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시대착오적 논리로 성소수자 군인 차별을 되살린
대법원의 추행죄 유죄취지 파기환송 규탄한다
또 한 명의 군형법 추행죄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4일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으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2022도1590)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군형법 추행죄에 대해 기존까지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무분별하게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던 판례를 뒤엎고 조금 더 엄격하게 해석을 좁혔다. 군이라는 건전한 공동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는 이 법에 저촉하지 않고, 또한 자발적 합의를 맺은 영외 동성 간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영내(격리생활관과 화장실)에서 이뤄진 합의된 동성 성관계의 유죄 여부를 다퉜다. 2심은 영내였다고 해도 두 공간이 사적인 공간으로 볼 수 있고, 건전한 공동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기에 무죄라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침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2심을 뒤집었다.
법리적인 판단에 앞서, 애초에 동성 간 성행위가 형사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군형법 추행죄는 근본적으로 이성 간 성관계와 달리 동성 간 성관계를 단순한 행정징계가 아니라 무려 형사처벌하는 모욕적인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 2023년 헌법재판소가 추행죄 위헌제청 사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제대로 내렸다면 없었을 차별피해자가 또 한 번 발생했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한 판단에 앞서 이 법으로 누군가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정당한지 스스로 되물었어야 한다.
2023년 4인의 헌법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매우 과하고, 군형법 추행죄 조항 자체가 해석이 모호하며, 무엇보다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대법원은 이 법의 취지를 적극 옹호하는 논리를 펼치며 유죄 취지를 밝혔다. 2022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르더라도, 누군가를 형사처벌해야 할 만큼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침해'가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발생했는가. 애초에 이렇게 기소되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문제시하기에, 문제가 된 것이다.
동성 간 성관계를 '더러운 짓'(추행)으로 명명하고 처벌하는 군형법 추행죄가 차별적인 악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군검찰도 더 이상 이 말도 안 되는 악법으로 군인들을 수사하거나 기소하지 말라. 시대착오적인 차별로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일을 더 이상 만들지 말라. 또 한 번 목 놓아 외친다. 국회와 정부는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를 당장 폐지하라.
2025. 5. 3.
무지개행동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