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후기]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2026년 2월 5일부터 7일, 3일동안 서울 여성플라자와 가족플라자에서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이 열렸습니다.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다섯 개의 기획 세션과 여섯 개의 자유세션이 모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도 부지런히 세션에 참여하고, 자원활동으로도 일손으로 보태고, 세션을 기획하고 발제를 하기도 했는데요. 여덟 명의 활동가가 함께 쓴 후기, 재밌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자료집]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https://www.gosystemchange.kr/resources/2026-forum-book-download
[영상]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dowqEYyuVZPQvQP6HAjdfR0FuoD6bwf9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여는 공연을 하고 있는 일곱빛깔 무지개의 사진이다. 다섯 명의 사람들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팔동작을 하고 있다. 뒤에는 “운동하세 운동을 하세 우리 모두 다같이 운동을 하세”라고 쓰인 PPT가 보인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기획 1. 인공지능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는 디지털정의운동
(기획세션 발표 모습이다. 여섯 명의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 중이다. 앉아있는 사람 뒤에는 ‘기획세션 1. 인공지능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는 디지털정의운동’이라고 쓰여 있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인공지능은 나와 상관없는 ‘거대한 기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AI는 이미 대세가 되었고, 우리는 적응하거나 뒤처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공지능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는 디지털정의 운동> 발표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세션은 AI를 단순한 ‘기술 혁신’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빅테크와 국가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노동을 재편하며, 생태를 수탈해 온 과정을 짚었다. AI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축적 전략이라는 문제제기는 꽤 묵직했다.
특히 빅테크를 ‘관문 권력’으로 설명한 대목이 인상 깊었다. 플랫폼과 데이터, 알고리즘을 통제하면서 사회 전체가 그들을 통과해야만 움직이는 구조.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아니라, 시장 접근 자체를 통제하며 통행료를 부과하는 존재라는 분석은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또한 데이터센터와 자원 수탈 이야기 역시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클라우드’라고 부르는 기술은 결국 물과 전력, 토지 위에 세워져 있다. AI 확장이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노동 문제 역시 중요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느냐보다, 노동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통제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이야기. 알고리즘 관리와 플랫폼 노동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동자의 권한은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이 세션은 AI를 윤리나 규제의 차원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기술을 공공의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문제, 즉 체제전환의 과제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AI는 더 이상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권력이고 정치이며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혁신의 언어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우리는 누구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 묻게 만드는 자리였다.
이 후기는 열림터 활동가 봄눈별이 썼습니다.
기획 2. 극우의 부상, 사회운동의 과제
(계단식으로 된 객석 위에서 발표자와 무대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객석에는 청중들이 가득하다. 무대 오른편에는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이라고 쓰인 세로로 긴 현수막이 있다. 발표자 한 명이 서서 발제 중이고, 나머지 세 명은 책상에 앉아 있다. 화면에는 “‘윤석열 내란 국면, 거리에서 다시 만난 ‘익숙한 얼굴들’”이라는 제목의 피피티가 송출 중이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두근두근, 듣고 싶던 주제인 ‘극우의 부상, 사회운동의 과제’..! 어떤 식으로 극우 세력에 대해 바라보고 분석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 많았기에 매우 기다려지던 시간이었다. 여러 이야기 중 그들도 계보가 있다는 것,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이제는 정말 대중에게 호소력이 있고 탄탄한(?) 자기들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운동의 언어를 탈취하기도 한다는 점도….
성평등, 페미니즘 운동은 이러한 극우의 부상과 함께 혐오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운동이 이것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직 풀어가야 할 이야기로 보인다. 제도와 제도 바깥에서 교육하고 토론하고 이웃됨을 이어나가는 것, 우리의 언어를 다시금 살피고 어디에든 도달할 수 있는 말들을 찾아보는 것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다.
생각할 거리도, 고민할 것들도 많아졌다. 내년의 포럼이 기대된다..!
