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교육
지난 2026년 2월 9일(월)부터 13일(금)까지 일주일 간 2025 동계 로스쿨 실무수습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로스쿨 실무수습 프로그램은 향후 진로로 성폭력 피해자 법률 지원 등 공익 활동을 고려하는 예비 법조인들과 만나고, 그러한 활동에 필요한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역량강화 하고자 매년 동계 또는 하계에 각 법학전문대학원과 협업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4명(다은, 예린, 지윤, 한비)과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1명(수정) 총 5명이 참여했습니다.

첫 날(9일)은 참여자들과 활동가들이 서로 자기소개를 나누고,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각 팀의 활동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 법·정책 과제>를 주제로 오매 활동가의 특강도 있었습니다.
둘째 날(10일)은 법무법인 이채 김민아 변호사가 <성폭력 관련 법과 쟁점>을 주제로, 앎 활동가가 <성폭력 생존자의 발화: 말하기와 응답하기>를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이후 참여자들에게 비밀 유지 서약을 받은 후 과제를 공지했습니다.
셋째 날(11일)은 참여자들이 각자 재택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날이었습니다. 과제는 ① 최근 3년 간의 스토킹 관련 판결문 정리 및 분석, ② 실제 재판 중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탄원서 작성 둘 중 하나를 택1 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킹 관련 판결문의 경우, 검색되는 판결문 수가 너무 많아서 '성폭력', '연인', '교제' 등의 키워드를 통해 성폭력이나 친밀한 관계가 동반된 판결문에 한해서 정리 및 분석을 요청했습니다.
넷째 날(12일)은 오전에는 앎 활동가가 <성폭력 상담 및 지원의 이해>를 주제로 특강을 했고, 오후에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도경 변호사가 <공익 변호사의 진로 이야기>를 주제로 특강 겸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들이 모두 성폭력 피해자 법률 지원 활동에 관심이 많아, 실무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간담회 후 이도경 변호사가 무료법률상담 2건을 진행했고, 참여자들은 사전에 내담자의 동의를 받아 이를 참관했습니다. 그동안 이론으로 배웠던 내용이 실제 상담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13일)에는 참여자들이 과제를 마무리한 후 활동가들 앞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듣는 활동보고회가 열렸습니다.
참여자 3명은 스토킹 관련 판결문 총 162개를 전부 읽고, 인상적인 경향성, 재판부의 판단 기준 등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경향성으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였던 경우) 반복된 결별과 재결합은 주로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되었습니다.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10개 가량으로 비율이 매우 적었으나, 그중에는 임신했으니 책임지라는 취지로 연락하거나 성매개감염병을 옮긴 것을 따지는 취지로 연락했다가 스토킹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참여자들과 활동가들은 사건이 발생한 맥락이나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젠더 권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스토킹 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또한, 2심에서 형량이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기준의 경우, 참여자들은 다음 두 가지 판결이 인상적이었다고 공유해주었습니다.
첫째,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번호를 수신차단하여 실제로 벨소리나 진동 등 알림이 울리지는 않았으나 '수신차단 내역'이나 '부재 중 전화'로 표시된 사건의 경우, 1심은 실제 전화통화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쟁점 조항이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유죄로 뒤집었습니다.
둘째, 가해자가 피해자를 따라다니고 감시하는 등 스토킹행위를 했으나 피해자가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사건의 경우, 1심은 피해자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해당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뒤집었습니다.
이러한 판례들은 앞으로 성폭력상담소가 스토킹 피해자들을 지원할 때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한편, 참여자들은 판결문에서 가해자의 이종전과를 양형인자로 고려하지 않거나,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여(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생각했다거나 미련이 있었다거나 악의는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감형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 2명은 실제 재판 중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탄원서를 작성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존재했던 권력 관계를 강조하며 가해자 엄벌을 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참여자들과 활동가들은 성폭력 관련 법에서 '폭행 또는 협박',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업무상 위계·위력' 등의 구성요건이 얼마나 협소하게 해석되고 피해자의 경험을 분절적으로 다루는지 토론하며 '강간죄' 개정(을 상징으로 한 성폭력 관련 법 체계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참여자 2명이 쓴 탄원서는 피드백을 반영하여 수정 작업 후 실제 법원에도 제출할 예정입니다.
활동보고회 후 다 함께 소감을 나누고 프로그램을 마무리했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로 많은 정보를 압축적으로 배우고 과제까지 수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모든 참여자가 집중도도 높고 질문도 열정적으로 해 주어서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일부 참여자는 나중에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도 수강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 주셔서, 이번 프로그램으로 맺은 인연이 더욱 오래 가리라는 기대가 샘솟았습니다. 장래에 법조인으로서 상담소와 연대할 날을 기다리며, 참여자들이 남은 학업 과정을 잘 마치길 응원합니다.
<이 후기는 담당 활동가 앎이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