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는 해마다 연말이면 회원님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다사다난했던 2025년! 지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8월 29일 후원의 밤 <페미와락>을 열었고, 이번에도 모두가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디.너.쇼!★ 한 해 동안 상담소의 활동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을 직접 모시고 싶었던 마음도 담았습니다. 무려 다섯 차례의 기획회의를 거쳐 준비한 그날의 쇼.쇼.쇼! 그날의 현장으로 떠나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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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쇼의 하이라이트! 고-오급 음식
행사 시작 4시간 전! 슬슬 준비 시작! 전날 코스트코에서 잔뜩 장을 봐 온 재료들을 꺼내며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갔습니다. 요리왕 으니조, 신아, 낙타 활동가 출동! 디너쇼에는 역시 스테이크! 비건식을 위해 콩고기와 비건 소스, 가니쉬까지 준비 완료. 토마토스프까지 직접 만들겠다며 토마토 페이스트도 구매했는데… 정작 따개가 없어 급히 하나를 사러 나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세 곳을 전전하여 겨우 찾은 통조림따개. 시작부터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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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2인 분장하다
디너쇼 하면 역시 화려한 사회자. 사회자 2인은 콘셉트에 맞춰 분장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분장사 활동가 3인이 투입되었습니다. 준비 과정부터 이미 ‘쇼’였다는 후문이... (이들의 모습은 뒤에 곧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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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과 함께라면 행복해
회원님의 공연을 화려하게 선보이고자 활동가 2인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바쁜 와중에 사무실에서 안무를 맞추고, 무대에서 리허설까지. 잠깐이었지만 꽤 진심이었던 순간들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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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완성되다
드디어 손님을 맞이할 음식이 완성되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원래는 통감자가 얹어질 예정이었으나, 더 나은 텍스처를 선사하고 싶어 매쉬드 포테이토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굿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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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모시기 위해 셔츠를 갖춰입은 활동가들
콘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서빙하는 활동가들은 셔츠를 갖춰 입었습니다. 회원님들을 모시는 자리니까요. 다만 평소 복장과는 거리가 있어, 옷을 찾고 세탁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고 합니다(그만큼 진지하고, 진심으로 임했습니다!) 아래 사진 속 와인이 보이시나요. 그냥 놓여 있던 와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디선가 얼음을 구해 와 칠링까지... 디너쇼는 이런 디테일에서 완성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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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날 입니다
점점 시간이 가까워 지며 회원님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오시는 대로 스테이크와 토마토스프가 나가고, 외투는 자연스럽게 받아 옷걸이에 걸어드렸지요. 괜히 미안해하시던 한 회원님께 활동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이런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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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엔 와인을 잘 따라야 함
디너쇼답게 음료도 담당 서버가 직접 따라드렸습니다. 부르면 달려갔고요. 다소 어설프게 와인을 따르던 호랑 활동가를 보다못한 오매 활동가의 즉석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제법 안정적으로 따르는 데 성공했고, 잔을 받던 도경 회원님은 와인과 함께 감동도 받으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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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최덕화와 권혜수를 소개합니다
디너쇼에 맞춰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맞춘 2인. 순간 영화 시상식이 열린 줄 알았습니다. 관객 몇 분은 입을 다물지 못하셨고요... 그렇게, 디너쇼의 포문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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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감경/감형 목적의 후원을 비판하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후원을 해 온 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행태는 점점 더 노골적이고, 뻔뻔해지고 있습니다. 가해자임을 숨긴 채 후원 내역을 요청하거나, 감경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혹은 무죄라며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까지. 그 뻔뻔함은 이제 극에 달했습니다. 이날 무대에서는 그런 분노의 마음을 담아 회원홍보팀 활동가가 썰을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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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한 게 있는데 책임 안지니👊
썰풀기 다음 순서는 가해자들에게 보내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꾸기). 아이유의 <잔소리>를 개사했고, 재정활동가 해주 활동가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가해자임이 밝혀지면 후원금을 반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회계장부에는 또 한 번 손이 갑니다. 이 복잡한 마음을 담아 해주 활동가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클린한 회계장부 보고싶은 내 맘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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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해자 때문에 분노한 활동가2 👊
사건 지원 과정에서 수사와 재판을 거치다 보면, 가해자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정말 별의별 말을 다 합니다. 피해자다움으로 공격하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의 일상까지 말도 안되게 왜곡하지요. 이날 무대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각색해, 듣기만 해도 열받는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학교가 끝난 뒤 같은 버스를 '같이' 탄 사실에 집착하며, “호감이 있었다”는 식의 헛소리들 말입니다. (아니 역으로 가야하는데 다른 버스를 탑니까???) 앎 활동가는 사건지원에서 발생하는 분노를 코인노래방에서 푼다고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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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들을 없애자👹
뮤지컬 덕후 앎 활동가는 뮤지컬 〈데스노트〉 OST를 열창했습니다. 개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가사에 관객들의 공감의 호응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선가 데스노트를 꺼내 들더니, 가해자의 이름을 적는 퍼포먼스까지. 노래도, 상황도, 분노도 모두 완벽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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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그 날...
2024년 연말, 한해보내기 역시 즐겁게 보내려 준비 중이었는데... 12월 3일 갑작스럽게 계엄이 선포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고, 콘셉트를 바꾸고 실무를 다시 짰습니다. 계엄령 당일, 국회로 향했던 사무국 오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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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한동훈만 라방했냐. 오매도 라방했다!