이 후기는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부리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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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전환운동포럼 발표장 안에 비치된 사회운동 홍보 코너(?)의 모습이다. 다양한 크기와 알록달록한 색깔의 포스터와 피켓, 소책자와 큐알코드 등이 보인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극우의 부상, 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마련된 기획세션2는 국내외의 극우 세력이 어떤 토양에서 배태되어 무엇을 자양분으로 삼고 어떤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진보적 사회운동 세력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세 방향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장에서의 발표 순서대로 각 발표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온과 민희의 「서구 극우 성장 조건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 역차별 정치와 시민사회의 위기」는 선진자본국과 한국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및 자유주의/사민주의 정치세력의 실패가 극우 포퓰리즘의 성장을 낳았다는 사실을 객관적 지표와 함께 입증하고 있다. 동시에,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은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젠더·인종·종교 등의 정체성을 통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p.122)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대 그들’의 구도를 깨는 연대의 재구성이 필요”(p.134)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표자들이 제시한 사회운동의 과제에는 두 가지 중심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무엇을 운동의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인가이다. 발표자들은 경제 문제를 민주주의의 중심 의제로 되돌리고, 노동권, 주거권,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극우가 사회의 방향을 주도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다. 극우의 분열 전략에 맞서 연대하고, 평등과 공공성, 돌봄과 연대를 사회의 중심가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발표자들의 제안이다.
수수의 「페미니즘을 적으로 만드는 정치: 극우의 반페미니즘 담론 활용」과 류민희의 「극우 성장에 맞서는 민주주의의 전제: 차별금지법 제정을 중심으로」는 국내외 극우 세력이 어떻게 공통적으로 반페미니즘, 반젠더운동을 핵심 기조로 삼아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지, 여성·소수자 운동은 이에 맞서 어떠한 체제전환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사유와 실천을 담고 있다.
먼저, 수수의 글은 특히 한국 사회의 극우 분석에서 페미니즘·젠더 관점이 필수적인 이유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반페미니즘은 “조직화된 극우 정치와 대중적 극우화, 그리고 우파 포퓰리즘 정치와 접속하는 핵심 경로로 기능해 왔다”(p.91). 극우 기독교 세력뿐 아니라, 특히 20대 남성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반페미니즘의 정동이 정치적으로 조직·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부터, 비상계엄과 서부지법 폭동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대중적 동원력을 통해 입증되었다. 중도·개혁·진보 진영 또한 청년 남성들의 지지율을 명목으로 페미니즘을 ‘문제’나 ‘갈등’의 원인으로 여김으로써 결국 극우 정치의 토양을 넓혀주고 있다.
한편, 페미니즘 운동의 입장에서 극우 정치는 성별 “불평등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차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p.94)을 하며,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범죄로서만 이해하고, 폭력이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의 구조를 부정”(p.94-95)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그뿐 아니라, ‘남성 차별’, ‘역차별’, ‘무고 공포’, ‘여성/소수자의 특권’, ‘자국민 보호’ 등을 외치며 자신들을 피해자로 위치 짓는 “극우 피해자 정치”(p.95)는 여성/소수자들의 무기였던 ‘권리 언어’를 훼손하고 무력화하고 있다.
이렇게 극우가 전유한 피해자 서사를 해체하는 방법으로 수수가 제안하는 것이 “체제를 전환하는 페미니즘 운동”(p.96)이다. 예를 들어,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하고자 하는 강간죄 개정 운동은 개별 피해자 구제에 그치지 않고, 강간에 대한 남성중심적·가부장적 “패러다임 전환”(이미경, 2019)을 목표로 한다. 여성주의 쉼터 운동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비율이 유독 높다는 사실과 퇴소 후 안정적 주거·노동·돌봄 관계의 필요성을 드러내면서,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제도를 의문시하고, 가족구성권 운동, 반빈곤 운동, 주거권 운동, 반자본·노동운동으로 연결된다. 페미니즘 운동이 함께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또한 주요 사례로 제시되었는데, 이는 류민희의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졌다.
