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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페미니스트 락/메탈 음악감상 소모임 <쥐라기>후기
  • 202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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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최말자 선생님의 재심 공판에 함께하기 위해 부산을 향하던 아침이었습니다. 비행기 이륙 직전, 전날인 22일에 오지 오스본이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습니다.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동료들과 함께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치사량 수준의 약물을 해왔어도 늘 정정하게 살아왔기에)진짜인가 싶기도 했고… 그리고 그의 팬은 아니더라도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반드시 들어 있었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락메탈 거장들의 부고를 종종 듣지만, 오지의 부고 소식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락메탈에 입문했던 중2때부터 그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지낸 친구에게 오지 소식과 함께 몇 달 만에 연락을 해봅니다. 저런 답장을 주었네요.


이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나 봅니다. 급하게 ‘쥐라기’라는 이름을 붙여 추모 음악감상회 참여자 모집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신청자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모집 당일에 무려 5명이나 신청해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활동가가 3명!)



오지의 음악적 삶을 담고, 제가 좋아하는 곡 위주로 선곡을 했고, 관련 대부분의 정보는 락음악감상 동아리 총무 시절, 선배들에게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준비해 보았습니다(그러다 보니 틀린 정보를 제공하기도 함!!)


8월 8일(금) 오후 7시!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1층 이안젤라홀


(신청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영국 펍 느낌으로 ‘피쉬앤칩스’와 ‘맥주’도 준비해 보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선까스 이지만, 진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피쉬'앤칩스의 재료인 대구 생선을 골랐어요.) 



신청자 2인의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오지 사망 소식 직후 신청자1 상아님의 인스타에는 관련 피드가 쏟아졌는데, 그 와중에 갑자기 ‘성폭력상담소 주최 추모 음악감상회’ 피드가 뜨자 “어? 이게 뭐지?” 싶었다고 합니다. 메탈과 상담소의 조합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워 신청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신청자2 재민님과는 친구사이라고 합니다. 재민님은 코로나 시절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갔다가 친구 상아 님을 만나면서 락에 입문했다고 해요. 이번 음감회 역시 상아 님의 추천으로 오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로 “혹시 경쟁률이 높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는데… 다행히 치열한 경쟁은 없었다며 웃으셨습니다.


(영국 펍에서는 건배를 하며 치얼스 대신 '사바스~'라고 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도 예전에 라디오를 통해 들은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음감회에서는 제안하지 못했던...)


<음감회 시작!>

플레이 리스트 https://bit.ly/쥐라기ozzy





첫 곡은 비틀즈의 <She Loves You> .14살의 오지가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곡이라고 합니다. 귀를 여는 용으로 이 곡을 선곡했어요. 감상회 시작을 여는 데 딱 알맞은 곡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오지의 음악으로 시작했습니다. 오지는 <Black Sabbath>라는 밴드의 보컬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밴드 이름은 동명의 공포영화에서 따왔다고 하죠. “왜 돈을 내고 무서운 영화를 보러 갈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곡 <Black Sabbath>는 앨범자켓부터 매우 음산합니다. 발매 당시에는 혹평도 받았지만 지금은 “헤비메탈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기념비적인 곡이 되었습니다.  



(맥주와 음악~)




이어 <Iron Man>, <Children of the Grave>대표곡들을 들었습니다. 


듣다보니 사운드가 매우 묵직하단 느낌이 드실겁니다. 이는 영국의 ‘Working Class(워킹클래스)’ 노동자 계급과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는 공장 사고로 손가락 일부를 잃고 골무를 꼈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줄 장력을 낮춰 연주를 하니, 블랙 사바스 특유의 무겁고 음울한 사운드를 만들어졌습니다. 블랙 사바스 데뷔 당시  ‘Working Class’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영국 워킹클래스의 정서를 대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초 영국은 산업 쇠퇴와 경제 침체가 겹치던 시기였습니다. 금속·철강·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서 전통적인 노동자 계급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도시 곳곳에서는 실업과 빈곤이 확산되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 전쟁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삶의 조건, 그리고 희망 없는 청년 세대의 분노가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블랙 사바스가 활동을 시작한 버밍엄 역시 대표적인 산업 도시였습니다. 굴뚝과 공장이 늘어선 풍경 속에서 자란 멤버들의 음악에는 그들의 일상과 체감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강철 같은 기타 리프와 둔탁한 드럼 소리는 단순히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당시 노동자 계급이 맞닥뜨린 사회적 현실을 음향으로 번역해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블랙 사바스의 노래는 단순히 ‘악마적’이고 ‘공포적인’ 록으로 소비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 노동계급의 목소리”로도 해석되는 것입니다. 60년대의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던 히피 록과 달리, 블랙 사바스는 현실의 불안과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그들의 음악은 단순한 장르의 실험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당 내용은 챗GPT가 좀 보태어 줌


