땠을지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 계속 다녔다면 언젠가 적응하는 날이 왔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아닐 것 같지만..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합격했고 학원도 다녔습니다. 지금은 대학에 가기 전 1년 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을 생각입니다. 대학에 간 후 제가 무슨 직업을 가질지 정확히 생각해 놓은 것은 없지만 꿈은 있습니다. 언젠가 남극에 가서 펭귄을 보고싶습니다. 펭귄을 볼 그날까지 파이팅!!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