류민희는 그동안 한국에서 성소수자 운동이 맞닥뜨려 온 혐오 세력이 비상계엄 시기에 등장한 극우 세력과 중첩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우리보다 먼저 극우 세력에 대응해온 유럽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류민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극우 전략의 핵심은 “젠더 이데올로기 담론”에 기반한 “반젠더 운동”이다(p.146). ‘젠더 이데올로기 담론’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데, 왜냐하면 “동성혼부터 성교육, 임신중지권, 차별금지법, 트랜스젠더 권리, 심지어 페미니즘 전반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그 대상을 지칭하는 “정치적 무기”이기 때문이다(p.146). “실제로 유럽에서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극우 네트워크가 가장 활발하게 자금과 전략을 교환하는 분야가 바로 반젠더 운동”(p.146)이라는 사실은 앞서 수수가 강조한 것처럼 극우 분석 및 대응에서 페미니즘·젠더 관점이 필수적임을 다시금 예증한다.
유럽의회 성·재생산권 포럼(EPF)의 2025년 보고서는 이러한 극우 운동을 “고립된 반동(backlash) 정도가 아니라 조직화된 반혁명(counter-revoulution)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체제를 제도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침식하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p.148). 아일랜드에서는 극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정치, 시민사회의 실천 전략을 보고서로 발표한 바 있는데, 류민희는 그 내용이 한국에서 가질 수 있는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였다. 언론과 빅테크 기업, 정치와 국가의 책임 외에 시민사회의 과제 중 인상적인 내용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조기 경고, 조기 개입 체계의 구축”으로, “조기 개입이란 혐오 선동이 집회나 물리적 폭력으로 전환되기 이전에 이를 공론화하고 대응하는 구조를 의미하며, 이는 국가 정보기관이 아닌 시민사회 내부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전제로 한다”(p.156). 실제로 4월 17일 건대 양꼬치 거리 사건 이후 대림동 혐중 집회에 맞서 열린 대항 기자회견, 맞불 집회의 흐름이 지역 학교로까지 확장된 사례는 조기 개입 체계가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다른 하나는 “혐오 선동의 표적이 되는 집단과 ‘함께 있는 것’ 자체를 우선한다”(p.156)는 것이다. “극우에 대응하는 일은 종종 ‘논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오해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혐오 선동과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들과 함께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다.”(p.156) 이를 위해 “회복과 신체적 정서적 안전의 확보를 목표로” “뜨개질 모임, 함께 책을 읽는 시간, 보드 게임이나 식사모임” 같은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조직한다(p.157). 이러한 실천전략이 인상적인 이유는 체제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실천의 구체적 모습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류민희가 강조하듯, “즉각적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과, 극우가 재생산되는 토양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한 ‘전환’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과제”(p.153)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획세션3의 세 발표가 공유하는 문제의식이 구체적 실천으로 모아진 것 중 하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점도 뜻깊었다. 포럼의 발표자들과 참여자들이 각자 활동하고 있는 분야는 다르더라도, 근본적인 체제전환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극우 세력에 맞서는 새로운 운동을 고민하고 그 한 방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 한다는 것에서 체제전환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기는 열림터 활동가 유림이 썼습니다.
자유 3. 그럼에도 나의 현장, 대학에서 운동하기!
(노란색과 하늘색으로 배색된 현수막이 벽에 붙어 있다. 현수막에는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자유세션 3. 그럼에도 나의 현장, 대학에서 운동하기!”라고 쓰여 있다. 그 앞에 청중들이 나란히 앉아서 자료집을 읽고 있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학생운동이 거의 꺼져가는 시기에 대학을 다닌 내게 학생운동은 머나먼 이야기였다. 아마 현재 많은 대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자유3 세션은 동덕여대 투쟁, 노학연대, 학생운동 네트워크, 대학 정세 분석 등 이런 사회에서 그럼에도 대학에서 운동을 이어나가고 대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중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탄압, 폭력에 저항하며 다사다난 투쟁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일부 언론과 여론이 동덕여대에서 투쟁하는 학생들을 낙인 찍고 있지만, 학생들은 자본과 기업의 논리로 점철된 대학 현장에서 발생하는 학생 배제와 탄압에 대항해 여전히 싸우고 있는 중이다.
