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지난 4월 15일 안산 단원경찰서 앞에서는 안산 주점 사장 성폭력 고소 청소년 사망 사건 부실 수사 규명 및 경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해 12월, 19세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40대 사장으로부터 만취한 상태에서 준강간 피해를 입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지난 2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받은 직후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의신청서를 남기고 스스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안산시 청소년 협의회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경기남부권역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 22일부터 한달 간 단원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성폭력 수사 체계 전반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합니다.

[사진 제공 :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당일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발언한 란 활동가의 발언 전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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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피해자는 만 19세, 피해자는 평소 법과 정의 실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고 있던 대학생입니다.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안주도 먹는 흔히 사람들이 자주 가는 주점에서 아르바이트했습니다. 피해자가 아르바이트하기 전에 피해자 친구들도 아르바이트했던 곳입니다. 일하던 곳에서 피해자는 직원들과 함께 밤새 회식을 했고, 하나둘 직원들이 귀가하자 40대 사장과 단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회식은 자주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 드문드문 기억이 없던 피해자가 정신이 들었을 때, 일하던 곳 안에서 강간 피해가 있었고,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파출소를 거쳐 경찰서에서 가해자를 준강간으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에서 연계한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보다 높은 0.085%였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7시간 후에 측정된 수치입니다. 가해자인 40대 사장은 만취 상태였던 10대 아르바이트생과 동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 사건이 있었던 장소의 CCTV를 확보해 조사한 결과,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고 볼 수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CCTV상 두 사람이 서로 웃고 대화하며 이동한 점, 회식 자리에서 스킨십으로 보이는 행동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술에 취한 피해자가 제대로 진술할 수 없는 준강간 피해에서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동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이를 수사기관이 받아들일 때 제시하는 전형적인 근거들입니다. 그렇지만 경찰이 확보한 CCTV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원본이 아니고 가해자 측이 임의로 제출한 영상입니다. 실제 카메라 대수는 8대이지만, 가해자측이 임의선별하고 편집가능한 백업본으로 6대분만 임의제출 받았습니다. 이 백업본 영상은 중간 7분이 삭제되어 객관성이 있는 정보로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준강간 사건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사되고 처분되며 종결되고 있습니다. 술에 취해 피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어려운 경우, 가해자의 ‘동의한 성관계’라는 주장이 사건 파악의 주요 진술로 작용하고 경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술에 취했더라도 일부 기억이 있거나 저항의 흔적이 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고 보아 준강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술에 취한 상태를 이용한 강간을 별도로 규율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 오히려 준강간 사건의 불송치·불기소 근거로 작동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있어 경찰은 피해 당일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상대로 1회 조사를 진행했을 뿐 추가적인 조사나 제대로 된 참고인 조사도 없이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가해자 또한 변호사 입회 상태로 단 1회 조사받았습니다. 피해자 사망 이후, 피해자의 핸드폰에 남아있던 이의신청서를 받아 검찰의 보완 수사 명령 이후 이뤄진 참고인 조사도 피해자 측이 요구하여 참고인을 특정할 정도로 경찰은 소극적으로 수사했습니다. 피의자 측의 합의된 성관계라는 진술만을 믿고 어떠한 수사 노력도 없이 불송치 결정하는 것이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의 전부입니까.
지난 2월 14일 경찰의 불송치 종결 이후, 피해자는 ‘저 대신 핸드폰에 저장된 불송치 이의신청 좀 해주세요 꼭 마지막 부탁입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바로 수사기관을 찾았고 해바라기센터에 방문해 응급키트와 진료를 받는 등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대응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4월 10일 긴급 논평을 내고, 피해자의 동의 의사는 단 한번도 확인하지 않은 경찰의 소극적이고 편향된 판단에 분노한다고 썼습니다. 폭행, 협박, 심신상실, 항거불능에 갇혀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도, 판단하지도, 처벌하지도 않는 현실을 개탄합니다. 경찰은 가해자의 합의 주장만으로 불송치 결정을 하는 수사 관행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고용관계 등 위력을 고려하지 않는 불송치 결정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음주 상태였던 준강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준강간 수사해야 합니다. 준강간 사건에 대한 증거수집 등 초기 수사 매뉴얼이 정비되어야 합니다.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주요 이유로 제시되는 CCTV상의 외형적 모습이 성폭력 통념이 개입되지 않도록 가이드 라인, 체크리스트 마련도 필요합니다.
이제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검찰은 확보되지 않은 증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미진했던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다시는 피해자가 사망으로 피해를 증명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전향적인 태도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또한 이 사건의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 재판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