<재기에 성공하다>


술과 약물 등의 이유로 팀 내 갈등이 유발되었으며 결국 블랙사바스 매니저에 의해 퇴출 당하게 됩니다. 이때 매니저의 딸이 오지오스본을 살펴봐 주다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 딸의 정체는 아내인 샤론 오스본 입니다. (이 샤론 오스본은 사업가적 기질이 있었는데, 그녀의 도움으로 솔로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오지는 새 밴드를 꾸리며 원래는 다른 밴드명을 달고 활동하려 했지만, 앨범 발매 직전 제작사와 멤버들과의 상의도 없이 앨범 커버에 자기 이름을 크게 박아버렸습니다. 결국 밴드명은 멤버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으로 결정됐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데뷔 앨범은 곧바로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솔로 데뷔곡인 ‘Crazy Train을 들어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참여차분들이 기타리스트에 극찬을 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이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Randy Rhoads)는 클래식 기타를 치던 사람으로, 멜로디컬하면서도 날카로운 연주로 오지의 음악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멤버를 모집하던 시절, 오지가 꿈에서 ‘발을 절뚝거리는 사람’을 보았고, 다음 날 오디션장에 실제로 절뚝이며 들어온 랜디 로즈를 만났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전해집니다. 국내에서는 그 이유가 ‘소아마비 때문’이라는 식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감상회 한 참여자께서 나무위키를 찾아보며 확인해 주셨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소아마비 이야기는 국내에서만 퍼진 잘못된 소문이었다고 하네요.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는 전혀 할 수 없는…



그렇게 오지와 함께한 랜디는 <Flying High Again> 같은 명곡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82년 투어 중 25세의 젊은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오지만의 목소리>


잠깐 쉬어가는 타임으로 오지의 보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오지는 흔히 말하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보컬리스트”는 아니라는 평도 따랐습니다. 특히 오지 이후 블랙사바스 보컬로 영입된 Ronnie James Dio(디오)와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디오는 메탈 보컬로는 신이라 불리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지의 주술적이고 독특한 음색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습니다. 디오조차 오지의 곡을 부르면 “이건 오지만이 할 수 있는 노래구나”라는 걸 단번에 이해하게 됩니다. 


디오의 노래 중 어떤 곡을 함께 들을까 고민하다가, 메탈 '신'인 그의 위치와 보컬 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영화 속 장면을 준비했습니다.



이 장면에는 '락커가 되기를 꿈꾸는 아이JB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자, 디오 신에게 기도한다’는 설정이 담겼습니다.

 


다시 오지의 솔로 활동으로 돌아옵니다. 랜디 로즈가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그 빈자리를 채운 기타리스트가 바로 Jake E. Lee였습니다. 그는 뛰어난 연주력과 작곡 실력을 갖춘 뮤지션이었고, 실제로 오지와 함께 만든 <Bark at the Moon>은 지금도 명곡으로 꼽힙니다.



제이크 이 리는 팬들사이에서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제가 가장 이 밴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이기도 합니다. '기타가 울고있다'라고 처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오지는 습관처럼 제이크를 늘 랜디와 비교했습니다. 오지에게 랜디는 너무도 큰 존재였기에, 이후 들어온 기타리스트들은 늘 그 그늘 속에서 평가 받을 수밖에 없었죠. 제이크 역시 그런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더구나 그가 남긴 곡들의 저작권 문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 했다고도 합니다. 