한편, 차별과 혐오가 무분별하게 발산되고 있는 지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대학 현장의 페미니즘 지형은 어떻게 그려볼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유랑이 썼습니다.
자유 4. 팔레스타인은 해방의 리트머스다, 제국을 부수는 저항과 연대
(팔레스타인 자유세션이 진행 중이다. 사회자와 발제자, 토론자 총 일곱명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있고,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답변을 하고 있다. 발표자 중 몇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쿠피예를 목에 두르고 있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시작한지 2년 5개월이 되어 간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현실과 집단학살의 성격을 설명해주었다. 발제문에도 나와있는 몇 가지 현실을 짧게 공유하면 이렇다.
- 유엔은 공식 사망자를 25만명으로 추정한다.
- 집단학살 2년간 2,700개 가구 일가족 전원이 몰살당했다.
- 12개월 미만 아기 1,015명이 살해당했다.
- 단 네 곳으로 축소된 식량 배급소에서 5개월도 안되는 기간 동안 밀가루를 받으려다 표적 살해된 사람은 2,605명에 달한다.
-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파괴한 7천만 톤의 건물 잔해를 치우는 데 700억달러(100조 6천여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 연세대분회(준) 이수민 활동가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은 학술, 교육학살이며, 가자지구 내 12개의모든 대학이 파괴되고, 200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교수, 연구자가 살해되고 IT 기업들이 표적 파괴되었음을 이야기 해주었다. 또한 기후정의동맹 은혜 활동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자원을 수탈하며 에너지 생산과 유통 패권을 확장하는데, 가자 해역을 불법 점령한 이후 해양 가스 탐사권을 발행하여 계약 단계에서만 200억 이상 벌어들였고 여러 국가과 기업을 연루-공모하게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활동가에 따르면, 인종학살 초기에 쫓겨난 이들 중 15%가 장애인이 되었고,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 기구, 약품 등 생존과 일상을 위한 필수적인 지원은 가로막힌 상태이다.
가해자들은 학살의 고의성을 숨기지고 포장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가해 병사들은 자신의 SNS에 자신이 살해했거나 쫓아낸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속옷이나 옷을 기념사진으로 올리고 있다. 한편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보람 활동가는, 이스라엘과 서구 제국주의 핵심 동맥국들이 하마스는 강간 기계이고, 인간 동물에 가까우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와 분리될 수 없다는 식의 의미 사슬을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이 의미사실의 한 축에 서구, 문명,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이 있고 다른 한 축에 비문명, 성소수자와 여성을 억압하고 죽이는 아랍인들이 있다. 모순적인 이 상황은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오리엔탈리즘과 제국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보람 활동가는 이를 “가자지구의 생명체를 성별, 연령, 무장 여부를 막론하고 단순한 살덩이로 탈젠더화하는”(그래서 무자비한 폭력과 살해를 할 수 있는) 동시에 “집단학살과 폭력의 근거를 과잉젠더화로 구성하는 모순적 이중 작용” 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은 단지 이스라엘이라는 가해국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 서구 국가들의 경제, 무기 지원, 빅테크 기술 활용, 가해국의 관점에서 걸러지고 쓰여진 언론 등 집단적인 공모 속에서 자행된다. 이른바 “서구 제국주의 국가 공동의 정착민 식민지 프로젝트” 이다.
이러한 이유로 콜롬비아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가 이야기 했듯, “가자는 미래의 리허설”이라고 이야기 된다. “부유한 열강들이 자신의 의지에 굴복하지 않거나 요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무엇을 저지르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수행하는 실험”이라는 것이다.
이번 세션에서 소개된 저항행동들도 함께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 BDS 운동 :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보편인권의 원칙을 지킬때까지 이스라엘을 상대로 하는 보이콧(Boycott), 투자철회(Divestmsnt), 제재(Sanctions) 운동
- 학술 보이콧 운동 “무덤 위에서 연구하지 말라” : 2025년 4월 한국 과학기술인 121명과 6개 과학기술계 단체가 발표한 성명
- TMTG(가자로 가는 천 개의 메들린) : 가자의 봉쇄를 부수고자 하는 직접 저항 행동이자 시민 풀뿌리 운동
김아현(해초) 활동가는 한국인으로서 이 항해길에 올라 이스라엘에 의해 나포되기도 했다. 질의 응답시간에 해초 활동가의 이야기가 인상깊어 받아적었었는데 해당 부분을 공유하며 짧은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자료집에 상세히 적혀있다. 읽어봐주시기를 바란다.