당일 오매는 누구보다 빠르게 국회로 향했습니다. 현장에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아쉽게도 해당 영상이 저장되어있지 않아, 당시 활동가들이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를 캡처해 그날의 긴박했던 순간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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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매의 썰풀기가 이어졌습니다. 군인들이 모여 있던 사진만 봐도, 특히 오매의 표정을 통해서도 당시 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
🏴🏳️🌈🏳️⚧️겨울광장의 깃발
추운 겨울 내내 매주 광장에서 이어진 투쟁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3일 만에 윤석열 파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오매 활동가는 그 시간을 떠올리며 AI를 통해 직접 작곡한 곡을 선보였습니다. 으니조, 란이 함께했습니다.
"추운 겨울바람 속에 우린 서있어
민주주의를 위해 페미-퀴어 깃발 들고 광장에 울린 외침
아직도 생생해 성평등을 향한 불꽃 멈추지 않아"
란과 겔라 활동가는 가사와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행사가 끝난 뒤 주말 내내 멜로디와 가사가 이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독적인(?) 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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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참여 모집 당시, 회원님 공연도 함께 모집했습니다. 과연 하실 분이 계실지 걱정했는데, 연대하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서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너무 감사했고,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
먼저 후원회원 성경님이 YB의 <흰수염고래>를 불러주셨습니다. 과열되었던 분위기 속에서 잠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잔잔하게 울려 퍼진 노래 속 가사는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노래를 잘 몰랐는데, 이후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어디선가 이 노래를 듣는다면, 이 순간이 떠오를 것 같아요. |
🤟영원히 깨질 수 없는~
2025년 최고의 곡을 꼽자면, 역시 케이팝데몬헌터스 OST <Golden>이죠. 회원이신 주원 님께서 이 곡을 부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활동가 2인이 함께해도 괜찮을지 조심스럽게 여쭸는데, 너무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그렇게 3인조 그룹이 완성되었습니다!! 주원 님은 형사재판 승소 이후의 일상을 전해주시며, 상담소에 연대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정말 너무 멋지게 열창! 가사는 언제나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잖아요(이것이 예술~).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 모두의 일상과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한 시간이 부디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얹어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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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해 주시고 아낌없는 지지와 애정을 보내주신 분들께 드리는 특별상! 바로, 안젤라 어워즈 시상 순서였습니다. 각 수상자에 대한 소개는 아래 수상 내용으로 갈음하겠습니다! |
<왕발도장 상 - 고유>
위 사람은 올해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후원의밤 "페미와락" 등에 소중한 발도장을 남기며, 성폭력 생존자로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성폭력 운동의 주체로서 매일매일 도약하고 있기에 이 상을 드립니다. |
<불굴의 다정함 상 - 정명화 변호사>
위 사람은 매 법률상담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공감하며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온기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정해진 월요법률상담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상담과 자문을 진행하여 피해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위 사람의 다정함과 따뜻함이 활동가와 내담자를 감동시키고 홀딱 반하게 하였기에, 불굴의 다정함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며 본 상장을 수여합니다. |
<불굴의 성실함 상 - 박다혜 변호사>
위 사람은 두꺼운 파일과 수십 개의 증거목록 앞에서도 도망가지 않았으며, 몇백 페이지의 사건 자료를 읽고 서면을 작성하는 법률지원을 통해 놀라운 성실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법률지원의 요청에 “일정상 어렵지만 아무도 없으면 하겠습니다"와 같은 명대사로 피해지원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불굴의 성실함과 묵묵한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본 상장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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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출판편집자대상
- 홍주은>
위 사람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도서 『폭주하는 남성성 』 출판을 제안하였습니다. 책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정성과 책임감, 빛나는 통찰과 따뜻한 마음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상담소의 관점이 더 널리 퍼지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편집자로서 보여준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함께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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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상상이 상 - 이부진>
위 사람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으로서 상근활동가들의 평화, 평등, 인권, 여유, 행복, 웃음, 사색, 여행, 효율을 언제나 고민하였습니다. 가족에게 좋은 힘을 행사하여 특별한 기부를 권면하였고, 상근활동가들의 자기돌봄과 재생산에 쓰이도록 했습니다. 덕택에 올해 상근활동가의 업무는 보다 빠르고 편리해졌습니다. 언제나 상상이상의 따뜻한 눈빛과 다정스러운 마음으로 신나고 보람찬 활동가 라이프에 큰 기여하셨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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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소감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너무 감동적이어서 자세히 다 기억하지 못해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송구한 마음입니다. 다만 그때의 마음과 감정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
노래패 <파동>
마지막 순서는 노래패 〈파동〉이었습니다. 연말 금요일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상담소와 연대하기 위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총 3곡을 선보이며, 한 해를 버텨온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셨습니다.
1. 이 길의 전부(유.정.고 밴드ver) 2. 노래의 꿈(꽃다지) 3. 바위처럼(꽃다지)
선곡 하나하나에 신경 쓴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
(흐믓하게 감상하시는 오랜 회원 조중신 선생님)
이름 그대로, 우리들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남기며 디너쇼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었습니다. |
상담소는 늘 열려있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모든 순서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 최덕화 씨가 다음에 함께할 행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디너쇼는 끝났지만, 상담소에는 언제나 또 웃으며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행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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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뒷이야기
늘 진지하고 근엄하기만 할 줄 알았던 상담소에 재밌는 활동가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다며, “상담소 원래 이랬어요...?”라는 말까지 나왔다는 후문입니다. 활동가들의 노고에 감동해 후원을 시작해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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