(오지는 ‘Ozzy Osbourne’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낸 만큼, 사실상 다른 멤버들을 세션맨처럼 취급하며 푸대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멤버 교체가 잦았고, 대신 다양한 사운드가 나왔다는 후문이…)


이후 오지는 <Mama, I'm Coming Home> 같은 슬로우 록의 서정적인 곡들도 발표했습니다.국내에서 ‘락발라드’라고 불리지만, 해외에서는 ‘슬로우 록’ 정도로 분류됩니다. 해외에서는 ‘락발라드’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00년대 이후 리얼리티 쇼 <The Osbournes>을 통해 사생활을 보여줍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대중적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음악적 카리스마도 희석되어 팬들의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딸 켈리와 함께 부른  <Changes>는 원래 블랙 사바스 시절의 곡을 새롭게 편곡한 버전입니다. 단순 커버 곡이 아닌 오지와 켈리의 실제 갈등과 화해를 담아 부른 듀엣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2010년대에도 단순히 ‘레전드의 회고’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많은 올드 밴드들이 예전 히트곡에 의존해 투어를 이어가곤 하지만, 오지는 달랐습니다. 2019년에는 포스트 말론, 트래비스 스콧과 함께 곡을 발표하며 다시 대중적인 성적을 거뒀다고 합니다. 


다만 사실 저는 그 당시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익숙한 메탈 사운드와는 다른 분위기였기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2010년에 전형적인 오지의 스타일인 <Let Me Hear You Scream>라는 곡이 나오기도 했으나, 저의 평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번 감상회에서 시간 관계 상 안 듣고 넘어가기도 했던… 아마 이런 반응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 같은 올드스쿨 락·메탈 리스너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질적인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시도를 반가워하면서도, 정작 귀는 늘 과거의 익숙한 사운드를 찾게 되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오지는 파킨슨병 진단 이후, 2022년에 커리어의 마지막 정규 앨범인 <Patient Number 9>을 발표했습니다.





병마와 나이의 무게를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감상회에서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함께 보았는데, 가사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특유의 영상 분위기와 음악으로도 모두가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한 듯, 2025년 7월 5일 ‘Back to the Beginning’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이 공연 실황은 2026년 극장 개봉 예정이라 감상회를 위해서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시 무대에 함께하지 못했던 한 아티스트의 헌정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배우이자 뮤지션인 잭 블랙이었습니다. 오지의 1집 Blizzard of Ozz의 수록곡 Mr. Crowley를 불렀습니다.




그는 메탈 덕후로 워낙 유명한데, 실제로 오지 오스본이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당시 연설을 맡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번 헌정 영상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등장해 마치 또 다른 ‘스쿨 오브 락’을 찍은 듯한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오지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는 진심 어린 헌정이었기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깨알 정보] 기타는 '로만 모렐로'로 R.A.T.M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의 아들, 베이스는 '레벨 이안'으로 'Anthrax' 기타리스트 스콧 이안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너무나 유명한 컷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헤비메탈의 순간들 7화: Ozzy Osbourne(오지 오스본)


감상회의 마지막 곡은 블랙 사바스의 2집 수록곡 〈Paranoid〉였습니다. 이 노래는 블랙 사바스의 가장 상징적인 히트곡이자, 오지가 함께한 마지막 공연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한 곡입니다. 그래서 인지 감상회의 엔딩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아쉬움 속에서도 ‘오지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묘한 위안이 남았습니다. 그날의 맥주 거품처럼 순간은 흩어졌지만, 오지의 목소리와 음악은 오래도록 귀에 맴돌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아쉬운 점


물론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귀는 가장 보수적인 감각 기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귀의 집중 시간이 길지 않은 탓에, 감상회는 1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은 명곡들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또 블랙 사바스와 오지의 음악을 빛낸 다른 악기 멤버들 ,특히 토니 아이오미, 기저 버틀러, 빌 워드 같은 이름들을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오지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숱한 기행들과 사적인 에피소드들 역시 이번 자리에서는 깊이 다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다음에 또 이어갈 수 있는 이야기”로 남겨둔 선물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몸상태로 인해... 정작 활동가들은 맥주를 거의 마시지 못한^.^...




참여자들과 함께 한 삼행시!!!! 


긋쥐긋

디오처럼 반복되는 여성혐오

타로 때려부수자


드래곤 생일인 오늘 팔월팔일

악스타 오지오스본 음감회

  • 쁩니다


→ 쥐드래곤 생일은 8월 18일이라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재민, 상아 님 그리고 활동가 3인방 오매, 산, 동은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