“파시즘, 식민주의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부수는 것은 작은 이야기들이라 생각한다. 이스라엘 핑크워싱을 팔레스타인 퀴어 페미니스트들이 있다는 사실로 반박할 수 있듯이, 작은 이야기를 만드는 건 존재들이다. 항해도 여기 있는 몸이 거기로 이동하는 것이다. 첫번째 배가 팔레스타인으로 갔을 때 주권을 가진 존재로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동료들과 이스라엘 감옥에 있었을 때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팔레스타인인들이 같이 수감되어있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와 구호를 그 분이 들었고, 나중에 나가서 이 이야기와 메시지를 꼭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 분의 메시지를 나중에 전해 받았다. 이밖에 여러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이야기들이 항해 속에서 파생되었다.”
이 후기는 신아 활동가가 썼습니다.
기획 3. 부채와 민중의 권리: 저당잡힌 집, 시간, 삶을 되찾자
(계단식으로 된 객석 위에서 발표자와 무대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세션이 진행 중이고, 객석에는 청중들이 가득하다. 무대 벽면에는 “부채와 민중의 권리 - 금융과 부채는 어떻게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나?”라는 제목의 피피티가 송출 중이다. 다섯 명의 발표자가 책상에 앉아 있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낙담한다. 나의 자기소개이자 동시대 청년들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에 낙담하기도, 타개하기 위해 ‘생존’ 플로우에 탑승하기도 한다.
생의 필수 기반인 집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불가피하게 과거에서 미래까지의 근로소득을 쏟아붓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채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기획3 세션은 다양한 운동의 관점에서 금융화와 가계부채를 해석했다. 특히 첫 번째 발표였던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의 “금융과 부채는 어떻게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나?”가 인상 깊었다. 금융화와 가계부채의 확대를 공모하는 장치, 부채 없이 연명 불가한 사회의 부정의함을 짚어보며, 막연하게 느끼던 문제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낙타가 썼습니다.
기획 4. 모든 지역은 최전선이다. 자본에 맞서는 지역정의!
(지역정의 세션의 발표자들을 왼편에서 찍은 사진이다. 맨 왼쪽에 앉아있는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뭔가 말하고 있다. 사회자의 노트북에 많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 뒤로 다섯 명의 발표자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지역행정통합특별법들이 우후죽순 발의,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 중 제 눈길을 끌던 것은 대구경북특별시 행정통합 특별법이었습니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의 이 특별법에는 다음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하는 것, 해당 특구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근로기준법 적용도 배제하자는 것.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인데,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안전망을 해체하겠다는 발상이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특별법들이 전국에서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전남광주, 충남대전… 모두 산업과 경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역에 특별한 경제 지원을 하면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발상이지요. 하지만 이런 발상이 과연 지역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이윤 극대화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배제하고, 최저임금도 적용하지 않으면 결국 지역에 남은 사람들은 쉽게 해고당하고, 지역을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역정의 세션에서는 이를 “‘지역소멸’이라는 공포를 심어 지역내 개발주의와 자본의 침탈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p.216)라고 설명합니다.
