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후기] 북클럽 다불다불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 2026-05-11
  • 26


📕📗📘


2026년 3월, 아직 꽤 쌀쌀하던 저녁이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책장이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침공을 시작했습니다. 늦은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진행 중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위협을 침공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과 국가들은 이 침공이 “명분없는 전쟁”이라고 비판합니다. 


물론 ‘명분 있는 전쟁’이라는 것은 타당한가, 그때 제시되는 명분은 ‘누구의 명분인가’, 라는 질문도 할 필요가 있겠지요. 미국과 함께 이란을 침공한 이스라엘은 현재 진행형인 팔레스타인 학살에도, 이란 침공에도, 레바논 공습에도 모두 정당성을 주장하니까요.  그렇다면 전쟁의 ‘명분’에서 질문을 돌려볼까요. 미국과 이스라엘은 왜 전쟁을 지속할까요?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는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의 뿌리가 하나”라는 논의 위에 전쟁을 분석하고,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저자 베티 리어든은 ‘전쟁 체제’와 ‘성차별주의’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합니다. 그에 따르면 ‘전쟁 체제’란 ‘인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하고, 권위주의적 원칙에 기반하여 강제하는 힘에 의해 지위를 유지하는 경쟁적 사회 질서’입니다. ‘전쟁 체제’의 하위 개념으로는 ‘전쟁’, ‘전쟁 행위’, ‘군사주의’, ‘군사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현상으로 포착되는 개념이지요. 


저자는 한 사회가 군사주의적일수록 그 사회의 제도와 가치는 성차별적이라고 말합니다. 군사주의는 남성성의 특성이라고 생각되는 힘, 용맹성 등이 과잉되게 발현한 것으로, 남성성에 속하지 않는 특징(허약함, 취약성)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는 둘 다 타자성을 폭력적으로 활용한다.”고 씁니다. 성차별주의는 ‘남성’을 중심에 두고 그 외를 타자로 만듭니다. 성별 이분법도 이러한 논리 속에서 작동합니다. 성별 이분법은 ‘남성’과 ‘여성’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며, 각 성별에게 우월성과 열등성이란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논리는 다시금 전쟁체제의 여러 성격을 강화합니다.


지금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라는 사실도 고민할 부분입니다. 세계의 극우들이 적대적 성차별주의를 기반으로 결집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군사주의 통치를 꾀하며 ‘계엄’을 선포했던 일도 다시 떠오릅니다. 


📕📗📘


책을 함께 읽으며, 떠오른 여러 생각 조각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말하기 위해 성차별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또렷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성차별주의에 맞서는 일과 전쟁에 반대하는 일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요. 


물론 책이 아주 쉽고 이해가 쏙쏙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역시 페미니스트 고전 이론서라 그런지 어려운 얘기들도 많았어요. 정신분석학 용어와 모성적 가치에 대한 개념어도 즐비했지요.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북클럽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클럽 다불다불 모임원들은 이 책이 1985년, 여성적 가치 논의가 펼쳐지던 시기에 나온 책임을 감안하며 읽자고 서로 각주를 달아주었습니다. 또 2026년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각자의 생각도 덧붙였습니다.


가령 최근 투자 행위에 대한 ‘정상화’와 FOMO 정서가 지배적이 되면서, 전쟁도 주가를 움직이는 하나의 상황으로만 보게 되는 흐름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키자 ‘방산주’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퍼지는 것, 다들 보셨지요? 그런데 동시에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가 ‘월급이 너무 적어서’, 혹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는 투자자 인터뷰도 있습니다. 경쟁과 생존을 개인의 책임으로 만드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살아남기 위한 전략 수립에 몰두하게 됩니다. ‘영끌’해서 부동산을 사거나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흐름도 그런 것이겠지요. 이토록 먹고 살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전쟁과 성차별주의의 연관을 말하기는 너무 어렵지 않은가 하는 성토도 있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군대도 스스로를 ‘자기계발’하기 위한 곳이라고 설명하는 시대가 되었잖아요. 많은 여성들도 자기계발을 위해 군대를 가자고 스스로 말하는 담론이 형성되기도 했고요. 


이런 사회에서, 다음 제안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리 페미니즘 하자’, ‘우리 주식보다는 평화를 말해보자’, ‘모두가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말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다불다불에서는 결국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공동체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불다불도 그런 공동체-커뮤니티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한국성폭력상담소 격월간 북클럽 다불다불은, 2026년에도 나아갑니다. 3월의 책 리뷰와 모임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5월엔 <완벽한 피해자 :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존재>를 함께 읽습니다. (모임 신청 링크: https://sisters.or.kr/notice/event/7839 )  맛있는 다과와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요. 갈까말까 망설여졌다면, 한 번 와보셔요! ☺️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