‘지역정의’ 세션의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모두 이런 모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모든 발언이 소중했지만… 저는 특히 조영은님의 “인구소멸 프레임에 갇힌 청년과 해체된 공공성” 토론이 인상깊었는데요. 바로 제가 지역을 떠나 서울로 온 ‘지역의 배신자’ 청년이기 때문이지요.😅 조영은님은 지역은 인구소멸 담론에 힘입어 청년을 ‘노동자’ 혹은 ‘배신자’로 호출한다고 짚었습니다. 지역에 남거나 이주하는 청년은 환대한다고 하지만, 노동하여 경제발전에 이바지하지 않거나 결혼하여 인구를 재생산하지 않는 이들은 결국 배제하며, 그렇게 지역을 떠난 청년은 배신자로 여겨지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노동조건, 지역 내 젠더불평등, 재생산권, 여성폭력 등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면서 출산 가능성, 인구증간의 논리와 여성의 삶을 소거”(p.249)한다는 점이 체제를 아우르는, 그리고 지역정의 담론에 기반한 페미니즘 운동의 필요를 상기하게 합니다.
세션 이후에는 “지역불평등 심화시키는 행정통합 속도전을 멈춰라”(https://www.gosystemchange.kr/post/stop-special-city-project) 는 성명도 발행되었습니다. 기업 유치가 아니라 보편적 권리 실현이 가능한 지역정의, 함께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흔히들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도시(서울)로 이주하게 된다고 하지요. 지역에서 더 많은 주체들이 엮이고 만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상도 보태고 싶어졌습니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
기획 5. 체제전환운동의 자리찾기와 진보정치의 길
(진보정치 세션의 발표자와 청중을 함께 찍은 사진이다. 복도로 이어지는 벽면에 다양한 현수막이 늘어져있다. “지구적 위기에 맞서 저항을 연결하자”, “자본의 포획을 넘어 사회운동의 전망을!” “혼돈의 정세 체제전환은 유일한 대안”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 사진: 체제전환운동포럼 조직위원회)
안으로는 안티페미니즘을 주축으로 극우의 확산세가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자국의 이익을 내세운 혐오와 배척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마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이는 우경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은 개인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력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낡고 망가진 기존의 체계 위에서 더 나은 세상을 다시 짓기 위해 위기의 진보정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궁금했습니다.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재의 좌파가 사회 문제에 근원적으로 개입하기보다 ‘계속되는 선거와 미디어가 받아줄 만한 서사, 그리고 기껏해야 이미 생겨난 불만과 저항 행동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에서 멈춘다’고 꼬집었습니다. 새로운 정치적 행위자로서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좌파의 지향은 ‘잡종 사회주의(Hybrid Socialism)’*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요. 여기서 잡종 사회주의란, 생명과 삶에 주목하고 자연과 사물의 범위까지 확장한 돌봄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정치적 실천을 의미하며, 오랫동안 페미니즘과 생태주의가 제기해 온 의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발제였지만, 이어진 진보 정당의 토론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진보 정당이 지나온 길의 성과와 뼈아픈 분석이 함께 이루어졌다면, 보다 구체적인 실천이 제시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션을 통해 진보 정당의 좌표를 함께 고민하고 설정한 데에 큰 의미가 있을 테지요.
본 세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의 ‘조직화’ 삼창이었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서로를 돌보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의 그것보다 더 다양한 언어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과정은 분명 지난하고 때로는 힘에 부치겠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돌보며 더불어 지내는’ 설득력있는 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겠죠. 조직화를 한 번 더 마음에 아로새기며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조직화, 조직화, 조직화!
*각주: 포럼 현장에서는 본 단어를 비롯하여 발제 내 몇 가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유의미한 논의로 이어졌지만 지면의 제약으로 이 후기에서 자세히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두를 위한 체제전환으로 나아가는 인상깊은 논의였으니, 이런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은 꼭 내년 포럼을 보러오세요~
이 후기는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산이 썼습니다.
뒤어이 종합세션, “2026년 정세전망과 체제전환운동의 과제”를 마지막으로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이 끝났습니다. 여러 운동이 가로지르며 현상을 분석하고, 변화를 위한 과제를 모색한 체제전환운동포럼이었습니다. 자료집과 유튜브 영상으로도 다시 볼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그럼, 모두 함께 쓴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자료집]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https://www.gosystemchange.kr/resources/2026-forum-book-download
[영상] 2026 체제전환운동포럼 | 되돌아가지 않고, 새롭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dowqEYyuVZPQvQP6HAjdfR0FuoD6bwf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